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95년 2월 20일 여몽(如夢) 이지영(44) 씨는 죽기로 결심했다. 출가자의 꿈을 접고 선택해야 했던 결혼, 하지만 잇따른 제왕절개 출산의 후유증으로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까닭 모를 남편에 대한 미움과 증오는 커져만 갔다. 남편 또한 집에만 들어오면 짜증을 냈고, 여기에 시댁과의 깊은 갈등은 그로 하여금 삶이 지옥처럼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삶 자체가 지옥일 때 공부
이 씨는 업장소멸이나 하고 죽자는 생각으로 금강경을 손에 쥐었다. 통도사 덕도 스님의 간곡한 당부에 따른 것이었다. 그는 이른 새벽부터 밤늦도록 금강경을 읽고 또 읽었다. 세살, 네살 된 두 아이들에게 밥 주고 씻기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로지 금강경 속에서 살았다. 금강경이라는 안식처에서는 시간과 공간개념이 사라지기 일쑤였다. 자신의 경 읽는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남편이 오는 것도 모를 때가 많았고, 심지어 삼중바닥 냄비가 타도 모를 지경이었다. 이렇게 몇 달이 흘렀다. 시댁 식구들의 불만은 물론 친정 언니들까지도 그런 이 씨에게 더욱 더 따가운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그는 흔들렸다.
“일시의 화목을 위해 공부를 그만두는 것은 물거품과 같을 뿐, 이곳에 참회도 있고, 미래도 있고, 화합도 있고, 악연을 좋은 인연으로 바꾸는 힘도 있어. 한 삼년만 부지런히 해봐. 그러면 그대가 만지는 물건도 편안함을 느끼고, 그대가 하는 말을 듣는 이도 편안함을 느끼고, 그대를 보는 이도 편안함을 느낄 게야.”
하지만 영양부족으로 그의 얼굴은 노랗게 떠갔고, 책을 오래본 탓인지 사물이 둘로 보였다. 이러다가 눈이 머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일기도 했지만 ‘죽기로 작정하고 시작한 공부 이쯤이야?’하고 밀고 나갔다.
손가락서 피 터져도 정진
이런 그가 1만독을 돌파한 것은 그해 11월. 불과 9개월만이었다. 하지만 처음 기대처럼 확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다만 그동안 문제들의 원인이 오로지 자신에게 있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나의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문제였고, 내가 변해야 가정도 세상도 바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어떤 유혹과 경계에도 끄떡없이 공부해 나갈 수 있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금강경에 푹 젖었다는 점이다.
이 씨는 경전을 눈으로 보면서 귀로 자신이 읽는 경전을 듣되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그러나 바윗덩이 같은 업장 때문일까? 눈이 괜찮아질 무렵 이번에는 갑자기 숙변이 쏟아지더니, 어느 순간 멀쩡한 손가락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나중에는 손톱마저 빠져버리고 손가락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며 피가 솟구치기도 했다. 이 씨는 개의치 않고 경전을 독송했다. 스승도 “업장이 소멸되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의 손길에 경전은 닳아갔고 붉게 물들어갔다. 하지만 고통보다는 묵은 체증이 씻겨 내려가듯 한없이 시원함이 느껴지고는 했다. 그렇게 또다시 1년가량 지나자 새 손톱이 나오기 시작했고 언제 아팠느냐는 듯 멀쩡해졌다.
이후 공부에 속도가 붙어갔다. 하루하루 망상이 스러져갔고, 처음 30~40분 걸리던 독송 시간이 줄어 나중에는 10분, 5분, 2분, 1분…. 결국 한 호흡에 금강경이 모두 흘러갔다. 안 읽었나 싶어 책을 보면 이미 읽었고, 또다시 의심을 하면서 읽어도 마찬가지였다. 마침내 그가 금강경을 삼키고 금강경은 그를 삼킨 것이다.
이 씨가 아이들에게 경전 공부를 하도록 한 것은 그의 자녀들이 유치원에 들어갈 무렵이었다. 그는 네 마디씩 끊어 불러주면서 아이들이 따라하도록 했다. 지훈이와 은하는 자유롭게 뛰놀면서 엄마를 따라했고 이렇게 한번 완독하는데 꼬박 1시간 30분씩 걸렸다. 금강경은 엄마로서 애들에게 줄 수 있는 ‘평생의 자산’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중학교 1학년인 큰 애와 초등학교 6학년인 작은 애가 착하고 성실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것도 오랫동안 경전을 독송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실제 지훈이는 금강경을 한 번 독송하는데 2~3분이면 가능할 정도로 대단히 능숙하다.
