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세는 어떤 분위기를 갖는 공부 모임일까?'


흔히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 가운데 하나는 박자세는 무척 무미건조한 공부단체일 거라는 선입견이다. 수식이나 공식이 가득한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자세 속으로 한 걸음 들어가 보면 그건 편견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박자세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자.


지난 5일 박자세의 과학리딩 모임에서 회원들은 뇌과학의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브로드만(Broadmann)의 맵에 대해 공부했다. 브로도만의 맵은 두 가지로 나뉜다. 옆에서 본 그림과 내측(단면)에서 본 그림.

하지만 박자세 공부방에서 공부할 때는 그리는 순서 등을 아는 것 같지만 집에 와서 그려 보려고 하면 막막하기 이를 데 없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캄캄하다. 도대체 박문호 박사님이 설명해 줄 때는 다 알겠는데 집에만 오면 짧은 지식은 모두 사라진다. 답답하기 그지없다.

나도 브로드만의 맵의 드로잉 순서를 몰라 헤메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장영애 회원이 수업후기의 댓글에 초보들을 위한 그림순서를 자세하게 설명하는 글을 올린 것이 아닌가? ‘! 친절한 영애씨삼척동자도 이 글만 보면 따라할 수 있을 것처럼 설명했다. 초보들의 공부를 도와주려는 선배님의 넓은 마음이 느껴진다.


박자세에 공부하러 오는 사람은 참으로 다양하다. 연령별, 직업별, 전공별로 천양지차. 그런 사람 가운데 시각장애인도 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도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 왜냐면 주변에서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공부 도우미가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 이기호 회원의 경우를 보자. 이 회원이 다니는 곳에는 항상 정종실 회원이 함께 한다. 딱 달라붙어 있다. 박자세 공부방은 건물 3층에 있는데 계단이 많아서 시각장애인이 혼자 다니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회원은 걱정없다. 바로 정 회원때문이다.

요즘 박자세의 과학리딩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진행되는데 점심, 저녁식사를 하러 다닐 때 정 회원이 그림자처럼 에스코트한다. 팔짱을 끼고 '하나! 둘! 계단조심!'하면서 같이 다닌다. 두 사람은 둘이 아니고 하나다.


최근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사진관을 운영하는 장경란 회원은 그 동안 공부했던 뇌간의 구조 및 척수그림 35장을 A3로 출력해 회원들에게 나눠줬다. 박문호 박사님은 뇌간과 척수그림을 연결해서 자료로 활용하기도 했다. 한 회원은 이 그림을 집 공부방에 붙여놨다고 자랑했다.


전성태 회원은 지난 5, 본인 생일에 회원들의 저녁식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항상 부인과 함께 공부하는 전 회원은 공부 초보들에게 자상하게 가르쳐주는 박사님과 선배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공부방 옆에는 항상 간식이 넘쳐난다. 딸기, 사과, 귤 등 과일은 물론 빵 등을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해 놓는다. 나는 간식을 먹을 때마다 감사함과 고마움도 함께 음미한다.(이 기회를 빌어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박자세 공부방은 자연과학의 수식을 다루는 딱딱한 시멘트 공간이 아니라 사람사는 정이 흘러 넘치는 따뜻한 사랑방이다. 일요일이 기다려진다. 이 겨울 추위를 날려버릴 따뜻한 정이 가득한 박자세 공부방에 가고 싶다.

 

박자세 회원들의 식사모습.jpg


<박문호 박사님을 비롯한 박자세 회원들이 따뜻한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