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 일요일 오후 1시 반 경에 방송된 
KBS 1라디오  '라디오 중심 김승채입니다'의 박사님 인터뷰입니다.

김승채 : 만약 여러분에게 뇌 신경전달물질이나 우주의 생성 원리를 설명해보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저도 그렇지만 아마 대다수 분들은 대답할 엄두를 못낼 것 같은데요. 이런 어려운 자연과학 분야의 문제들에 대해서 열심히 그것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가 공부하는 모임이 있다고 합니다. 한 과학자가 10년 전에 시작한 작은 공부 모임이 발전한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약칭 박자세 모임인데요.

온.오프라인 강의에서 심포지움에서 출판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요 공감 코너에서는 이번주와 다음주에 걸쳐서 독특한 과학공부모임을 이끌고 계신 박문호 박사를 초대해서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그리고 공부모임인 박자세 이야기를 듣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시민 인터뷰, 과학에 관심은 있지만 어렵다는 인식에 대한 내용...)

김승채 : 박문호 박사님 어서 오십시오. 정말 바쁘시고 모시기 힘든데, K박문호 :S 라디오 청취자 분들을 위해서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시민 인터뷰에서 과학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 또 얼마나 어렵게 생각하는지 여러가지로 생생하게 말씀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과학에 대해서 이렇게 일상적으로 어려워하고 거리감을 느끼는 분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 박사님께서 어떤 생각이 드세요?

박문호 : 예. 어렵기보다는 익숙하지 않은거죠. 실제로 주말 연속극 봤다든지 다른 활동을 한 시간을 합친것 하고 순수하게 과학공부한 시간 비율을 따져보면... 물론, 학창시절에는 어느 정도 과학 공부를 하지만, 학교 교문을 떠나고 나서 만약 50대 즈음 되는 사람 같으면 20년 이상 한 30년 간을 솔직히 얼마나 많은 과학책을 접했겠습니까. 그리고 절대양을 따져 보면 과학이 어렵다기 보다는 익숙하지 않은거죠. 시간 투자를 거의 안한거죠. 일반적으로. 

김승채 : 네. 과학이 어렵다고만 생각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진다는 말씀이군요.

박문호 : 그렇죠. 난이도로 보면 철학이나 경제학 이런것도 상당히 어렵지 않습니까. 굳이 더 과학이 어렵다고 느낄 필요가 없는 거죠. 그런데 객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면 더 익숙해지는 거죠. 우리 삶 자체가 여러가지 과학 결과로 나온 핸드폰이나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나 이 모든 것들이 엄밀한 과학 원리 하에서 만들어진 제품들이죠. 그걸로서 우리를 평생 에워싸는 그것들을 쓰면서 일생을 보내는데 한번쯤은 이것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그 원리가 뭔가를 궁금해하는 게 상식이죠. 

김승채 : 그렇군요. 이야기를 더 들어가기 전에 박문호 박사님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듣고 갔으면 합니다. 성우 김현정씨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성우 : 강과 산과 바람과 구름. 더불어 나라는 존재는 왜 이 세상에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게 되었을까. 이런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 자연과학은 우리에게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주었습니다. 종교학자와 철학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과학자들은 존재의 본질을 마주하고 숫자와 기호라는 새로운 언어로 자연현상을 기술해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연과학은 오랜 세월동안 전문가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자연과학 공부를 보다 대중화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분이 있습니다. 인간의 의식을 포함한 137억년 우주의 진화 전체를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습단체인 박자세. 즉,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을 이끌고 있는 박문호 박사가 그 주인공인데요. 공익사단법인인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의 이사장으로 자연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문화운동을 치열하게 실천하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 일요공감에서 만나봅니다.)

김승채 : 네, 박문호 박사님. 소개를 드렸는데 동의하세요?

박문호 : 전반적으로 동의하는데 하나... '과학을 대중화한다'는 표현이 있었는데, 일반적으로 그런 문구를 많이 쓰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과학이라는 게 접근하기에 어려운 위치에 있는거죠. 그래서 과학을 대중화하면 과학이 대중의 높이로 내려와야 해요. 그런데 사실은 이 문구를 사람들이 대부분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사회문화적으로 확산된 용어인데 저는 사실 '대중의 과학화'가 맞다고 봅니다. 과학이 내려와서는 안되고 대중이 올라가야죠. 과학의 높이만큼. 처음에는 과학이 대부분 서구에서 왔지 않습니까. 통째로 배워야 하는거죠. 

