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고지에서 숙영한 날, 나는 식사 당번이었다. 전날부터 감기기운이 살짝 있던 터라 옷을 많이 껴입고 텐트 밖으로 나갔다. 새벽녘의 쌀쌀한 밤공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입김이 싸하게 올라왔다. 미역국과 햇반 등을 준비했다. 국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버스 안에서 커피를 마시며 추위를 달랬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전날 약사님이 주신 약이 별로 효과가 없어서 이튿날에는 조제해 주신 약을 먹었다.(이동하는 동안 차 안에서 잠을 무지 많이 잔 것 같다. 그래서였는지 나중엔 좀 괜찮아졌다) 양약은 물론 한약에 간호사와 내과 전문의가 함께 한 학습탐사라니……. 정말 대단한 팀의 구성원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서울의 낮 기온은 35도를 오르내린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나 있는 곳은 영하권이었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아침식사를 마친 후 아침강의 시간에는 별자리 공부가 이어졌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그랬는지 이날 아침에는 집중이 잘 되지 않아 메모를 많이 못했다. 전날 밤, 침낭을 둘러쓰고 별을 보았기 때문에 주계열성 별자리와 태양을 중심으로 한 빛의 밝기와 온도 등의 도표를 반복 학습했다.


아르항가이 2400고지에서 다음으로 이동할 장소는 바이양홍고르였다. 우보가 있는 경계지점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출발하였는데 우리가 닿은 장소는 아이만 이라는 작은 소도시였다. 몽골의 유목민들은 출산을 앞두고 있을 경우 한 달 전에 도시로 나와 있다가 아기를 낳은 뒤 다시 게르로 돌아간다고 한다.


바위가 눈에 띄게 많은 초원에 이르러 버스가 정차했다. 대부분의 바위들은 화강암이라고 했다. 몸이 피곤해서인지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뒷정리를 한 다음에 버스를 탔다. 몽골의 성산이라고 불리우는 복드산 있는 근처까지 버스는 달리고 또 달렸다. 오래도록 버스를 탔고, 버스만 타면 잠이 쏟아졌다. 간이 주유소가 있는 마을에 이르러서도 나는 잠깐 밖을 거닐다가 버스 안으로 올랐다.

낮에 익반죽 해놓은 수제비가 저녁 메뉴였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맛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들깨가루를 넣은 수제비의 맛은 아닌 게 아니라 일품이었다. 매일같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식사메뉴를 정하고, 앞서 준비하신 사모님의 마음이야말로 자식들 챙기는 엄마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식사당번을 하고 보니 난 큰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곁에서 보고 정말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든 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