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박자세( 2008년 당시, 백북스 )에 강석경 작가님이 신문에 기고하신 글 입니다.

 

 

[2008.10.14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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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지름길이 있을까? 누구나 지름길을 안다면 아이조차도 지름길을 택하겠지만, 삶은 결코 녹록지 않아서 우둔한 이는 먼 길을 헤매며 대가를 치르고, 명철한 이는 지혜로 그 노정을 축소한다. 나 같은 전자는 낭비 없는 삶의 형태를 보면 경탄하게 되는데, 소설가 박경리, 조각가 최종태 선생, 또 최근에 만나게 된 박문호 공학박사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의 공식 직함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이다. 대전에서 6년 전 시작된 '100 books club'을 이끌어가면서 자연과학독서운동을 펼치는 사회운동가이기도 한데, 이 독서모임은 서울에도 지부가 생길 정도로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나의 관심을 끈 것은 그가 주도하는 균형독서, 학습독서이다. 방향성 없는 독서로는 평생 지속하여 발전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지름길을 제시했다. 우리사회의 독서는 심각할 정도로 인문학 위주여서, 국회도서관에서도 자연과학 책 대출이 거의 없다고 한다. 과학의 힘으로 우주시대가 열리게 되었건만, 이런 지식의 편식이 물리적 세계관의 형성을 가로막아온 것이 아닐까? 모든 분야의 토대가 되는 자연과학을 모르면 제한된 인식 내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좁은 인식의 틀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자연과학적 사고이다.

지난 토요일 대전의 100 books 독서모임에 참가했다. 80여명의 회원들이 참가했고, 4명의 회원이 '마음의 역사' '역동적 기억' '유뇌론' 등의 책을 읽고 발표했다. "이런 책들이 지상에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라는 선생의 말은 진리에 대한 욕구를 일으키고, 인식욕이 넘치는 강의실 분위기는 진지하고 아름다웠다. 화학박사인 한 회원은 발표를 하면서 자기 전공과 다른 책의 핵심을 잡아내는 어려움을 토로했는데, 그녀는 지난해 불교 TV에서 28회에 걸쳐 방영된 선생의 '뇌와 생각의 출현'이란 강의를 듣고 전체를 꿰뚫는 자연과학자에 대한 경외심으로 이 독서운동에 동참했다.

기계설계를 전공한 40대 회원은 역시 뇌에 대한 강의를 들은 후 이 모임에 참여했는데, 강의 중 우주의 역사에 대한 말을 들었을 땐 숨이 멎는 듯했다. 우주의 끝은 어디인가? 어떻게 시작되는가? 그는 젊은 날부터 늘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관심을 가졌는데, 어린 딸도 물었다. "아빠, 나는 왜 나일까?"

그가 읽은 책 제목 그대로 '인간은 뇌이다'. 이 죽 같은 물질에서 성격과 마음이 생성된다는 것. 내 몸 속에 35억년간의 기록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우주의 출발부터 시작하는 선생의 보석 같은 강의에 100여권의 자연과학 추천서를 읽으며 전체를 공부하니 갈증이 풀렸다. 어느 책을 읽곤 전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인생의 꿈이 바뀌었다.

매달 한 번씩 모임을 가지면 새벽 3∼4시까지 선생과 망원경으로 별이 탄생되는 자리를 바라보고, 모두 눈을 빛내는데, 이 모임의 중심으로 흐르는 강이 있어, 다 한 학교를 졸업한 동창들같이 느끼곤 한다. 100 books에서 삶의 지름길을 찾은 그는 이런 시를 사이트에 올렸다.

이 세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우주의 그 처음과 크기를

인간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죽음이 왜 있는지를

생명이 끝난 후에 어디로 가는지를

그리고 나의 뇌가 왜? 이러한 궁금증을 갖는지를

더 이상 무엇이 궁금한가?

강석경(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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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경 작가님은 2009년 서호주 탐사에 참여하셨습니다.
 
서호주의 피너클스에서 찍은 단체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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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른쪽 아래에 범념스님과 함께 앉은 강석경 작가님이 박문호 박사님의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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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올해 실크로드 학습탐사에도 함께 다녀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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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호 박사님과 강석경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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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경 작가님의 동리문학상 수상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