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2

 

- 푸른 빛을 토해내는 초원

1-13c8dde1bcddbbd51af45854fa8fec6e-001.jpg    사진 - 임지용 선생님

호르크 트르힝 차강노르 국립공원 근처에서 숙영을 하였다.

 

야생화가 피어있는 장소에 숙영지를 정하지 않느냐고 누군가 묻자 박문호 박사님은

" 꽃이 피어 있어요." 라고 말하시곤 숙영지를 찾으러 가셨다. 

 

초원에는 이름이 없다. 징기스칸의 무덤도 찾지 못했다. 그 안에 바람이 분다. 

 

몽골에서 보기 힘든 숲이 있에서 땅에 떨어진 나무를 주어다 캠프 파이어를 한다.

나무가 타닥 타닥 소리를 내며 불꽃을 내어 놓았고, 학습탐사 기간 동안 생일을 맞은 탐사대원을 위해

생일축하 노래를 부른다.

 

안채순 선생님의 경기민요가 불꽃 사이로 흩날리고, 임지용 선생의 랩이 타닥 타닥 나무 타는 소리와 장단을 이룬다. 말달리자를 부르면 분위를 띄우고 김현미 선생님의 시 낭송이 이어진다.

 

박종환 선생님께서 날리는 나무의 불꽃을 보고 빛을 먹은 나무가 빛을 토해내고 있다.’라고 읍조린다. 순간 나도 모르게 글 한 편 스쳐간다.

07-b65728bc45021681f0ae80dbd4034cf6-001.JPG  사진 - 신양수 선생님

빛을 먹은 나무가 빛을 토해내고

불꽃이 어둠에 머물다 사라진 그 자리에 별이 빛나고 있다.

 

빛을 머금은 초원 위를 말이 뛰어 놀고

언어가 만든 빌딩 사이에

억압된 말이

휘날리는 갈기 사이로 고요히 사그라든다.

 

초원에 말이 뛰어 놀고 말이 멈춘다.

 

광야!

 

풀이 빛나는 공간에 하이얀 게르가 놓여 있고

가축의 검은 똥 옆에

붉은 패랭이 꽃이 피어있다.’

 

적경, 적위, 황도가 하늘에 새겨지고, 별이 자리를 잡는다.

14-0aeaaa286beae2e1f44e411d5639378d.JPG  사진 - 신양수 선생님

버스안 베리 데게 아프지, 레알 베알 폴카카카

포말하우트, 스피카, 안타레스, 베텔기우스, 리겔, 데네브, 아크투루스, 프로키온, 시리우스, 레굴루스, 알데바란, 베가, 알타이르, 폴룩스, 카스토르, 카펠라, 카노프스.

 

17개의 일등성이 버스에서 불려지기 시작했다. 박사님은 겨울 삼각형, 여름 삼각형, 봄의 대곡선과

슈퍼노바, 메시아 넘버를 강의 하신다. 도대체 알 수 없었던 별들에 이름을 불러주자 별은 내게로

와 빛나기 시작한다.

 

1-88ba8516cc92bd0eee96ecf296070487.jpg  사진 - 신양수 선생님

박사님께서 밤 하늘에 랜턴을 비추자. 북두칠성, 카시오페아, 페가수스, 백조, 독수리, 거문고, 땅꾼,

궁수, 헤라클레스, 전갈, 처녀, 등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새벽에 본 오리온의 허리에 삼태성은 오리온

 성운이 있음을 알게 한다.

 

북두칠성, 북극성, 카시오페아의 카푸, 페가수스 사각형의 동쪽 변을 이으며 적경이 만들어지고,

알타이르가 있는 독수리 왼쪽 날개에서 땅꾼 자리 삼각형의 밑이 이어지며 하늘에 지구의 적도가

새겨진다.

 

그리고 우리는 하늘에 좌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 탐사 대원은 하늘에 별이 바짝 다가오며 그

어렵다는 천문학책을 들여다 볼 용기를 얻었다고 이야기 했다.  

13-25e668b30193d0c101f410282d32e9dd-001.JPG  사진 - 신양수 선생님

말이 뛰고 버스가 뛰는 몽고에서 역사에 빠지고, 지질에 빠지고, 심지어 버스도 빠졌다. 푸른 빛을

토해내는 초원에서 불꽃을 쫓아 바라본 하늘에 별자리를 우리는 보았다. 버스에서 징기스칸의

가계도와 티벳 불교에 각 파들과 위대한 라마를 외웠다. 별자리와 슈퍼노바를 암송하고 중생대의

공룡, 75만년 전의 원시인들의 삶을 따라 외쳤다.

 

초원을 달리는 버스에서 흘러나온 목소리가 평원에 울려 퍼졌고, 학습탐사 대원들의 기억이 되었다.

 

몽고 학습 탐사에서 묵은 숙영지 이름을 가이드인 유로 아저씨에게 들으러 갔다. 그리고 유로 아저씨

에게 물었다. 다른 여행자들도 이렇게 다니느냐고 말이다. 그러자 유로 아저씨는 손사레를 치며

기사들은 하루에 8시간 이상 운전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렇게 새벽에 출발해서 밤까지 달리고

미친 듯이 암기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은 본 적이 없다고 질린 얼굴을 한다. 운전 기사들이 불만을

많이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말 그대로 괴물을 만난 것 같다고 말이다. 보통 우리가 간 화산, 호수,

초원, 사막을 도는 루트는 20일 이상을 가야 갈 수 있는 길이라고 한다. 그 길을 차가 길에 빠지면서

도 모두 소화한 것이다. 그 곳에서 살고 많은 여행객의 안내를 맡은 베테랑의 말이다.

 

이것이 박자세 학습탐사다. 길에서 역사의 흐름을 쫓고, 박물관에서 시대를 품는다. 원시인의 동굴에

서 발견한 석영을 보고 감탄에 젖어서 환호성을 지른다. 오래된 제국의 성터에서 상념에 젖고, 초원에

뿌려져 있는 적석목각분을 보며 봉분을 세운 사람의 숫자를 헤아린다. 검은 하늘에 빛나는 별과

슈퍼노바에서 모든 것이 온 것을 느끼고 알게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더 큰 것을 가지고 온다. 언어와 이별한 느낌을, 언어에 기댄 감성을, 문자가

남긴 위대성에 대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그린다. 행성 지구에서 인간이라는 현상을 몸으로 느끼고

오는 탐사 이것이 바로 박자세 학습탐사 이다.

 

난 이번 학습탐사를 통해 삶이 이 번 한 번뿐임을 느끼고 왔다. 내가 느끼고 바라보고 알아야 할 것이

 세상에 가득하고 그것을 아는 삶이 이 번 한 번 뿐임을 알게 된 것이다. 한 번이라도 더 보고 더

읽고, 더 외우고, 파고 들어서 다시 찾아 오게 될 몽고를 다시 바라 보고 싶다. 이것이 내가 이 번

학습탐사에서 느낀 것이다. 삶이 열리는 것은 알아야 더 많은 것을 관조할 수 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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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이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