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도 잠재운 과학동네 '뇌공부' 열기

한의학연서 '제1회 뇌과학 강연'…150여명 3시간 동안 '열공'
박문호박사 "뇌과학은 운동사이언스…뇌 진화는 운동성의 진화"
기획기사
입력 : 201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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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일 한의학연 강당에서 열린 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강연에 150여명이 참석, 뇌과학 열풍을 짐작케 했다. 
 ⓒ2012 HelloDD.com
"advanced mammals!"
"That's all!"
"기억하지 않는 지식은 사라진다. 이해보다 먼저 기억하라!"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최승훈) 강당에 모인 150여명의 사람들과 박문호(ETRI 책임연구원) 박사가 강연 틈틈이 강조한 말이다. 

28일 뇌과학 전문가로 유명한 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특별 강연이 한의학연구원 강당에서 열렸다. 올해 12월까지 총 10회로 예정된 강연의 첫번째 시간이던 이날 강연에는 뇌과학 열풍을 대변하듯 강연을 듣기 위해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되기 전 최승훈 한의학연 원장은 "태풍이 몰아치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강연을 듣기 위해 오셔서 기쁘다"며 "뇌과학 강연을 대전 대덕에서 함으로써 과학문화를 함께 공유하고 확산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뇌과학 강연을 들으면서 저도 여러분도 뇌가 변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의 첫 순간 박문호 박사는 핵심 키워드를 제시했다. 

"advanced mammals!"

진화된 포유류인 인간이 어떻게 출현했는지 그 과정을 추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박 박사는 주제어를 함께 발음하도록 주문했다. 

이어 그는 "건조하고 뜨거운 육지에서 절지동물과 척추동물 두 문이 가장 번성했다"며 "육지환경에 적응한 동물은 양서류와 파충류, 조류, 포유류인데, 양서류는 물과 육지를 오간다. 파충류와 조류, 포유류를 아우르는 개념이 '양막류'다"고 설명했다. 

뇌과학 강연 초반에 등장한 포유류와 파충류, 조류에 대한 얘기에 고개를 갸웃하던 사람들에게 박 박사는 그림을 그려보였다. 그 그림은 수정체의 세포 분화 과정을 표현한 것이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그는 "세포가 분화하는 과정에서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이 생긴다. 우리 신체의 기관들은 그 기원이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으로 각각 다르다. 갖고 있는 DNA는 같지만 주로 발현되는 유전자는 세포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이걸 이해하면 된다. That's all!!"이라면서 "각 배엽에서 어떤 기관이 발달했는지 유념해야 한다. 기억하지 않는 지식은 의식적 뇌 작용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며 학습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동물의 진화과정과 뇌 발달과정의 이해…"뇌의 진화는 운동의 진화다"

▲Fate map of  embryonic ectoderm, 뇌 발달과정 그림.
ⓒ2012 HelloDD.com

박 박사의 열정적인 강의는 하얀 칠판을 색색으로 채우는 그림이 하나 둘 늘어가며 이어졌다. 

신경계 발달과정에 대한 그림인 'fate map of embryonic ectoderm'을 그리던 박 박사는 대뇌기저핵과 대뇌피질, 시상과 시상하부, 뇌교, 척수와 연수 등이 어느 부위에서 분화되었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이 모든 부분을 감싸고 있는 것이 '양막'이라고 소개하며 "양막은 수분은 증발하지 않게 하고 산소는 통과시켜 받아들인다. 양막류인 파충류, 조류, 포유류가 육지생활이 가능했던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초기양막류 동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역시 그림으로 설명해 나갔다. 

박 박사에 따르면 양막류 가운데 단궁류는 반룡류, 수궁류를 거쳐 신생대에 이르러 포유류가 됐으며 양막류 가운데 무궁류 동물로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동물은 거북이 유일하다. 또 양막류 중 트라이아스기에 나타난 인룡류는 지금의 도마뱀의 조상이며 양막류 중 이궁류의 동물로 장경룡과 어룡은 쥐라기와 백악기에 나타났다 사라진 종이다. 육상에 적응했다가 활동 범위를 하늘로 까지 넓힌 익룡은 이궁류에서 파생된 조룡류로 역시 멸종했다. 

조룡류 가운데 악어만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았고 트라이아스기에 생겨난 공룡은 조반류와 용반류로 파생됐다가 멸종했으며 용반류 가운데 살아남은 일부가 새의 조상으로 진화를 거듭한 끝에 지금의 새가 됐다.