과학의 이해력이 약하다보니까 과학을 쉽고 재밌게 설명해 달라는 요구가 많았던 거죠. 그러다보니까 과학을 아주 재미있게 쉽게 설명하는 그런 사회적 욕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기 시작했던 거에요. 그런데 그게 10년 20년 지나니까 과학을 이해하는 이빨이 약해져 버린거에요. 한 번 생각해보세요. 위장이 안좋은 사람이 한 달 정도 부드러운 음식을 먹을 수는 있어요. 만약 그 사람에게 1년 혹은 5년 준다고 생각해보세요.

김승채 : 위가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겠군요. 

박문호 : 그렇죠. 뿐만 아니라 이빨도 망가질 수 있어요. 바로 이 현상이 일어난거죠. 그래서 제가 하는 운동의 본질은 과학이 내려오는 것이 아니고 대중이 훈련해서 과학을 이해하는 데까지 올라가는 과학을 밑으로 내려오게 하다보니깐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하기를 요구하게 되고 만화같은 과학이 되어버린거죠. 곤충 채집, 식물 도감같은 것을 과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게 초등학생들 한테는 곤충 채집이나 식물 도감같은 것이 여러가지 신비한 세상을 보여줄 수는 있어도 그것은 과학의 본령이라고 보기 어렵거든요. 문학과 과학이 다른 점은 시의 해석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자기 나름대로 해석하면 되는 거죠. 

그런데 수학은, 예를들어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은 아인슈타인이 하는 만큼 엄밀도로 올라가 줘야만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거죠. 과학이 내려오면 안되요. 이제는 우리 사회가 과학을 쉽게 해달라고 하는 요구를 오랫동안 해온 거죠. 30년 동안 그렇게 해왔던 거죠. 이제는 그것을 지양하고 사람들이 훈련을 해서 마라톤 처럼, 마라톤 훈련을 하면 건강해지기 때문에 훈련을 하지 않습니까. 그와 마찬가지로 과학을 쉽게 설명해주는 것은 과학에도 안 좋고 듣는 사람한테도 안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의 근육을 키워야 하는, 학습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죠. 

김승채 : 그러면 저희가 박문호 박사님을 말씀할 때 자연과학의 대중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중들에게 과학을 이해시키기 운동을 해오신 분이다. 이렇게 말씀드려야겠네요.

박문호 : 그렇죠. 학습근육을 키우자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김승채 : 그래서 10여년 전부터 박자세라고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단체를 만들어서 과학운동을 하고 계신거 아니겠습니까. 이 단체가 구체적으로 어떤 단체입니까?

박문호 : 우리가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교과서에 있는 과학을 만나기 쉽지 않거든요. 그러다보니까 매스미디어가 제공한 과학, 조금 일반하고 편해진 그런 과학을 접하게 되는 겁니다. 박자세에서는 세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과학 교과서만 한다. 대학 3, 4학년 심지어 대학원 교재들. 생물학, 물리학, 천문학, 지질학, 분자생물학, 열역학, 양자역학, 일반상대성이론 그런 굴직굴직한 과학의 분야들이 있거든요. 그에 대한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교과서들이 있어요. 교재를 가지고 하는 거죠.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에서는 일반 단행본 이런 책을 다루지 않습니다. 교과서를 가지고 합니다. 그리고 교과서를 어느 정도 넘어서면 논문을 합니다. 그래서 작년부터 뇌과학 분야는 논문을 가지고 같이 공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교과서,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논문 이 두가지를 가지고 공부합니다. 

김승채 : 사실 과학이라고 하면 굉장히 어렵고 일부 전문가들만의 연구 분야가 아니냐 이런 생각을 많이 갖고 사시죠. 박사님께서는 자연과학 문화 운동이라고 차원에서 이것을 접근하신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겁니까?

