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사·동작·행동의 구분…뇌과학 이해하는 일"

27일 한국한의학연구원서 제8차 뇌과학 강연
박문호 박사 "의미·의도 합쳐져 행동이 된다"
기획기사

입력 : 201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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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한의학연 강당에서 제8차 뇌과학 강연이 진행됐다.
ⓒ2012 HelloDD.com
"반사와 동작, 행동이 어떻게 다른지 아십니까?"

27일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최승훈) 강당에서 열린 제8차 뇌과학 강연을 시작하면서 박문호 (ETRI책임연구원)박사가 수강생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박 박사는 이번 강의의 주제가 바로 '반사, 동작, 행동'이라며 이를 구분하는 것이 뇌를 이해하는 핵심 사항임을 강조했다.

▲박문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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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반사는 척수 중심이다. 예를 들면 안면구강반사가 있는데, 하품, 재채기, 삼키기, 구토 등이 반사에 속한다"며 "그러면 동작은 뭘까? 우리가 흔히 손동작, 몸동작이라고 말하는데, 반사가 모여 동작이 된다. 여기서의 동작은 17개의 M1(1차 운동영역)과 대뇌기저핵, 시상이 관련돼 대뇌피질에서 내려지는 운동명령에 의해 하게 되는 움직임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뇌피질 모식도를 그리며 "대뇌피질에 직장·방광, 발가락, 하자, 상지, 가슴·배, 어깨, 팔, 손, 소지, 약지, 중지, 검지, 엄지, 목·얼굴, 혀, 턱, 인두·후두 순으로 M1이 자리하고 있다"며 "이들 M1에서 나온 신경다발은 대뇌기저핵과 시상을 거쳐 상구를 지나고 다발 중 일부, 10% 정도는 8번 뇌신경을 제외한 3~12번 뇌신경에 도달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박 박사는 "나머지 90%의 굵은 신경다발은 교차한 후 척수로 내려가고 각 기관을 움직이게 한다. 이것이 동작이다. 교감신경에서 나온 움직임 외에 거의 모든 움직임은 이 시스템에 의한 것"이라며 "대뇌피질에는 다양한 운동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많은 프로그램 가운데 어떤 운동 명령을 내리느냐를 대뇌기저핵이 담당한다"고 강조했다.

대뇌피질과 대뇌기저핵이 어떤 경로를 통해 운동을 선택하는지에 대해 박 박사는 세부 구조를 그리며 설명했다. 박 박사는 "대뇌피질의 신경이 조가비핵에 시냅스한 이후 GPi(창백내핵)에 억제성 시냅스를 한다. 여기서 다시 시상(VA/VL)으로 억제성 시냅스된 후 시상에서 대뇌피질로 시냅스한다. 이게 동작을 만드는 직접 경로"라고 말했다.

그는 또 "흑질 SNC(치밀부)와 SNR(그물부)에서 나온 도파민 성분이 기저핵 회로에 있는 2가지 종류의 수용체 d1과 d2에 결합돼 운동피질의 활동을 강화시키기도 하는데, 이것이 간접경로"라고 언급했다.

이어 "흑질의 도파민 공급이 강한가, 약한가에 따라 각 시상의 흥분과 억제의 정도가 달라진다"며 "도파민 공급이 약하면 파킨슨병이 되고 너무 강하면 헌팅톤병이 된다"고 밝혔다.

▲대뇌피질에서의 M1의 위치 모식도(사진 왼쪽)와 파킨슨병과 헌팅톤병의 유병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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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문호 박사는 "에델만에 따르면 브레인 시스템은 3가지다. 하나는 Reticular Formation에 따른 '상행투사 시스템'으로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등의 물질에 의해 뇌가 깨어있게 되는 시스템"이라며 이어 "그 다음으로 깨어 있는 의식에 내용을 만들어주는 시상과 대뇌피질의 '상호투사 시스템'이 있다. 나머지 하나는 대뇌기저핵이 관여해 운동을 선택하게 하는 '상호다중억제 시스템'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행동은 의식이 성립된 이후에 할 수 있는 것이다. 의도가 있는 동작에 의미가 부여되면서 행동이 된다. 또 행동은 본능적 행동과 학습적 행동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학습적 행동은 기억회로가 중요하다"며 "숲에서 뱀을 봤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도망친다. 이때까지는 본능적 행동이다. 하지만 도망치면서 '저게 뭐지'하고 다시 살핀 후에 뱀이 아니면 달리기를 멈추고 뱀이면 달리는 것이 학습적 행동"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 박사는 전전두엽과 유두체, 편도체와 해마형성체, 뇌궁, 대상회 등의 구조를 그리며 다시금 기억의 회로를 설명했다.

그는 "인간은 생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했다. 초식만 했던 원시 유인원들은 모두 멸종했다. 그러나 육식을 한 유인원은 진화를 거쳐 현생 인류가 됐다"며 "단백질을 섭취하면서 대뇌피질이 엄청나게 커지기도 했지만 사자 등의 맹수가 남긴 고기를 먹는 과정에서 주변을 살피고 집중하는 능력이 좋아지면서 두뇌가 발달했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주위 집중력뿐 아니라 빨간 열매를 찾기 위해 색깔을 구분하는 능력도 생겼다"며 인간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대 지구의 역사까지도 공부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강연 말미에 박 박사는 "운동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은 시각, 청각과 같은 감각에 의해 기억회로가 작동하고 이로써 운동을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학습된 운동을 통해 행동이 발달하게 된다. '동작발달'이란 말이 없는 것도 바로 동작에는 기억의 메카니즘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인과 전문가가 구분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이며 전문가가 되려면 강하고, 정확하고, 신속하게 훈련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강연'은 오는 12월 11일까지 한국한의학연구원 강당에서 진행되며 9회차 강연은 오는 12월 4일 진행될 예정이다.

▲전전두엽과 대상회, 뇌궁, 편도체 등이 그려진 기억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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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중간 쉬는 시간과 강연을 마친 후에는 어김없이 수강생들이 그림 사진을 찍는데 열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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