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1부

 

 - 말이 뛰고, 버스도 뛰고

 

 

 b65728bc45021681f0ae80dbd4034cf6_1-001.jpg

사진 - 신양수 선생님

 

초원의 나라 몽고를 다녀왔다. 굽이 굽이 흐르는 길을 따라 빛을 먹고 푸른 빛을 토해내는 풀과

팔딱팔딱 싱싱한 바람을 마시며, 심장까지 흔들리는 러시아제 버스와 스타렉스, 푸르공을 타고,

푸른 하늘 아래 공간을 채우는 몽골의 초원을 탐사하였다.

  

 

말이 뛰고, 버스도 뛰는 몽골

 _IGP2887.JPG

징기스칸 국제 공항에서 꿈틀 꿈틀 느리디 느린 컨테이너 벨트에서 짐을 찾고, 우리를 태울 러시아제

버스와 스타렉스 2대를 만났다. 쌓고 보니 차보다 짐이 더 많다. 꾸겨 넣고, 지붕 위에 싣고 잠을 자러

선진 호텔 찜질방을 향한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보다 우리를 반긴 것은 덩컹거리는 도로였다.

 

위 아래로 흔들리는 차에서 이화종 선생님께서 이런걸 “ Rolling”이라고 하지요. 위 아래로 흔들리니

말입니다라고 하자. 뒷 좌석에서 이익우 회장님께서 아니다. “jumping”이라고 합니다.라고 하자

박장대소가 터진다. 그러나 정작 모르고 있었던 것은 공항에서 울란바토르로 가는 길은 포장도로였다.

 

학습탐사 10일동안 우리는 jumping 하는 차를 타고 다녔다. 마치 초원이 바다고 버스와 스타렉스가

물고기라도 되듯이 신나게 튕겨졌으니 초반의 농담이 무색해 질 정도였다. 심지어 나는 좌석에서

튀어올라 천정을 받을 정도였으니 말 다한 것 아닌가. 이 모든것이 박자세 학습탐사의 시작에 불과했다.

 

_IGP3291.JPG  

몽골 민족과 전사들은 말을 타고 다녔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말을 타고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흔들거림이 그러했으니 말이다. 우리의 학습탐사는 몽골의 초원을 내 달렸던 몽고 민족처럼

 뛰어 다니는 버스와 스타렉스를 타고 시작되었다.

 

 _IGP3028-001.JPG

박자세 학습탐사는 여타 여행과 괘를 달리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하고, 보이는 것에서 숨겨져 있는

 것을 보려 한다.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그 밑 수 십미터의 지층을 보고, 몇 천 년이 넘는 고대의 도시에

 살아 숨쉬는 역사를 갈무리하고, 평원에 뿌려진 적각목각분에서 흉노의 이동과 한반도와의 상관성에

눈을 돌린다. 일차적 감각에 눈을 돌리고 몸을 맡기는 여행이 아닌 복합적이고 구성적인 탐사를 한다.

다 쓰러져 벽돌의 흔적과 온갖 가축의 똥이 나뒹구는 성채에서 번성하던 그 시절을 재구성하고 역사적

흐름을 되새긴다. 이질적인 풍경에서 세포가 기억하는 공간을 떠올린다.

 

아침부터 부리나케 일어나 새벽 별을 보고, 텐트를 정리하고, 식사를 하고, 사진을 찍고 떠난다.

12시간이 넘게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튀어오르는 차에서 박사님은 강의를 하신다. 흔들리는 차에서

흔들리는 글씨를 쓰며, 별자리를 그린다.

 

허만욱 교수님은 흉노화를 탄생 시켰다. 말 위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나 튀어 오르는 버스에서 그림을

 그리나 그게 그것이기에 그림이 살아 숨쉰다.

 

 

 

일체유심조

 _IGP3104.JPG

밤새 달려 밤에 숙영지를 정하고 텐트를 치고 아침이 되면 원효대사의 일체유심조를 떠올리기 딱 좋은

 풍경이 펼쳐진다. 그 푸른 초원에 똥이 절반은 되어 보인다. 똥 밭에 구르면서 야리꾸리한 허브향 가득

한 초원의 향기를 즐긴다. 밤 새 달콤한 잠을 이룬 그 장소가 똥 밭이었으나 몇 일이 지나자 일상이

되었다.

 

_IGP2879.JPG  

둘째날 숙영한 장소는 톨고이 옛 성터였다. 아침에 옛 성터에 여명이 맞으며 물수건으로 세수를 하고,

밥을 먹는다. 셋째날도 넷째날도 그러했다.

 

이번 학습탐사는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사막에서 적막과 고요에서 자신을 던지는 작업이었다. 시리도록

망막에 어리는 푸른 초원에서 배설물을 뿌리는 것이 아무렇지 않는 것을 발견한다. 볼 일을 보고 있을 때

엉덩이를 스치는 바람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게 된다. 우리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꽉 막힌 사각의

공간보다 드넓은 초원에서의 소변이 자연스러워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몽고에 빠지다.

 

13일 월요일에 위그루 수도를 보고 오후 2, 초원에 버스를 세우고 바람을 막았다. 다리에 뼈가 들어난

개가 먹을 것을 기다리며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탐사대원은 비를 맞으며 . 양손에 숟가락과 밥그릇을

들고 컵라면과 샌드위치를 먹는다. 소똥이 굴러다녔고, 야생화가 피어 있었다.

_IGP3065.JPG

 머리 위로 기러기가 날고 바람이 불자 양들이 서로 기대며 모여있다. 버스에 기대 요기를 때우고,

사이에 커피를 마신다. 몽고에 보기 힘든 숲이 주변에 있다. 그 사이에 하얀 게르가 놓여 있다

 

몽고 학습탐사의 묘미는 어느 곳으로 가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박사님과 가이드를 맡은

유로 아저씨는 알겠지만 탐사대원들은 차를 타고 내리고, 넓은 들판에 놓인 옛 성터를 바라본다.

25Km가 넘는 도시를 상상하고 1,200년 전의 토성을 오른다. 그리고 점점 몽고에 빠지기 시작한다.

 

유목민족 역사의 현장에서 상념이 녹아 들고, 자연이 내어 준 공간에 생태가 존재하고 유목을 할 수

밖에 없는 시간의 의미를 되새긴다.

 

  889deb19c3eba258b7e8d399411cc55f-001.jpg

사진 - 신양수 선생님

 

그리고 실제로 스타렉스가 수 십 차례 비가 온 진흙탕 길에 빠지고, 버스가 빠지고, 푸르공이 빠지고,

차에서 내려 옷을 걷어 올려 냇가와 강을 건넌다.

 

3,000미터가 넘는 산에 구름이 걸리고 초원이 구름을 초대한다. 구름과 구름이 얼싸 좋다 엉겨 붙고,

바람은 더욱 세차게 구름을 둘러메고 온다. 흠뿍 기분에 취하자 한 떼의 비를 쏟아내고 우리가 타고

온 버스는 진흙탕에 빠졌다. 몇 시간을 보내고 초원에 찾아 온 구름은 떠나고 버스는 겨우 빠져 나온다.

 햇살이 떨어지는 공간에 야크 무리가 풀을 뜯는다. 몽골에 빠지는 이유는 가지 않고는 알 수 없다.

 

 38231714ff35fe73f6db37e1f0ba7e04_1-001.jpg

 사진 - 신양수 선생님

 

 

질퍽거리는 길에 발이 빠지듯 몽고에 익숙해져 간다    

 

 

 

  _IGP322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