박문호 : 이런겁니다. 우리가 왜 과학을 과학자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실험실에서나 생산 현장에서나 그것은 뭐냐하면 문제를 푸는 겁니다. 과학자들은 실험을 해서 새로운 것을 증명하고 그렇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과학을 접한 것은 사실 그와 비슷한 문제를 풀어왔어요. 수학 문제, 과학 문제를 풀어왔어요. 한 번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해왔던 교육에서도 전부다 문제를 풀어왔어요. 그런데 대학 졸업하고 나서 과학적 문제를 풀 일이 많지가 않다는 거에요. 

우리는 과학을 세상을 이해하는 용도가 아니고 문제를 푸는 용도로 썼던 거죠. 그렇게 어렵게 푸는 훈련을 오랫동안 해왔는데 우리에게 실제로 필요한 것은 예를 들어, 행성 지구가 45억년 전에는 어떤 형태였을까. 대기 중에 산소가 있었을까. 이런 것은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고 많은 근본적인 과학적 패턴을 기억하고 그것을 생활화하고 그것을 일상용어처럼 이야기하면서 익숙해지는 과정이 과학의 본질이라고 봅니다. 그래야 그 사람의 세계관 속에 과학이 쑥 들어오는 거죠. 그것을 문제로 풀려고 하면 과학은 도구일 뿐이죠. 

김승채 : 그런데 철학이라든가 종교학 등 여러 인문학 이런 데에서도 박사님께서도 지적하신 것처럼 삶과 자연의 의미와 원리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습니까?

박문호 : 맞습니다. 그 점을 집합관계로 보면 됩니다. 저는 어떤 것을 선택할 때 집합관계를 따져봅니다. 예를 들면, 인간적 삶에 있어서 인간의 감정, 역사 이 쪽에서는 인문적 접근이 더 효율적일 수는 있어요. 그러나 어떤 인문철학자한테 저 별과 저 별 사이의 진공에 대해서 별이 불타는 원리에 대해서 혹은 박테리아에 대해서 혹은 DN김승채 :에 대해서 그것을 설명해달라고 하면 그 분들이 어느 정도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나요. 

김승채 : 못 하는 거죠.

박문호 : 과학은 인간적 현상도 설명할 수 있고 인간적 현상 바깥, 우주에서 인간적 현상이 몇 퍼센트일것 같아요? 우리 행성 지구에서만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그리고 동물 시스템 전체에서도 척추동물 끝에 영장류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잖아요. 극히 일부의 베팅을 하고 있다고 보는 거죠. 과학을 하게 되면 과학 속에는 인간의 출현까지도 설명할 수 있는 진화생물학이라는 게 있죠. 다 설명할 수 있는 도구를 선택하는 것이 확률이 높죠. 철학으로 설명하기는 하는데, 그것은 인간현상에 대해서만 그런거죠.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인간의 학문이 인문학이고 주로 언어라는 도구를 써서 하는 거죠. 

김승채 : 그렇지만 자연과학 공부를 통해서도 그 원리를 이해하게 되면 삶도 그렇고 자연 현상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박문호 : 그렇죠. 최근 학문의 일반적인 경향이 고고학이든 언어학이든 많은 것들이 과학적, 뉴로사이언스 뇌과학을 상당히 접속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본래는 다 뇌과학 속에서 상당히 많은 것들이 점점 엄밀하게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시대가 왔는데, 아주 효율적이고 증명되고 구체적이고 경험적이고 현실적이고 더 효율적인 답을 주는데 다른 분야는 속수무책이죠. 박테리아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라. 핵융합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라. 속수무책이잖아요.

김승채 : 박문호 박사님께서는 자연과학을 전공하셨는데 과학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이해하게 해 주시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과학, 어떻게 전공하시게 되었어요? 특별한 계기라도 있으셨어요?

박문호 : 처음부터 과학이라는 개념이 확 들어왔던 것은 아니고 어릴 때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울진군, 후포라는 조그마한 항구 마을에서 자랐죠. 어릴 때부터 자연을 매일 접했던 거죠.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항상.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자랐죠. 그리고 중학교 1학년 때인가. 집에 돌아오는 저녁 무렵인가 아카시아 꽃들이 활짝 피어있고 반대쪽에는 바다가 있고 도로에는 사람 한 명 없고. 

김승채 : 아, 굉장히 시적인데요.