시간의 장벽을 뛰어 넘은 이 씨는 요즘 화두참구에 전념하고 있다. 화두를 잡으려고 해서 잡은 게 아니라 금강경 5149자가 어느 순간 ‘이뭣고’로 전환된 것이다. 집에 있을 때도, 시장을 다닐 때도, 앉아 있어도, 누워 있어도, 말 할 때도 화두는 그에게서 떠나지 않는다. 그런 이 씨가 지난해 9월초 ‘마음에 해 뜰 무렵(cafe.daum.net/mindprajna)’이라는 카페를 인터넷에 띄웠다. 아직도 갈 길이 멀었지만 서로가 힘이 되어 함께 나가자는 취지에서였다.
수행 관련 홈피 개설
여기에는 큰스님들의 좋은 말씀을 비롯해 그가 지금까지 수행했던 과정들이 상세히 소개돼 있으며, 금강경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도 잘 설명돼 있다. 이 때문일까. 불과 몇 개월 남짓한 기간에 회원이 670명을 넘어섰고 금강경을 공부하겠다는 네티즌들도 잇따르고 있다.
때론 스승이 되어 때론 친구가 되어 삶의 무게에 아파하는 사람들에 길을 일러주고 함께 나가고 있는 이지영 씨. 이런 그가 초심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수행은 현실이랍니다. 이 괴로운 현실은 내가 수행할 때 비로소 행복으로 바뀔 수 있어요. 그러면 주변 환경도 그에 따라 모두 좋게 변합니다. 방법도 모르고 스승이 없다고요? 그건 단지 핑계일 뿐예요. 자신이 아는 만큼 몸으로 실천하세요. 먼저 공부하지 않으면 아무리 눈 밝은 선지식이 곁에 있어도 알지 못한답니다. 그러나 열심히 정진하다 보면 길을 일러주는 스승이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죠.”
부산=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유튜브에 박문호박사님의 5분가랑 강의가 올라와있는데요. 그 제목이 몸이 없는 크리스티나입니다.
지운스님이 주장하시고, 선학입문등에서 많은 분들이 주장한 몸이 사라지는 체험...과 연결되는 듯한 인상을 받아서..
남방의 위빠사나 16단계에서 5단계의 괴멸의 지혜라고 불리는 부분입니다. 욕계정의 단계라고 하지요.
보통, 스님들이나 수행자들은 어떤 체험을 해도 그것을 과학적으로 풀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시지를 못합니다.
제 4회 특별한 뇌과학 8강을 보려면 후원회원이 되야하는건가요?
몸이 없는 크리스티나는 고유감각을 상실한 환자의 이야기로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지금 즉시 보시려면 후원회원이 되시는 방법이 빠르십니다.
후원회원이 되시면 향후 진행되는 강의도 동영상으로 즉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진행되는 강좌가 모두 끝난 후에 전체를 위 동영상 강의에 오픈 하오니 그때 보시면 됩니다.
선생님이 궁금해 하시는 부분에 관해서 박문호 박사님이 수차례 강의를 했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박자세 사이트를 잘 살펴보시면 마곡사 강의나 월정사 강의 동영상에서도 그 부분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멘토님 감사합니다. 월정사 강의를 들어봤습니다. 신비체험의 메커니즘 부분이 매우 흥미롭군요. 후원회원되서 추천해주신 강의를 들어야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불자라서 그런지 한가지 집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주객이 없어지고 시공간이 없어지고 이런 신비체험은 불교적인 체험은 아닙니다. 그런 건 힌두교에서 주장하는 '범아일여' 사상입니다. 라마나 마하리쉬같은 사람들이 주장한겁니다. 우리나라에서 불교하시는 분들, 스님들조차 이런 걸 구분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태반입니다. 불교는 그런 흰두교의 신비체험들 비판하면서 나온 건데 , 불교에서는 말하는 니로따 삼마빠띠(멸진정,소멸의 증득)은 그런 것과 다릅니다. 개인적으로 종교적 깨달음의 상태는 자연이 허용하는 하나의 상태일 뿐이다 이런 식의 접근은 일면은 타당하고 또 아주건전한 측면이 있지만 또 일면은 문제가 있는 접근방식같습니다.
현암사 사장의 금강경 사랑과도 닮은 이야기군요.
그분도 매일 두번씩 독경하는데..
어느날 갑자기 뻥 뚫리는 체험을 했다고 합니다.
