울산으로 내려가는 KTX 열차안에서 창밖을 바라다 본다.


봄을 기다리는 대지 위에 시건이 멈추어 선다.

내게는 푸르름이 가득한 들녁의 그림이 말을 건네온다.


늘 핸드폰과 휴대용 컴퓨터를 바라보던 그 시간

그때도 대지는 말없이 나를 기다려 왔겠지.


달리는 열차의 속도에서

프레임 하나 하나를 떠올려 본다.


늘 보던 그림들이 형제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지난달 말레이지아 쿠알라룸프로 가는길에 처음으로 에어아시아 저가항공을 이용해 보았다.

짐도 끌고 들어간다. 기내에는 개인용 스크린은 커녕 영화 한편도 못보고 6시간 반을 날라가야 한다.


나야 뇌과학 프레임 10개를 암기해야 하니 그 시간이 꿀맛이겠지.

함께 여행하는 선생님의 3아들 6살 동규 8살 동욱

그리고 10살 동규는 어찌 6시간을 날라 갈꼬.


서로 엄마 옆에 앉겠다고 아우성을 치다 막내와 큰형이 가운데 엄마를 사이에 두고 앉는다.

늘 양보하는 둘째 동욱이가  가운데 위치한 내 바로 옆에 앉게 되었다.


심심하고 몸을 뒤척이는 동욱이 내가 그리고 있는 브로드만 지도를 유심히 바라다 본다.

" 한번 그려볼래?"

"네~~~"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내가 번호를 부를께 그 선을 따라 한번 그려보렴"

"네~~"

브로드만 지도가 그려진다.


35000피트 상공 기내안에서도 박자세 공부법을 작동하고 있었다.

동욱이가 의젓하게 그림을 그려가자, 엄마옆에 앉았던 호기심 천국 큰형 동규가 말을 건넨다.


"저두 그려봐두 되요?"

"동욱이 다 그리고 나면 한번 해보자!"

비행기 안에서는 안전벨트를 묶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마구 돌아다니는 개구장이들에게는

갑갑한 공간이다. 게다가 비행기는 만석이라 여유있는 공간이 없었다.


물 한모금도 서빙하지 않는다. 물도 사서 먹어야 한다.

심심하던 차에 브레인 그림은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감이 되었다.


길위에서 작동하는 박자세 공부법!

은근히 호기심이 발동한 막내는 브레인지도위에 색깔을 입히기 시작한다.

6살 동욱이가 그린 그림은 피카소 그림 못지 않다.


지난번 남미의 콜롬비아 갈때는 현지인에게 식탁의 냅킨위에 브로드만 지도를 그려주었더니

깜작 놀랐다. 이번 말레이지아 갈때는 아이들이 신나게 브로드만지도를 그리고 있다.


아침에 대형사고를 쳤다. 6살 동규의 피카소 브로드만 맵 사진을 넣으려다 글이 전부 날라 갔다.

이런 기계치 같은 이라구. 그래도 다행히 나의 해마영역이 작동하여 다시 글을 불러 왔다.


돌아오는 열차안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창밖으로 내어보기 훈련을 하며

비행기 안에서 있던 일을 기억해 보았다.


길위에서 공부하는 재미도 솔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