박문호 : 그 때 그무렵이 아직도 기억이 나요. 언젠가는 이 바다와 이 산과 내가 살고있는 여러가지 주변 것들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날이 올거다. 어느 순간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요. 아마 자연이 어린 마음에도 아주 깊이 각인이 된거죠. 

김승채 : 거기에다 하나 더 여쭈어 보고 싶은데, 사실은 바다를 접하고 산을 접하고 그렇게 해서 자란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모두 선생님처럼 과학에 대해서 전공자가 되지는 않는데, 더욱 더 결정적인 계기가 있을 것 같아요. 

박문호 : 사람들의 각각의 성격이죠. 외향적인 성격이었다가 사춘기를 들어가면서 내향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는데 뭔가 계속 자연이 압도적으로 다가오니까 그렇죠.

김승채 : 그런 과정을 통해서 자연과학을 전공하시게 되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자연과학 교육에도 관심을 가지고 계시는데 왜 이것을 대중적으로 확산시켜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셨습니까?

박문호 : 그런 많은 역할이 종교나 문화들이 해 왔던 거죠. 우리 사회가 상대적으로 과학이 삶의 지표로서 세계관으로서의 역할이 빈약했던 거죠. 우리나라 많은 사상의 흐름들이 있었지만 과학을 삶의 지표로 삼겠다는 그런 운동은 없었지 않습니까?

김승채 : 그렇죠.

박문호 : 한 번 즈음 우리가 엄청나게 경제발전 이런 모든 것들의 바탕에는 과학이나 공학의 힘이 컸었는데 그걸 하나의 문화적 이기로서만 이용을 했고 그에 대한 삶의 철학으로서의 과학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약했던 거죠. 그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성이 발달해있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니까 문학이나 종교, 철학에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었죠. 과학은 사후의 세계라든지 우주의 진리라든지 과학이 안다고 이야기하지 않아요. 과학은 알 수 있는 것까지 논쟁할 수 있는 것까지 증명할 수 있는 것까지 보여주는 거에요. 

그런데 우리는 자꾸 욕심이 많아서 질문을 자꾸 하는 거에요. 그것만해도 충분한데. 우리는 명확하게 알지 않습니까.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사후의 세계는 몰라도 명확하게 아는 것은 화장을 하면 한 줌의 흰 가루밖에는 안된다는 것을 자명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과학은 그러한 자명한 것부터 철저히 알아보자는 거죠.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대담론이나 그 다음 뭐가 있는지를 자꾸 상정하는 거죠. 저는 그것을 문화가 조장했다고 봅니다. 우리가 예를 들면 슬픔이라든지 출산의 고통도 민족마다 다르다고 하지 않습니까. 통증은 공통이지만 고통은 다를 수가 있어요. 문화가 만들어내는 감성의 세계, 이것이 너무 팽배해 있어요.

김승채 : 거기에다가 또 한편에서는 우리의 사회가 갖고 있는 제도권에서의 과학교육에 문제가 있지 않나하는 생각도 드는데 어떻습니까.

박문호 : 그래서 과학은 사실은 꼼짝할 수 없는 신비죠. 어떤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습니까. 별이 빛난다는 것. 혹시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을 보신적 있습니까?

김승채 : 네 본적이 있습니다.

박문호 : 왜 우리는 쏟아지는 은하수를 보면 아주 독특한 느낌이 있지 않습니까. 왜 그것을 갖게 되었는가. 원초적 자연에 노출된 한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연적 현상에 동참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거든요. 그런데 그 g김승채 :p을 문화적 팩터들이 너무나 많이 차지 하고 있어요. 별을 볼 수 없으니까 인간만 보기 시작한 거죠. 사회, 정치, 문화만 본 거에요. 어둠이 사라졌지 않습니까. 

김승채 : 네, 그러면 자연과학 공부를 어찌보면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보여지는데...

박문호 : 한 번 보세요. 서울에 자연이 어디 있습니까. 서울에 도로와 자동차, 사람 이외의 자연이 어디있습니까. 우리는 특이한 환경 속에 살고 있어요. 호주나 몽골의 사막에 가보면 자연이 무엇인가를 전율할 정도로 느껴요. 우리는 다수의 사람들이 자연을 만나지 못해요. 만날 수 없게 되어있어요. 자연을 접하지 못하게 되는 동안 도시화된 가상 공간의 세계. 소위 문화적 팩터가 완전히 에워싸버린거죠. 

