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1만㎞ 상공, 반물질 띠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11.08.09 01:51 / 수정 2011.08.09 02:10

지구에 자연상태론 없는 물질
이탈리아 - 러시아 연구팀 발견
“고도 높아 소멸 안 한 듯 … 미래 우주선 연료 가능성”

지구 주위에 반물질(反物質·antimatter) 띠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2006년 러시아 인공위성에 실려 발사된 우주선(宇宙線·cosmic rays) 관측장비 파멜라(PAMELA) 연구팀에 의해서다. 영국 BBC는 7일(현지시간) ‘천체물리학 저널 소식’ 최신판 논문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반물질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과 다른 특성을 갖고 전하 값은 반대인 ‘물질’을 통칭한다. 양성자(+)의 반대인 반양성자(-), 전자(-)의 반대인 양전자(+) 등이다. 이런 반물질은 물질과 만나면 빛(에너지)을 방출하면서 함께 사라진다(쌍소멸). 스위스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등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제외하곤 지구상에선 반물질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그런데 파멜라 연구팀은 지구의 밴앨런대(帶) 내층(지상 약 100~1만㎞)과 외층(지상 약 1만3000~6만㎞) 사이에서 정상적인 수준보다 수천 배나 많은 반양성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밴앨런대는 지구 주위를 도넛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입자 무리다. 이들 가운데 다량의 반양성자가 쌍소멸을 피해 존재한다는 것은 기존 상식을 뒤집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이탈리아 바리 대학 알레산드로 브루노 교수는 이와 관련해 “고도가 수백㎞ 이상 되면 쌍소멸률이 낮아져 반양성자가 대량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반물질들이 “지구 가까이에 있는 가장 풍부한 반물질 자원”이라며 “미래 우주선의 연료로 쓰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쌍소멸 때 방출되는 에너지는 반물질 1g 당 약 2500만kWh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공상과학(SF) 소설·영화 등에서 우주선 엔진연료로 자주 등장해 왔다.


김한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