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제품’ 이라는 광고문구만 보이면 무조건 구매하던 평범한 주부, ‘연비 향상’이란 글자만 보이면 앞뒤 가리지 않고 자동차에 사다 끼우는 운전기사. 과학적인 성찰보다는 ‘이미지 마케팅’에 더 관심을 보이던 대한민국 소시민들. 이런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매주 ‘과학 공부’를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박자세(박문호의 자연과학세상)’는 과학자 한 사람이 시작한 자연과학 학습모임이다. 인간의 의식을 포함한 137억 년 우주의 진화 전체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습단체이자 자연과학 문화운동단체다.

 

이곳은 ‘나도 과학공부 좀 해 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든다. 누구도 등을 떠밀지 않지만 회원들끼리 알아서 스터디 그룹을 짜고, 밤을 새서 공부한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발표를 한다. 이렇게 모인 회원 수가 이미 3600명을 넘어섰다.

 

이런 회원들이 저마다 일어나 ‘나도 공부하니까 되더라’는 경험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박자세가 출간한 신간 ‘유니버셜 랭귀지’는 제목부터 비장하다. 우주 어디에서나 통하는 언어, 즉 과학의 모든 것을 책 한권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는 뜻이다.

 

이 책은 일반상대성이론, 초기 우주, 생명의 에너지, 언어와 의식, 뇌과학 등 현대에 관심을 얻고 있는, 그러나 과학적 소양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지식들을 총망라 했다. 책은 총 14장으로 이뤄져 있다. 각 장을 여러 회원들이 나눠서 글을 쓰고, 그 내용을 흐름에 맞게 엮어낸 옴니버스식 구성이다.

 

제 1장은 공부의 자세를 가질 것을 권장한다. 자연과학 공부가 필요한 이유를 역설하고, 박자세의 의미와 미래가치에 대해서도 해설한다. 2장부터는 슬슬 과학공부를 시작한다. 먼저 물질에 대해 소개한다. 우주, 원자, 사막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3장 ‘일반상대성이론’ 부터는 본격적인 이론공부를 소개한다. 중력장 방정식을 발표했던 경험, 미국 학습탐사를 떠나 다시 한 번 깨달은 상대성이론의 기본 원리를 소개한다. 4장에선 최첨단 과학이론인 힉스입자에 대해서 소개하고, 5장에선 양자역학을, 6장에서는 우주배경복사를, 7장에서는 마젤란 성운을 주제로 천문학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어느것 하나도 일평생을 바쳐 연구하기 부족함이 없는 주제지만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과학자가 ‘연구’를 하는 것과, 이미 세상에 알려진 지식을 ‘공부’하는 것은 전혀 다른 접근 방법이기에 누구도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박자세 회원들은 이론공부와 함께 지구 곳곳으로 현장학습을 떠나기도 한다. 8장부터는 그런 현장답사 이야기가 펼쳐진다. 서호주 마블바 지역의 35억 년 전 시생대 지층 탐사를 떠났던 학습탐사 일지를 소개하고, 미토콘드리아와 광합성의 현장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책의 후반부는 우주에 대한 통찰의 연속으로 ‘생물’을 들여다 보기 시작한다. 동물의 중추신경계를 알아보고, 뉴런과 기억의 세계, 언어와 의식의 세계, 마지막으로 인간현상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까지 언급한다. 가히 이땅의 평범한 시민들이 만든 ‘과학백서’라고 칭할만 한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박문호 박사는 지난 10여 년 동안 ‘뇌과학전문가’로 알려졌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컴퓨터 전문가지만 그가 뇌과학 강연을 열면 신경외과 의사들이 청강한다. 지금까지 세상에 알려진 모든 뇌과학 정보를 섭렵해 알기 쉽게 정리해 주기 때문이다. 그 영역을 우주와 지구, 생명현상으로 넓혀가며 수천 명의 회원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는 학습모임이 바로 ‘박자세’의 정체다.

 

딱딱한 과학 공부를 좀더 알기 쉽게 공부하고 싶은 사람, 이번엔 제대로 과학 한 번 공부해보겠다는 각오로 머리띠 질끈 동여매고 달려들 각오가 있는 사람, 평소 과학에 문외한이라 가는 곳 마다 ‘당신은 말해도 못 알아 듣는다’며 차별당한 서러움이 있는 일반 시민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읽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과학적 상식과 이해도를 한층 높여줄 것이다.

 

과학동아 전승민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