▲양막류의 진화를 설명하고 있는 계통도. 
ⓒ2012 HelloDD.com

포유류와 파충류, 조류를 아우르는 양막류 동물에 대해 설명한 박 박사는 다시 신경계의 발달 과정에 대해 소개하며 "뇌는 운동을 만드는 기관이다. 따라서 뇌과학은 운동 사이언스다. 뇌 공부는 운동의 관찰이며 브레인의 진화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운동의 진화로 볼 수 있다동물의 진화는 감각입력에 대한 운동출력을 정교화는 과정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경관이 발달하는 과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전뇌가 종뇌와 간뇌로, 능뇌가 후뇌와 수뇌로, 후뇌가 다시 교뇌와 소뇌로 분화하는 과정을 설명했고 다시 외측내실과 대뇌, 상구와 하구, 소뇌와 뇌교, 개방연수와 폐쇄연수가 나타나는 과정도 언급했다. 

모든 신경계 발달과정을 그림으로 그리며 설명하던 박 박사는 "제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뇌구조 그림 50개와 뇌 관련 용어 300개를 알려드릴 텐데, 여러분들이 다 그릴 수 있어야 하고 다 외워야 한다. 자꾸 그리다 보면 그릴 수 있다"며 "뇌 구조를 그리는 것은 중요하다. 열심히 그리면 뇌구조가 깨우쳐진다. 생명은 구조가 곧 기능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 운동을 위한 뇌, 감각정보를 모으고 기억하다…"신경회로의 반복적 자극이 바로 학습"

▲신경계 발달과정을 그림으로 그리며 설명하고 있는 박문호 박사. 
ⓒ2012 HelloDD.com

강연을 듣는 청중들은 모두 삼색 펜을 들고 박 박사의 그림을 하나 하나 따라 그리기도 하고 때때로 중요 용어를 따라 외치며 뇌과학의 심오한 세계에 빠져들었다. 

신경계의 발달과 진화과정에 대한 그림을 그리던 박 박사는 "초기 동물은 뇌가 없었다. 뇌, 머리는 진화한 동물에서 나타난다"며 "무릎반사는 대뇌의 명령과는 상관없는 척수에서 일어나는 반사적 운동이다동물 뇌 발생과정을 통해 진화의 흔적을 볼 수 있다"고 짚어주었다. 

박 박사에 따르면 운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 여러 감각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다 보니 감각기능이 발달하기 시작했고, 시각, 청각 등의 감각정보들을 처리하던 optic tectum(시각덮개)은 발달·진화과정에서 기능이 축소됐다. 

대신 등쪽시상이 세 부분으로 분화했고, 등쪽시상에서 분화한 내측슬상체와 외측슬상체가 각각 청각과 시각 정보를 처리하게 됐으며 초기에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던 neocortex(신피질)는 cerebral cortex(대뇌피질)로 발달해 감각은 물론이고 운동을 명령하는 운동최고중추가 됐다. 

신경계의 운동 회로도를 그리던 박 박사는 "브레인은 '감각과 운동 그리고 기억이 세 기능으로 대부분 설명된다. 다양한 감각정보들이 늘어나고 그것들이 모아지면서 '기억'이란 기능이 생겨난 것이다"며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감각에 단순히 반응했던 신경계가 점차 복잡하고 다양한 구조로 반응하고 발달하는 걸 보면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고 감탄했다. 

그는 이어 "우리에게 입력된 감각정보는 매번 다르다. 때문에 출력(운동)도 달라진다. 끊임없이 신경 회로를 돌리는 것이 학습이다. 인류문화는 훈련, 학습에 의해 발전했다. 인간은 피드백을 받아 훈련하는 존재다"고 강조했다. 

3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박문호 박사의 열띤 강연을 듣고, 그림을 따라 그리던 사람들은 강연이 끝나자 박 박사를 향해 감사의 박수를 보냈으며 박사가 그린 그림을 조금 더 정확하게 알기 위해 앞으로 나가 칠판에 그려진 그림을 스마트폰으로 일일이 찍기도 했다. 

박 박사의 강연을 처음 접한 일부 청중은 다소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신비의 영역인 뇌를 기초부터 하나씩 알아간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앞으로의 강연에 대해 한층 높은 기대를 하는 모습이었다. 

한편 박문호 박사의 '뇌과학 강연'은 오는 12월 11일까지 한국한의학연구원 강당에서 진행된다. 강연 시간은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3시간이며 참가비는 무료다. 뇌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열심히 강의를 듣겠다는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강연 바로 신청하기 http://advertise.hellodd.com/2012/0808_kiom/)

이밖에도 박 박사의 강연 내용과 스타일을 미리 알고 싶다면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 홈페이지(http://www.mhpark.co.kr)에서 동영상을 참고하면 된다. 

▲뇌과학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은 삼색펜을 저마다 들고 뇌구조를 그리며 강연에 빠져들었다.
ⓒ2012 HelloDD.com

▲신경관의 발달과정을 그린 그림.
ⓒ2012 HelloDD.com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이 강연이 끝난 후 신경계 발달과정을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담느라 열심이다. 
ⓒ2012 HelloD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