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3 ( 밥그릇, 수저 옆에 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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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렁 주렁 햄 소시지가 스타렉스를 가로 질러 걸려있다. 한 무더기 있던 소시지를 끈으로 묶어 차에 걸어

놓은 것이다. 차가 달릴 때마다 소시지는 그 줄을 잡고 달렸다.

 

주렁 주렁 달린 소시지마냥 박자세 몽골 학습탐사도 여러가지 이야기를 메달고 다닌다. 열 댓번이 넘게

차는 진흙탕에 빠졌다. 버스가 빠졌을 때는 모든 탐사 대원들이 메달려 버스를 밀었다. 12시간 가까이

차에 앉아서 책을 보고 풍경을 보고, 강의를 듣고, 별자리를 외우고, 징기스칸 가계도, 티벳 4대 종파와

위대한 승려들을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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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빠짐없이 해야 할 것이 있다. 밥 먹고 잠 자기다. 이 두 가지는 너무 당연하기에 그 공로가

뒤로 밀려나기 일 수 이다. 하지만 몽골 학습탐사에서는 이 얘기를 안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아침이었다. 빵과 콘푸레이크, 우유로 아침 식사가 준비되었다. 그런데 한 쪽에서 버너로 물을 끓여

누릉지를 만들고 계셨다. 나이든 어르신들은 차가운 우유보다는 따뜻한 누릉지 한 숟가락 하는 것이

좋다며 다른 탐사대원들 식사하는 동안 누릉지를 만들어 주셨다. 차가운 우유에 익숙치 않은 나도

누릉지 한 모금하고 나니 온 몸에 기운이 도는 느낌이다.

 

호르크 토르힝 차강노르 국립공원에서 화산과 호수를 보고 내려왔다. 그리고 흐르는 냇물에 4일만에

씻을 수 있었다. 그 날 점심식사는 탐사내내 화제가 될만한 사건이었다. 아침에 준비한 물에 따뜻하게

덥힌 햇반과 햄 쏘세지, 메실 짱아찌, 참치와 잘게 잘린 김치를 넣어 속재료를 만든 김밥이었다.

일일이 손으로 싸서 접시에 놓고 컵라면과 함께 먹었다. 산에서 흘러나온 물은 세차게 흘렀고 차가웠다.

그리고 김밥은 김치와 여러가지 양념이 섞여 짭쪼름하면서도 간간히 씹히는 매실의 질감과 바삭거리는

김과 어울려 조화를 이루었다. 4일만에 만난 차가운 물은 온 몸을 씻어내는 기분을 만들었고, 따뜻한

컵라면과 김밥은 초원에 흐르는 냇물소리를 반찬으로 함께 몸에 녹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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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 100리를 내려다 보는 평원에서 주위를 아무리 둘러 보아도 큰 포유류가 없다. 초기 흉노가 살았을

당시에 너구리와 수달에 의지하여 그들은 살아 남았다. 그리고 박자세 몽골 학습탐사대원들은 초원에

벌레를 쫓는 말 똥, 소 똥의 연기 속에서 있는 재료로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주신 대원 덕분에 살아

남았다  

 

 

 

 

 

텐트는 바람에 날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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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나 드라마에서 보는 초원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지평선 끝까지 푸른 빛이 짙은 하늘 빛과

경쟁이라도 하듯이 펼쳐져 있고, 그 위를 갈기를 휘날리며 말 떼가 뛰어간다. 고요히 내려다 보이는

산등성이에는 하얀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풍경이 우리가 익숙한 몽골의 초원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것과 조금 다르다. 초원을 키운 것이 뭐냐고 물으면 난 단연코 이라고 말하고 싶다.

, , 염소, 낙타, 돼지, 야크, , 온갖 가축이 뿌려대는 똥이 지천에 널려있다. 그리고 그 위에 하얀

연기처럼 보이는 벌레떼들이 몰려 다닌다. 그 사이에 우리는 텐트를 치고 밥을 먹고 강의를 들었고,

박사님의 목소리에 맞추어 이구동성 몽골의 역사, 별자리 등을 외쳤다.

 

이런 장소에서의 텐트 및 그늘막 등을 치는 것은 하룻밤의 잠자리를 편하게 자느냐 아니냐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여파는 다음날 탐사대의 컨디션과 직결된다.

 

준비해 온 텐트 중에 텐트를 지탱하는 폴대가 챙겨지지 않아 텐트 하나가 부족하였다. 이것을 보충하려

그늘막에 쓰인 지주대와 줄을 이용해 텐트 하나를 뚝딱 만들어서 임시로 썼다.

 

텐트를 치는데 자연은 인간을 고려하지 않는다. 구름처럼 몰려다닌 깔따구와 모기떼, 3,000고지에 가까운

지역에서 함께한 빗방울, 텐트를 날려버릴 듯 불어대는 비바람, 천둥과 번개, 잠자는 도중에 텐트

옆까지 와서 울어대는 양떼의 소리, 그리고 이 양을 쫓아 내는 양치기 개의 짖는 소리는 모두 우리

탐사대가 겪은 잠자리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먹고, 자기, 이것은 탐사를 하는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학습탐사 중에 가장 손이 많이 가는 두 가지,

밥 먹고, 잠자기를 책임져 주신 두 분이 있다. 주방 담당의 공손심 선생님과 장비 담당의 이원구 선생님 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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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대의 탐사가 끝나는 아침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신 이원구선생님은 장비를 일일이 체크하고 계셨다.

각각의 물품을 다음에 쓰기 좋게 분류하신다. 텐트, 폴대, , 망치, , 그리고 고장난 텐트를 각각

정리하셔서 다음 학습탐사를 준비하신다.

 

한 쪽에서는 남은 재료로 음식을 한다. 공손심 선생님의 진두 지휘로 수제비, 카레, 된장 죽 등이

준비된다. 미국 학습탐사에서 얼마나 감사 했었는지 모른다. 나바호 호수 야영장은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져서 모두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심지어 몇몇 탐사대원은 화장실에 나오는 라지에이터에

몸을 녹이며, 선잠을 잤을 정도였다. 그 추위에 일찍 일어나 모닥불에 몸을 녹이고 있을 때 공손심

선생님께서 웃는 낯으로 박사님과 탐사대에 인사를 하신다. 잘 주무셨냐고, 날씨가 추운게 기억나기

딱 좋겠다며 농담과 함께 말이다. 거기다 박사님의 건강까지 잊지 않으셨다.

 

 

탐사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공부분위기를 만든 것은 분명 박사님과 열심히 공부하는 탐사대원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 뒤에서 노력한 여러분이 계셨다는 것이다.

 

이 분들의 노고와 배려에 감사의 맘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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