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 건사하는 고양이들..
하얀놈 이름이 마요다. 1년전에 아이들 학교 가정에서 분양받은 숫놈이다.

애들 성화에 데려왔건만 난 사실 동물들 별로다. 보는 건 좋아하는데 키우는 재주는 없다. 아내도 그닥이고 더더욱 집의 어른이 아예 질색하신다.

데려오긴 했는데 집안에 들여놓을 수 없어서 별 수없이 바깥 서재에 갖다놨다.

키우기 시작한지 얼마 안돼 바깥 출입을 왕성히 하더니 아뿔사 지보다 어린 놈을 데려온다. 오른쪽 옆에서 먹이 먹고 있는걸 지켜보는 놈이 그놈이고 ..암컷이다. 애들이 지은 이름이 네로다.. 그러더니 또 한마리 데리고 온다. 태어날 적부터 사람 손을 타지 않은 탓인지 엄청 경계가 심하고 옆에 가면 도망간다. 그러려니 하고 같이 건사했는데 한놈은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다.

1년쯤 지나서 어른이 되었다. 애들이 서로 짝이 되길 바란듯했고 염원대로 네로의 배가 슬슬불러온다.


그러던 중 네로가 며칠 나가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더니 새끼 두마리를 델꼬 들어오지 않는가? 첨엔 마요와 관계하여 낳은 새끼인지 알았다. 그런데 웬걸 마요가 집에 오기전에 집근처를 터주대감마냥 행사하던 숫컷이 있었는데 그놈 새끼가 분명한게 아닌가? 어미랑 털색깔이 같은 놈이 후추이고 노란색이 렌지란 놈이다. 어미만 봐선 구별이 안됐는데 렌지가 지 에비하고 거의 똑같은 오렌지털 색깔이다.



마요란 놈보다 우리 식구들의 배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당장 내 쫓자는 나의 주장에 그래도 애들이 불쌍타고 거두잖다. 

난 새끼들보다 마요가 더 불쌍했다^^

마요란 놈 어리석기도 하나 참 착하다. 지 새끼도 아닌데 새끼들 애비가 근처에 어슬렁거리면 렌지와 후추를 대신하여 이빨 드러내며 씩씩거리며 대적한다. 예전에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기 바빴는데 말이다.

지 에미인 네로는 새끼들한테 먹이 양보하고 멀치감치 지켜보는데.. 두놈이 마요의 밥통에 얼굴 디밀며 먹이를 같이 먹어도 상관 없는냥 하는 마요가 친아빠 같긴 하다. 그 모습도 아련해서 밥그릇을 나누어 주고있다.

그나저나 저놈들 엄청 먹어댄다. 20키로 사료가 보름을 못간다. 그런데 은근 걱정인게 저놈들 쫌 지나면 또 새끼들 칠텐데 어떻하지 걱정되어 동물보호소에 델다줄까 떠 봤다가 애들이 길길이 날뛰는 바람에 말도 못 꺼낸다. 저 놈들 밥주고 한번씩 서재에 싸내는 오물 치우는 건 거의 내가 다하는데 말이다....분명히 난 캣맘이 체질 아니데 참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