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과학상, 작지만 큰일
기사입력 2015.03.10 17:52:43 | 최종수정 2015.03.10 18: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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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구실을 할까요? 오늘의 한국이 오기까지 과학기술이 이바지했을까요? 우리에게 과학기술자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요? 주말에도 밤새 연구실을 지키는 사람이 과학자요, 기름 밴 작업복을 입고 공장을 누비는 사람이 기술자라고 떠올립니까?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에게서 떠올리는 인상과 어떻게 다릅니까? 

앞으로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려면 과학기술이 중요합니까? 과학기술이 중요하다고 답하면서, 우리 사회는 과학기술자를 어떻게 대우해왔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들은 과학기술을 좋아해서, 자기 적성에 맞아서 자기 길을 걸어왔습니다. 우리나라는 그들에 힘입어 지금에 왔습니다. 그들이 이바지한 것에 비해 우리는 그들을 참 푸대접해왔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과학기술자의 위상이 낮다는 뜻입니다. 이제는 그 길을 좋아해도, 자기 적성에 맞아도 안 가려고 합니다. 부모는 자기 아들딸을 이공계로 보내려 하지 않습니다. 이공계 기피 현상입니다. 해결해야 합니다. 해결법은 쉽습니다. 그 길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 길을 가도 되게 사회 위상을 바로잡으면 됩니다. 

3월 6일 유미과학문화상을 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송만호·김원호 변리사 두 분이 사재를 출자하고, 특허법인이 운영비를 대어 해마다 과학문화상을 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의 기초가 부실하고 과학적이지 못한 점이 많은데, 과학 지식을 널리 알리는 데 이바지한 사람을 격려하는 상입니다. 

과학기술을 걷는 길이 힘들더라도 자기가 좋아서, 자기 적성에 맞아서 가는 사람을 `한 사람`이라도 더 찾아내 힘을 북돋워주는 것입니다. 별로 티 나지 않습니다. 애쓴 것만큼 크게 우러러볼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 일은 참 중요합니다. 첫째 수상자로 `(사)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을 뽑았습니다. 

이 일을 시작한 유미과학문화재단이 참 고맙습니다. 이런 뜻을 가진 사람이 한 분 더 늘어나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넉넉해지겠지요. 사람들은 대개 급한 일에 매달립니다. 과학기술은 급하지 않지만 중요합니다. 중요한 일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챙겨야 합니다. 조용히 챙기는 사람이 있기에 우리 사회의 희망을 봅니다. 

[고영회 대한변리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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