그저,
그럴 뿐 이라고 하는 게 제 생각..
신비체험이라고 하는 것도 몸의 기계적현상이라고 하는 것도 오버..라고 생각합니다.
박사님 그 강의는 아직 못들었는데 들어봐야겠군요.
안구 운동 중에 saccadic movement라는 운동이 있습니다. 세상을 보기 위한 눈동자의 핵심 움직임입니다.
이 운동은 보통 eye field라고 불리는 눈의 범위 안에서 새로운 움직이는 물체나 변화를 감지하고 집중하게
만드는데 쓰입니다.
saccadic movement가 최대로 발휘해서 작용하는 것이 책을 볼 때입니다. 책을 볼 때 한 줄을 읽고 다음 줄로
빠르게 눈을 돌리는 동작을 가능하게 합니다.
논문을 찾아보면 saccadic movement가 일종의 perception의 기능이라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설명하자면, 눈이 필요한 만큼의 동작만큼 움직이는 것이 정해지고, 그 때 눈에 들어오는 글자가
인식화되면 눈동자는 점점 빠르게 책 속의 글을 스캔하듯 자신의 기억속의 것과 비교를 합니다.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이는 것과 글자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조절이 되어 빠르게 내용이 입력됩니다.
이것이 속독을 하는 사람의 mecanism입니다.
위에서 금강경을 한 호흡에 다 읽었다는 말은 두뇌에 이미 기억화된 글자의 이미지가 들어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프란시스 크릭의 놀라운 가설에서 본다는 것은 믿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특별한 뇌과학 9강에 기억의 처리 방식 중에 상향식 기억처리와 하향식 기억처리가 있습니다.
상향식 기억처리는 외부의 환경이 시각이라는 감각 기관을 통해 활성전위화 되어 정보가 되면
하두정엽과 하측두엽으로 보내져 감각이 기억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말합니다.
하향식 기억처리는 전전두엽에서 하두정엽, 하측두엽으로 정보를 보내는 과정입니다. 일종의 기억
인출 과정입니다.
세상이 카메라를 통해 화면이 TV 브라운관이나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나옵니다. 그러나 우리가 본다는 것은
망막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은 환자에게 카메라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시각피질로 보내는 장치를 뇌에 삽입했습니다. 이 환자는 세상을 볼 수 없었습니다. 단지 반짝이는
현상만을 경험합니다.
인간에게 본다는 것은 기억을 끄집어 낸다는 말과 같습니다.
수 많은 읽기를 통해 이미지가 기억화되고 눈이 기억과 확인하는 작업에 시간이 줄어든 훈련의 결과가
한 호흡의 금강경 읽기가 될 듯 합니다.
이와는 다른 읽기가 있습니다. 루리야의 저서 중에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 보면 이 남자는 한 눈에
전화번호부를 기억합니다. 있는 그대로 스캔하는 것이지요. 전화번호부 한 권 보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채 10분도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이름 불러주면 전화번호와 주소를 말합니다. 또는 전화번호나 주소를
말하면 사람의 이름을 말합니다.
이 놀라운 기억술사의 읽기는 눈에 들어오는 정보를 그대로 기억되는 현상입니다.
금강경을 한 호흡에 읽었다는 말은 기억 인출 과정이 짧아진 현상입니다. 훈련이 만든 현상입니다.
답변감사합니다. 선생님! 전에 전화번호부를 기억하는 남자처럼 비행기타고 한번 도시전체를 훑어보고 도시 모습을 그대로 묘사하는 사람을 다룬 다큐를 본적이있습니다. 기억의 메카니즘이 정말 궁금하네요! 여기도 저도 공부조 해야겠습니다.
저는 불자인데요, 불교 용어중에 모든 사람들이 불교수행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싸띠" 라고 있습니다. 싸띠라는 말은 범어의 스므리띠(smurti)의 빠알리어 형태로 원천적으로 ‘기억’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근래 들어서 번역어를 두고 논쟁이 많았는데, 불교수행의 사띠 수행은 "기억"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거 같습니다. 부처님이 용어를 선택하실 때 왜 사띠 라는 기억 이라는 뜻이 내포된 단어를 선택하셨겠습니까?
제 4회 특별한 뇌과학 8강을 참조하시면 좋은 답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초월명상중에 극단적으로 수입로(감각입력)를 차단할 때 주객이 사라지고, 시공간 지각이 사라지고, 육체의 고통이 사라지고 자신과 천지마저도 사라져 천지와 내 몸이 하나가 되는, 뇌전체 시스템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