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세 서래마을 공부방에서 하루를 보낸 첫날, ‘신세계를 경험한 기분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뭔 공부를 남들이 다 쉬는 일요일에, 그것도 한 두시간도 아니고 10시간이나 할까?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라니? 뭐 이상한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 박자세의 공부 현장속으로 들어가보니, 그런 박자세 회원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리더인 박문호 박사님의 강의는 물론이고 기존에 공부한 것을 발표하는 4명의 발표 분위기는 시종일관 진지했다. 그러니 무려 10시간 동안 단 한 사람도 흐트러지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공부 열기로 똘똘 뭉쳐서 다른 나태한 기운이 스며들 여지를 주지 않는 것 같았다. 공연히 졸립다고 하품이라도 하면 다른 사람들의 면학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 같았다. 한 회원이 얘기한 “10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는 말에 나도 한 표를 던진다.

 

사무실에서 마련한 따스한 차도 좋았지만 사람들의 표정과 시선이 더 좋다.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마음도 따스한가? 라는 논문제목으로 어떨까?

 

따스함과 함께 다가온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열정’. 10대부터 70대까지 모든 연령대를 포함한 과학 리딩 모임은 뜨거움 그 자체였다. 난방기구를 따로 놓을 공간도 없었지만 사람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공부 열기로 별도의 난방은 필요없다.

 

오전 3시간의 열공이 끝난 후의 점심시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점심메뉴가 피자가아닌가? 뜻밖의 메뉴에 사실 좀 놀랐다. 어쨌든 맛있게 피자를 먹었다. 모두 오후에도 열심히 공부하려면 일단 먹어둬야 한다는 표정이다. 피자를 먹고, 피자대신 뇌과학 공부를 복습하며 식사를 했다.

 

오후 들어서도 여전히 공부 열기는 뜨거웠지만 천근만근 내려오는 눈꺼풀을 어쩔 수 없는 일. 그러자 하나 둘씩 서서 공부한다. 10여명이 서서 열공중이다. 때맞춰 박문호 박사님은 학습은 최악의 조건에서 효과만점이라며 맞장구를 친다. 이 모임, 보면 볼수록 가관이다.

 

아름다운 모습을 목격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옆의 동료가 오후 들어 힘들어하자 한 회원은 보온병에 담아온 이름모를, 뭔가 좋은 것임에 분명한 차를 건네며 힘내라고 응원한다.

 

박문호 박사님은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지 못할 때는 기마자세로 책을 본다고 깨알자랑하며,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해야 머리에 오래 남는다는 말로 회원들을 달랜다. 그는 불편하지만 생산적인 환경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이날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다음 학습날짜를 정하는 종례시간. 다음주 일요일이 크리스마스이고 그 다음주는 11일 신정박사님은 공부에는 휴일이 없다는 논리로 무조건 공부를 할 것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협안안으로 나온 것이 크리스마스때는 공부하고, 신정때는 하루 휴일이다.

 

남들이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 아기예수 오신 날을 찬양할 때 우리 회원들은 서래마을에서 뇌과학 용어를 목청껏 외치며 공부할 게 뻔하다. 벌써 공부하는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