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를 아는가.
그는 젊은 시절 사회주의를 신봉하는 급진 모임에
참여하여 당국에 체포됐고, 사형을 언도받았다.
그리고 형 집행 직전 상황까지 몰린다.
28세의 도스토예프스키에게 5분이 주어졌다.
그는 이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한다.
그리고 결정을 내린다.

'나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작별 기도를 하는데 2분,
오늘까지 살게 해 준 하나님께 감사하고 곁에 있는
다른 사형수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데 2분,
나머지 1분은 눈에 보이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지금까지
서 있게 해준 땅에 감사하는 데 쓰자.'

이렇게 마음먹었지만, 가족과 친구들을 잠깐 생각하며
작별 인사와 기도를 하는 데 2분을 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지난 인생을 떠올리며,
그동안 시간을 낭비한 것을 자책하며 눈물을 흘린다.

형 집행 마지막 순간!
그는 기적적으로 사면을 받는다.
짧디짧은 5분 사이에 곁에 있던 사명수 중
몇몇은 머리카락이 백발이 될 정도로 긴장감을 맛봤다.
그럼 도스토예프스키는?
그 뒤로 미친 듯이 자기 인생에 뛰어든다.
작품을 향해서 말이다.

2.
이 이야기는 꽤 유명한 에피소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인생관과 작품 세계가 뒤바뀌는
일생일대의 사건이다.
덕분에 우리는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그는 죽음 앞에서 삶의 가치와 죽음의 '위력'을 확인했다.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에 대한 아쉬움을 경험한
그는 이후 미친 듯이 글을 썼고,
그 결과 전 세계 모든 이들이 기억하는 대문호가 됐다.
죽음의 힘, 아니 죽음을 각오한 이가 보이는 삶에
대한 열정이다.

"죽어보기도 했는데 뭐가 두려운가?
한 번 죽은 이가 뭘 두려워하는가?
오직 내 앞에 놓인 삶에 집중하자."

3.
이후 그는 4년간 시베리아에서 수형 생활을 했다.
감옥에서는 성경을 제외한 어떤 출판물도 허용되지
않았기에 도스토예프스키는 성경을 붙잡고 지냈다.
작가에게 책을 보지 말고, 글을 쓰지 말라는 건 가혹한
형벌이다.
그러나 그는 성경을 읽고 또 읽으며 자신을 가다듬었다.
출소한 뒤에는 다시 4년간 세미팔란치스크
수비대에서 사병 생활을 했다.
그는 1859년에야 다시 글을 쓸 수 있었다.
10년 가까이 글을 쓰지 못한 것이다.
그 뒤에는 우리가 익히 하는 모습 그대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미친 듯이 글을 써 내려갔다.
죽음을 경험한 사람의 힘이다.
죽음은 우리 내부에 있는 '절박함'의 끝을 보여준다.
당신이 상상하는 이상의 에너지를 준다.
초인으로 살 수 있다.
죽음을 각오했는데 뭐가 두려운가?
시베리아 수형소의 삶이 아무리 힘들다 해도
죽음 앞에서는 가벼운 산책 정도였을 것이다.
-출처: 이성주, (완벽하게 자살하는 방법), 유리창, pp.4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