김승채 : 그래서 자연을 이해하기 위해서 자연공부를 해야하는데 그러면 자연과학 공부는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겁니까? 특히 비전공자들에 있어서는.

박문호 : 저는 최근에 그런 주장을 해요. 모든 학문은 일종의 언어학이다. 새로운 학문을 배울 때 빨리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언어학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죠. 만약에 영어를 배울 때 영어 단어를 암기하지 않고 영어를 할 수 있나요? 

김승채 : 못하죠.

박문호 : 원초적으로 안되는 거죠. 마찬가지로 자연과학을 언어학이라고 보면, 그에 들어가는 알파벳을 배워야 하는 거죠. 대부분, 자연과학을 어렵다고 보는 관점이 알파벳을 안 배우고 기본 용어를 철저히 이해하지 않고 암기하지 않고 자꾸 어렵다고 하는 거에요.

김승채 : 그렇군요. 과학이라고 할 때에는 암기보다는 이해하라는 쪽으로 강조해 왔거든요. 

박문호 : 그렇죠. 바로 이 운동을 하면서 몇 가지 역설적 상황을 봤어요. 왜 과학이 접근하기 어려웠는가 봤더니 이해를 해야한다는 강박 관념에 갇혀 있어요. 그런데 어떤 측면에서는 자연이나 이런 것들이 이해의 대상으로는 힘들거든요. 일반상대성 이론은 4차원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4차원 세계를 머리 속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과학은 어떤 측면에서 이해의 대상이 아니고 우리가 끊임없이 도달해서 익숙해지는 대상이에요. 그러니까 저는 이해라는 강박을 벗어나면 우리가 즐길 수 있다는 거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학처럼 새로운 분야에 들어오면 이해 못하고 스트레스 받는다는 그 밑바탕에는 '내가 이해를 못했다'는 일종의 심리적 압박을 가지고 있어요. 과학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고 들어가는 방법론으로서 이해하려고 하지 마라. 궁극적으로 이해가 목표라 하더라도 처음에 이해를 목표로 삼지 말고 익숙해지려고 하라는 거죠. 

김승채 : 익숙해지려면 어떻게 해야합니까?

박문호 : 익숙해지려면 기억해야죠. 기억하면 기억한 사실들, 주기율표의 원소 기호를 기억하든지 아미노산 서열을 기억하고 나면 머릿 속에서 익숙해지지 않습니까. 익숙해지면 그 익숙해진 상태가 이해입니다. 이해가 다른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분야를 들어가면 이해를 못하는 게 당연한데 그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이해는 익숙해지고 나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김승채 : 익숙해지는 것은 기억하는 거고 암기하는 거다. 이런 말씀이군요.

박문호 : 그러니까 모든 학문은 언어학으로 볼 수 있는 거죠. 그러면 금방 들어갈 수 있죠. 저는 전자공학으로 박사학위를 하였지만 그 동안 지질학을 한 번도 공부해 본적이 없습니다. 지질학을 따로 공부한지 한 3년 되었는데 1년에 열흘 정도 시간을 내서 공부해요. 즐기면서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이해를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냥 이 분야가 어떤건가 하고 들어가 보는 거죠. 들어가봤더니 기본 용어들이 나오는 거에요. 기본 용어의 한 패키지를 다 습득하고 나니까 그 다음을 즐길 수가 있는 거죠.

김승채 : 그건 혹시 박사님께서 능력이 출중하셔서 그런거 아닙니까?

박문호 : 아니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데 차이점은 이런겁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의 삶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 브레인의 자원을 그 쪽에 할당할 겁니다. 그런데 저는 어느 과학분야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거의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거죠. 예를 들면 10년 전에 '20억년 전의 지구의 대기에 산소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선생님은 그게 안 놀랍습니까?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지구 역사 45억년에 대략 반, 초기 대기에는 산소가 없었대요. 저는 그 사실을 알고나서 충격을 받았어요. 그리고 그걸 아직도 생각하고 있어요. 

