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수원인 나는 매일 아침 3003번 버스를 타고 서초역에서 내려 건널목을 두번 건너고 검찰청과 법원, 서초경찰서를 지나 국립중앙도서관을 가로질러 서래마을을 들어온다. 도서관 후문 긴 나무계단이 시작되는 곳에 커다란 벚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작년 요맘땐 약간의 낯섬과 설레임으로 그의 곁을 쭈삣 쭈삣 지나 다녔다. 손님처럼. 그런데 올핸, 문득 꽃이 핀 그의 얼굴이 일년만에 나를 방문한 손님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관계는 공변적이지 않다고 얼마전 수업시간에 들은 얘기, 참 그럴 둣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인간만이 아닌 듯하다. 또 멀리 나갔나? ㅎ 암튼. 하루 3시간의 출퇴근을 한지  1년을 훌쩍 넘긴 지금, 오랜만에 창밖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한다. 지금보니 고개를 30도만 돌려도 볼수 있는 창밖을 즐길 새도 없이 지냈나보다.

 

지난 일요일 66차 천뇌모임, 브레인 학기(?)중에 보여준 회원들의 천뇌발표 수준이 과연 물리학에서도 통할 수 있을까 기대와 설레임이 있었다. 결과는 역시 대단한 박자세. 15명의 회원이 물리학 최고봉의 방정식들을 그대로 유도하고 도표를 풀이했다. 하루 8시간을 투자해 그간 1달동안 박사님 강의를 복습하는데, 더 자세하고 풍부히 이해할 수 있어서 공부효과는 아마 3배이상이었을 것이다. 두달만에 리스만 도표를 15명이 발표할 수 있었던 그 공부방법이 그대로 적용되고 검증된 자리였다. 그게 된다. 그게 되는 것이다. 아니, 그 방법밖에 없다! 특히 노복미 선생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만약 우리 회원들이 이렇게 5년정도를 밀어부친다고 상상해보라. "박문호 박사님이니까 가능하지~~ "했던 것이 나도 가능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천뇌는 그걸 다시 확증하고 기반을 다진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그 확장성은 지금은 가늠키도 어려울 것이다. 기분이 정말 좋다.

 

박자세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다 명품이 될 것이다. 그 누구도 흉내낼 수도 따라 올 수도 없는. . 그리고 먼~일도 아니다. 천뇌의 경우 곧 전 국민의 전국적 학습 축제의 장으로 발돋움 할 수 있다. 만약 대전쯤에서 전국에서 모인 50여명의 회원들이 1박2일로 '137억년 우주의 진화' 발표대회를 한다면...몇년전 실제 대전 온지당에서 학습마라톤을 1박2일로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박사님이 풀~로 강연을 하신 것이었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일반상대성이론, 양자역학, 우주론, 진화론,분자생물학,지질학등의 핵심이론을 직접 발표하는 자리를 만든다면...상상만 해도 미소가 지어진다.

 

달리는 버스창밖 목련의 탐스런 미소와 함께 불쑥 앤디총무가  떠올랐다. 언제나 궂은일 다 맡아 솔선수범하면서도 한번도 힘든 내색이 없는 사람이다. 예쁜 벚꽃 사진을 보내며  "일반상대성 이론을 공부하면 벚꽃지는 이유를 알 수 있나요?"하고 아름다운 질문을 한다. 가끔 늦은 밤, 편히 자라고 문자도 넣어 하루 피로를 풀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연달아 떠오르는 가족같은 얼굴들... 살면서 '행운'이 있다면 이런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게 행운이지 달리 뭐가 있을까 싶다.

 

박자세는 공부모임이다. 하지만 내가 필요한 지식을 얻기위한 곳으로만 생각한다면 그런 사람은 그것만 얻어갈 뿐이다. 박자세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행성지구에서의 인간현상을 규명하는 학습'을 교과서뿐 아니라 해외탐사,국내탐사등의 현장에서 익힌다. 심포, 명사초청강연, 탐방을 통해 전문가를 만나  배우고 익힌다. 또 박사님의 외부강연이나 확장된 박자세 네트워크를 통한 다양한 이벤트에서의  배움이 있다. 여기는 자연과학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보다도 인문적 정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종국의 목표는 제대로 된 인문을 완성하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사람들과 같이 사람속에서 이루어진다. 그것 자체가 큰 배움의 장이다. 배움은 총체적이다.

 

내가 보기에 박자세는 공부를 중심으로 삶을 창의적으로 새롭게 디자인해가는 공간이다. 집단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그래서 박자세는 사회를 바꾸고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다.

 

이번 천뇌 발표를 보고 기분이 좋아  그냥 두서없이 몇자 적어보았다.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운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