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에 온 김홍신 "인생의 진정한 가치는 재미"

제40차 대전벤처CEO포럼서 특유의 입담으로 '행복론' 강연

"열등감과 비교의식으로 재미없게 살아…잘놀지 못하면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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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일 열린 대전벤처CEO포럼에서 김홍신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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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믿으십니까? 저는 이게 기적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전벤처CEO포럼이 25일 오후 서구 만년동 VIP웨딩홀에서 개최됐다. 2007년 시작돼 어느덧 마흔 번째를 맞은 이번 포럼의 서두는 40회 개최를 기념하는 감동적인 영상물이 장식했다. 

화면 속에서는 60~70년대의 빈곤한 생활상, 광부·간호사와 파월장병의 송금으로 건설된 고속도로, 남쪽 해안선을 뒤바꾼 중화학공업 단지, 중동진출과 무역수출에 땀흘리는 산업전사들, 그리고 한국인 최초의 축제로 기억되는 2002월드컵 등 오로지 맨주먹으로 시작해 유수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 반세기의 기적적인 장면들이 흘러나왔고, '지금보다 더 낳은 나라를 후손에게 물려줄 책임이 바로 여러분에게 있다'는 클로징멘트는 영상 속 시대를 고스란히 함께해온 포럼 참석 기업인들의 표정을 숙연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포럼은 이익우 젬벡스앤카엘 회장의 '성공CEO좌담'으로 이어졌다. 그는 "1947년생인 저 역시 앞서 본 영상 속의 세대"라며 "이 자리를 빌려 후배 기업인들께 우리 세대가 전하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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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우 젬백스앤카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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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여러분을 포함한 우리 세대는 누군가의 말처럼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한편으론 자녀에게 배척되는 첫 번째 세대다. 오로지 성공만 바라보며 맹렬하게 달려온 취약한 세대"라며 "이제 마음을 다스리고 깨달음에 관심 가질 것"을 권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본인이 경험했던 특별한 5박6일의 시간을 소개했다.

"평생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가족과도 소원해지고 또 자의반타의반으로 2년 정도 쉬게 된 적이 있다. 회갑을 앞두고 있던 그때 한 명상프로그램을 소개받게 되었는데 글쎄 하루 종일 잠도 안 재우고 이런 질문만 하더라. 너는 누구냐?" 

이 회장은 당시 받은 충격을 이렇게 설명한다. "해머로 맞은 느낌이었다. 재우지도 않았지만 잠도 오지 않았다. 59세가 되도록 살았지만 나에 대해서도, 가족에 대해서도, 그리고 내 정신과 영혼에 대해서도 답할 게 별로 없었다."

그 일을 계기로 이 회장은 계속해 마음 속 갈증을 풀기 위한 내면 여행에 나섰다. 그는 "내가 누구냐에 대한 탐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나는 종교인도 아니고 깨달은 사람도 아니다. 다만 여러분과 같이 비즈니스에 종사했던 선배로서 후배들께 꼭 전하고 싶은 영업비밀이 있다"고 말한 뒤 참석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반문했다. "여러분들은 이 세상에 무엇을 하러 왔는가?" 

이 회장은 "왜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된 삶인지를 고민해보기를 여러분에게 청한다"며 "영혼을 보살피고 닦는 일이 나의 존재이유이고 목적이란 것을 알게 된 이후 아내와 가족, 또 직원들과 겪고 있었던 많은 어려움들이 해소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 '카르마 경영'(원제 '삶의 방식')을 삶의 지침서로 권한 뒤 "하루하루 마음을 닦는 삶이 우리가 다함께 가야하는 길이 아닌가"란 물음으로 맺음말을 대신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 김홍신 작가…"인생에 정답은 없다, 명답이 있을 뿐"

이익우 회장에 이어 '인생에도 사용설명서가 있다'란 제목으로 본강연을 시작한 김홍신 건국대 석좌교수는 유명 소설가다운 특유의 묘사와 비유로 좌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김 교수는 "인생에 정답이 없는데 인간은 정답을 찾으려 쓸 데 없는 노력을 하기 때문에 평생 고생"이라며 "물건은 똑같은 사용설명서가 가능하지만 인간은 같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러니 정답 대신 인생의 명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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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 교수의 행복론 강의에 집중하고 있는 대전벤처CEO들.   ⓒ2012 HelloDD.com


김 교수는 특히 "재미야말로 인생의 진정한 가치"라고 강조하며 양치질을 예로 들었다. 그는 "양치질은 3분이 좋다는데 한번 시계를 옆에 두고 확인해보라. 그럼 3분이 얼마나 긴지 알게 될 것"이라며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이유는 양치질이 대개 억지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래방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건 한 시간도 부족해 시간추가를 외치는 것을 생각하면 재미있고 없음의 근본적인 차이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생은 재미있게 잘 놀다 가지 않으면 불법"이란 말로 청중의 웃음을 자아낸 뒤 "한국인은 그동안 애타게 살았을 뿐 잘 놀지도 못하고 재미도 없이 살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 이유를 "열등감과 비교의식"에서 찾았다.

"남보다 잘 살아야 하고, 남의 아이들보다 잘 키워야 하고, 남들처럼 아파트도 있어야 하고, 차도 있어야 했다. 그렇게 늘 열등감에 휩싸여 비교만 하며 살다보니 한국인은 늘 애타게 살아야 했다."

김 교수는 열등감과 비교의식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설명하며 다음처럼 미국 심리학계의 논문도 인용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 메달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행복감에 대해 조사한 결과 가장 행복감이 큰 집단은 동메달을 딴 선수들이었고 가장 불행하다고 느낀 집단은 뜻밖에도 은메달리스트들이었다. 동메달 선수들은 순위권 밖의 선수들을 보았고 은메달 선수들은 자기보다 높은 단상의 금메달리스트만 보였던 거다." 

김 교수는 행복을 위해서 "생각의 방향을 바꿀 것, 그리고 자유로울 것"을 참석자들에게 권했다. 그는 "인간의 타고난 습성은 용수철 같아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며 "나를 바꾸려는 노력은 너무 어려워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갈 뿐이다. 그러니 생긴 꼴을 바꾸려 하지 말고 튀려는 방향을 바꾸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생각과 마음을 바꾸자"는 것이다. 

관련해 그는 친분이 있는 배우들과의 대화내용을 소개해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박정자와 손숙이라는 연극계의 두 거물, 그리고 영화배우 안성기와 얘기를 나눠보니 악역을 맡느냐 착한 역을 맡느냐에 따라 실제 배우의 몸 상태가 악화되기도 하고 좋아지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얘기를 들으며 생각을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함을 새삼 다시 느꼈다."

이어 김 교수는 특히 다른 사람을 향한 미움, 분노, 열등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마음에 담지 말라며 "음식쓰레기처럼 부패한 마음은 결국 자기에게 독이 된다"고 경고했다. 또한 "행복하기 위해서는 남의 가슴 아프게만 하지 말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하고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교수는 이집트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를 소개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집트에서는 죽으면 사자가 단 두 마디를 묻는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살아 있을 때 기뻤는가?', 두 번째는 '남도 기쁘게 했는가?'랍니다. 나도 기쁘고 남도 기쁜 자유, 그리고 보람있는 일을 통해 진정한 행복과 평화를 누리시길 바랍니다." 


<대덕넷 조수현 기자> steady@HelloDD.com



"여러분들은 이 세상에 무엇을 하러 왔는가?"

"왜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된 삶인가?"

이익우 회장님의 질문이 계속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