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우유빛 같은 봄햇살을 받으며 변산으로 달렸다.
변산 대명리조트에 박사님 강연이 있었다.
일년에 한두번은 꼭 가보았던 서해안 해안도로 였었는데,
얼마만에 달려보는건지 기억에도 없다.
아마도 5년은 넘었는것 같기도 하고
변산오면 내소사 자동으로 들르게 된다.
언제나 그렇듯이
해질녘 내소사 봄풍경 글로 표현이 안된다.
꿈속을 다녀온듯~~
사진 한장 찍어주지않고~ 저 멀리 생각에 잠겨 가 버리는~ ㅎㅎ
폰 사진들입니다.^^
조서연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오규원 시인의 시집 '두두'에
있는 두 편의 시가 잠시 읽었는데 내 안을 떠나지 못하고 머물고 있습니다.
내소사의 겨울 저녘을 읽는데 이 두편의 시가 오버랩이 됩니다.
4월과 아침, 나무와 허공 이라는 시 입니다.
밤에 봄비가 내려 괜시리 올려다 보다 가로등 불빛에 빛나는
푸른 잎을 보았습니다. 어느새 그 자리에 돋아나 서스름없이
공간을 차지하고 앉아 있습니다.
사르르 사르르 내리는 봄비를 손으로 적셔다 맛을 보았습니다.
또 봄입니다.
4월과 아침
나무에서 생년월일이 같은 잎들이
와르르 태어나
잠시 서로 어리둥절해 하네
4월하고도 맑은 햇빛 쏟아지는 아침
나무와 허공
잎이 가지를 떠난다 하늘이
그 자리를 허공에 맡긴다.
사월 이십 칠일 , 사월의 끝자락이네요.
오늘 아침 잠시 자주 다니는 산에 들렀습니다.
연두 빛 여린 신록으로 숲이 가득 채워져 있고, 이른 햇살이 조용이 나무들을 깨우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슾 속에서 나도 풍경화의 일부가 되어 홀로이 서 있었습니다. 그들과 하나가 되어 보고자 집중하며 대화를 시도 해 봅니다. 일 단 산벚꽃을 가득 품은 채 쓰러져 누운 빗탈의 커다란 벚나무 일에 조의를 표하고 나서
멋지고 우아한 나무 등걸을 만져 보며 들어 봅니다. 나무도 이렇게 말하는 듯 함니다,그래, 니들은 우리 만큼 모른다. 생명이라는 게 얼마나 버거운 짐인지...
다시 길을 달려야 합니다. 푸른 오월을 향하여..
박사님 글이있어 올려 봅니다.
25년전(1988) 내소사에 갔다가 2006년도에 썼던 글입니다.
내소사 겨울 저녁 / 박문호
오박사가 대우 르망을 운전하며 내소사에 도착한 것은 1988년2월 초순 어느겨울 저녁이었다.
화순 운주사에서 오전내내 이른바 천불천탑의 고즐한 미소를 참배하고
곧장 서해안을 따라서 내소사에 도착 하였다.
내소사 대웅전 앞 마당에서 고목 한 그루 겨울 저녁에
적막 해 보였다.
아무도 없었다. 겨울 저녁 내소사는 선정속에서,쩡쩡이 침묵을 우려내고 있었다.
허전하고 배고픈 몸 천천히 이끌고 내소사 저녁 어스름 속으로 한발 한발 조심히 옮겨 다녔다.
병풍처럼 절 뒤편을 둘러싼 산은 화강암 밝은 흰색이 서글피도 찬연하였다.
대웅전은 고요하고 단아했다. 단청없는 맨 얼굴의 대웅전이 아무도없는 마당을 마주하며,
없는듯, 그곳에 정좌 했다. 오래된 범종이 조그마한 종각에 편히있고, 적당한 높이의 석탑은
대웅전 마당에서 홀로 쉬고 있었다. 모든 사물사이 손에 잡힐 것 같은 고요가 머물고 산과
절과 겨울이 만나서 시간 저편으로 희미하게 사라졌다.
'완벽한' 혹은 '흠없는' 이란 단어가 온몸에 가득했으나 표현되는 순간 이 저녁 공기 속으로
모두가 동참하는 선정 속으로 사라져 버릴것 같았다.
완벽한 아름다움은 지상의 것이 아니다.
지상의 존재는 적멸의 고요함에 무한히 접근할 뿐, 그곳에 도달하지 않는다.
만나지 않으나 무한히 가까워지는것 그것은 지상의 서글픈 아름다움이다.
그 겨울 저녁 변산반도의 한점 내소사는 지상의 존재가 아니었다.
내소사는 잠시 존재했다가 이르룸 속으로 사라진 재현되지 않을 적멸의
모습을 드러 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