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문해주던 회사를 방문했는데, 뜻하지 않게 기인을 만났다.

그 사람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위해서 도움이 필요하다며 여러가지 후원을 부탁하였다.


매일 100km씩 달려 중국의 우루무치에서 출발하여 광조우로 내려왔다가 다시 상해를 거쳐 북경을 거치고 북한으로 와서 남한을 거쳐 일본 동경까지 장장 12,000Km를 123일간 달리고 싶으니, 경비등 후원해달라고 하였다.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고 맨몸으로 달리겠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웃음만 나왔다.

아니 마라톤 코스 42.195km를 일주일에 두번 뛰는 사람도 초인이라 불리는데, 매일 100km를 달린다니 말이 나오질 않았다. 하도 기가막혀서 나이를 물으니 61세라고 대답한다.

비웃음이 절반쯤 섞인 말투로 대화를 시작하였는데, 갈수록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은 이야기만 늘어 놓았다.


데쓰벨리 450km를 맨몸으로 달리고 싶다고 한다.

호주대륙 한바퀴를 달리고 싶고 서울에서 출발하여 아시아에서 유럽까지 달리고 싶단다.

급기야는 32개국 32,000km를 달리겠다고 한다.


이미 지도에 자기가 달릴 코스를 표시해서 진지하게 말하는 모습에 그간의 기록을 말해달라고 했다. 

주로 지리산에서 훈련을 하는데, 지리산 정상 천왕봉까지 45km코스는 10시간만에 왕복 주파한다고 한다. 

부산까지는 3일이면 달려서 갈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20년전에 이미 전국 1,400km를 27일만에 주파했다고 한다.

미국, 호주, 유럽 전세계의 마라톤대회에 많이 참가했으나,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고 나면 싱거워서 더이상 마라톤에는 흥미를 잃어버렸다고 하였다. 


이쯤되니 인정을 안할 수 없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을 만난 기분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차분히 여쭤보았다.

자신은 어려서부터 달리기가 좋았고, 축구선수, 태권도 선수를 하였고, 전세계 주파를 위해서 20년전부터 훈련을 해왔고, IMF시절에 후원이 성사되어 시작할려는데, 후원사 부도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도 후원사를 찾기위해 백방으로 알아보는 중 이라고 한다.


결혼도 안하고 오직 달리기 위해서만 인생을 살아왔다고 한다. 

달리기위해서 일용직을 하고있다고 한다.


한가지 자료를 보여주었다.

자기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고, 이미 선진국에서는 이런 취미를 행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며 호주에서는 50대 남자가 233일간 17,000km를 달려 호주대륙을 한바퀴 완주한 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하루 70km정도 속도로 달렸는데, 자기는 1일 100km의 속도로 달리고 싶다고 하였다.


이 사람 이름이 안종일이다.


인간 지구력의 한계를 시험한다고 하는 마라톤의 기원에 대하여 모두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기원전 400년에 42km를 달리고 죽었던 인간이 2,50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이렇게 달리고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진화한 것이다.


이 마라토너와 박자세가 동일한 냄새를 풍긴다.

끝없는 훈련과 자기진화.


이 꿈 이루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