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대전 한의학연서 열린 제9강 관련 기사입니다.

저녁 6시 30분부터 밤 11시까지 강의가 이어졌다고 합니다.

한의학 강의도 다음 주 화요일(12/11)이 마지막 10강이네요.

 

'생각'은 랭귀지 리허설…"자신의 속말에 귀기울여야"

4일 제9차 뇌과학 강연 한의학연서 열려…혹한 이긴 뇌공부 열풍
박문호 박사 "생각에는 목적성이 있어야"
기획기사

입력 : 201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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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한의학연 강당에서 열린 9차 뇌과학 강연에서 박문호 박사가 뇌구조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12 HelloDD.com
"생각은 랭귀지 리허설이다!"

4일 혹한에도 불구하고 속속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최승훈) 강당에 모인 수강생들에게 박문호(ETRI책임연구원)박사가 강조한 말이다.

박 박사는 이날 뇌의 여러 단면과 대뇌 각 영역의 구조를 그리며 '생각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수강생들과 진지하게 탐구해 나갔다.

시상과 시상하부, 교뇌, 연수, 소뇌 등의 구조와 단면, 시상하부의 세부 구조를 그리며 박 박사는 "뇌를 안다는 것은 뇌 구조를 아는 것"이라며 "구조를 알면 기능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되고 기능을 알면 뇌과학 전부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뇌구조 그리기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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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뇌 단면 구조 그림들.
ⓒ2012 HelloDD.com

이어 그는 '생각이 뭘까?'를 생각해 봤느냐고 질문한 후 "생각의 정의를 물을 게 아니라 생각의 양태를 분류해야 한다"며 "가만히 보면 우리가 생각을 할 때는 속으로 중얼거리게 된다. 이게 바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중얼거림, 속말이 없다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이렇게 중얼거릴 때, 속말을 하고 있는 때는 분명 그 말을 듣고 있는 나 자신이 있다. 속말을 하고 있는 자신을 느끼는 순간이 바로 '사고(思考)'를 하는 때"라며 "그래서 '생각은 랭귀지 리허설'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박사에 따르면 생각을 한다는 것은 내부 화자와 내부 청자의 대화이며 기억의 창고에 많은 정보들이 들어 있으면 문제의 해답은 쉽게 찾아진다. 또, 하나의 생각은 다른 생각을 불러오는데, 한 가지 생각을 오래 한다는 것은 기억의 창고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의미한 기억을 불러오는 일이다.

그는 "자기 내부의 말을 얼마나 듣고 있느냐, 집중하느냐에 따라 문제 해결 혹은 목적 달성을 더 빨리, 더 쉽게 할 수 있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을 살펴보면 바로 랭귀지 리허설을 잘 하는 학생, 자신의 속말을 잘 듣는 학생인 것을 알 수 있다"며 "대신 생각에는 반드시 목적성이 있어야 한다. 목적 없는 생각 혹은 상상은 공상일 뿐이며 창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생각의 매커니즘에 대한 설명에 이어 박 박사는 대뇌피질 각 영역이 담당하고 있는 기능을 그림으로 소개해나갔다.

박 박사는 "대뇌피질의 중심선을 기준으로 앞쪽은 운동, 뒷쪽은 감각 기능을 갖고 있다"며 "보다 세부적으로는 후두엽의 대부분은 시각을 담당하고 있으며 측두엽은 청각을 비롯해서 사물의 명칭을 담당한다. 또 전두엽은 운동을 계획하고 사고하는 영역이며 전두엽 앞쪽에는 감정과 동기를 담당하는 영역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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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뇌피질의 각 영역별 담당 기능(사진 왼쪽)과 브로카와 베르니케 영역의 구조.
ⓒ2012 HelloDD.com
이어 그는 전두엽과 인접한 브로카(Broca)영역과 측두엽 안쪽에 자리한 베르니케(Wernicke)영역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브로카 영역은 말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언어영역이지만 단순 언어영역은 아니다"라며 "이 브로카 영역 옆에 감정과 동기에 대한 영역이 있는데, 이 때문에 감정이 격해지면 발성, 즉 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다. 특히 놀랐을 경우 절로 소리가 난다. 구조를 알면 기능 이해도 쉽다는 게 바로 이런 경우다"라고 역설했다.

박 박사에 따르면 이렇게 격해진 감정에 의해 발성된 소리를 제대로 조절하기 위해 성대와 같은 발성기관이 생기게 됐으며 놀랐을 때 내는 소리가 언어의 기원이 됐다.

그는 브로카 영역과 함께 언어중추로 알려진 베르니케 영역에 대해 설명하며 "베르니케 영역은 그 위치가 시각영역은 물론이고 청각영역과도 가깝고 체감각 영역과도 인접해있다"며 "때문에 베르니케 영역은 지각과 기억이 연결돼 있어서 이 부분에 이상이 생기면 훨씬 심각한 실어증 증세를 보인다"고 소개했다.

그는 브로카 영역의 이상으로 오는 실어증 유형으로 발음장애, 실(失)명칭, 실(失)문법이 있다면서 이어서 "베르니케 영역 이상으로 오는 실어증 유형으로는 소리재연, 즉 소리를 따라하지 못하는 경우, 단어의 의미를 해석하지 못하는 경우, 생각을 단어로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 브로카 영역에서 베르니케 영역으로 전달되는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아무런 뜻이 없는 비단어의 반복을 따라하지 못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브로카와 베르니케 영역에 대한 설명을 하며 박 박사는 "이들 언어영역이 시각, 청각, 체감각 영역과 가까운 것과 같이 언어는 이 세 감각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연의 소리와 같은 비단어들을 따라하던 인간의 조상들이 사회를 이뤄 살아가면서 이런 비단어들을 계속 리허설해 언어가 발달했고, 사회적 합의에 의해 의미를 가진 단어가 됐다. 그리고 우리는 그 단어들을 갖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박 박사는 꼬리핵과 대뇌기저핵의 감정회로, 인지회로를 그리며 이런 회로들을 통해 기계적 동작이 행동이 되는 것을 설명했다. 또 시·청각 및 연합감각이 모두 연결돼 있는 편도체의 핵을 그리며 이들의 기능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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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호 박사는 인간 현상을 이해하려면 뇌과학 뿐 아니라 지구의 역사도 알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2012 HelloDD.com

강연 말미에 박 박사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 지구에서 살 수 있게 된 계기는 페름기 말기에 마그마의 대규모 방출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당시 지구 대기 중 30%의 산소가 급속히 준 것이 공룡이 사라지는 데 일조했고, 공룡의 위협이 사라지면서 인간과 같은 포유류가 득세할 수 있었다. 인간의 눈은 더 정밀해졌고, 언어도 발달하게 됐다. 인간 현상이 이렇게 오래전에 있었던 한 사건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고 피력했다.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언어가 생기게 된 것도 지구 전체의 역사 중에서는 최근 사건이라는 설명에 수강생들은 저마다 거대한 자연 속의 인간에 대해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지난 8월부터 계속된 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강연'은 오는 11일 10회차 강연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마지막 뇌과학 강연 역시 한의학연 강당에서 오후 6시30분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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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가 끝난 후에도 뇌 구조 그림의 사진을 찍고 박 박사의 설명을 듣는 수강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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