김승채 : 지금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박문호 :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놀라운 과학적 사실을 접하고도 '오, 그랬어?' 하고 끝나는 거죠. 그런데 그걸 1주일, 1년, 5년 이렇게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초기 지구로 돌아가려면 지구 대기 중에 산소가 없다는 사실을 얼마나 철저하게 생각하는가에 따라서 세계상이 다 달라져 버리거든요. 거기까지 밀어부치지 못하는 거죠. 

김승채 : 그렇기 때문에 자연과학 공부는 익숙해지는 데까지 가야하는 것이다. 지금 말씀하셨습니다만 박사님은 전자공학을 전공하셨는데 천문학, 물리학, 뇌과학 전문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거든요. 이런 것 다 접하실 때 기억을 하시는 겁니까?

박문호 : 그렇죠. 저는 어떤 새로운 분야에 들어갈 때 언어학이라고 보는 거죠. 새로운 학문이라는 것은 한 꾸러미의 새로운 용어를 익숙하게 하는 과정입니다. 용어에 익숙해지면 그 학문분야의 진입은 끝난 겁니다. 제가 뇌과학을 공부하면서 철저히 느낀건데 다른 사람한테도 강의를 하면서 느낀 것은 간단합니다. 브레인의 구조, 한 스무장 정도 그릴 수 있으면 되요. 그리고 브레인 용어 30개 암기를 하면 되요. 그렇게 많지 않아요. 전문가라 해도 100개면 충분해요. 그러면 그 용어 단어 100개 암기하는 거 열심히 하면 한 달이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김승채 : 그것보다 더 짧을 수도 있죠.

박문호 : 맞아요. 저는 많은 실험을 해봤는데, 구조하고 용어 단어 30개 암기를 피해가려고 온갖 회피 반응을 하는 거에요. 그래서 어렵다고 면죄부를 주고 접근을 안하면서 공부는 하고 싶다고 하죠. 그게 바로 지름길인데, 한 달만 집중하면 10년을 갈 것을.

김승채 : 요령을 피우는 거죠.

박문호 : 한 달이면 끝나는 것을. 

김승채 : 그러면 박사님께서 하고 계시는 박자세 모임에서도 자연과학 공부를 할 때 무조건 외우고 열심히 공부해라 이렇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박문호 : 사실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이 방법이 효과적이냐고 물으면서 40-50년을 보냈어요. 저는 그것을 발견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무슨 방법이 좋으냐고. 가장 검증된 방법이 있어요. 교과서가 검증되어 있잖아요. 그래서 검증된 방법론 다 알고 있는데 자꾸 묻는 거에요. 이쪽이 맞는가 기웃거리고 그래서 종교에 가서 물어보기도 하다가 4, 50대가 되어 버린 거에요. 그래서 저는 더이상 묻지 말라는 거에요. 왜 묻지 말라고 하냐면 묻기 시작하면 그 때 들어가는 시간을 한 번 세어보세요. 아마 2, 30년 걸렸을 거에요. 

그래서 우리는 무조건 하자고 해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무엇무엇에 대해서 이야기 했어요. 그런데 우리는 무엇무엇을 하는 거에요.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해서 어쩌고저쩌고 이야기 하지 않아요. 일반상대성이론 문제를 푸는 거에요. 공식을 보여주고 그대로 베끼는 거에요. 일반상대성이론 중력장방정식을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겁니다. 극히 소수의 전문분야의 사람들 말고는 없어요. 그런데 일반상대성이론을 펼쳐내어서 그대로 풀어쓰기 시작하면요. 자연과학 학부 나온 사람이면 누구나 한 달이면 일반상대성이론 풀 수 있어요. 

김승채 : 주변을 보지 말고 핵심에 들어가서 하자는 거군요. 

박문호 : 두리번거리지 말고 알고 싶으면 이해한다고 목적을 삼지 말고 익숙해지는 거에요. 그냥. 그러면 세계가 바뀌어지는 거에요. 

김승채 : 오늘 박사님 말씀을 들어보니까 과학이라는 학문에 대해서 우리가 편견이 좀 많았고 과학을 가까이 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드는데 다음 주에 한 번 더 모시고 자연과학 공부모임인 박자세에 대해서도 더 많은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박문호 : 예. 감사합니다.

김승채 : 네 지금까지 공익사단법인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을 이끌고 있는 박문호 이사장과 함께 자연과학 공부 왜 중요한가에 대해서 말씀 나눠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