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일관되게 공부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는 건 참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작년 말 무렵 아버지는 뇌혈관 장애가 발병하셔서 몸이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어머니는 오래전부터 뇌졸중 후유증으로 몸을 자유자재로 운신하지 못해서 점차로 쇠약해지자 홀로 몸을 운신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되었습니다.

 

아직도 제 머릿속에는 건강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버지의 모습이 생생하고 뇌졸중을 겪었지만 어떻게든 자신의 거동은 남의 손을 빌리지 않으시려는 어머니의 의지가 역력한데 세월의 무게를 비켜갈 수는 없나봅니다.

 

몸이 쇠약해질수록 하나밖에 없는 아들인 저에게 의지하시는 부모님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중에는 가족을 부양한다고 바삐 일하고, 주말이면 박자세에서 새로운 지식을 공부하며 눈코 뜰 새 없이 지내왔습니다. 이런 생활 패턴 속에서 가족에 대한 소홀함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었나 봅니다.

 

주말마다 부모님 건강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점차로 가족들에 대한 내면도 들여다보고 가족들과의 소통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인생의 다른 면을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가족들과 추억을 만들고 소통하고 정서적 교감을 하는 일이 무척 중요한데, 그간 가족을 부양한다는 명분과 새로운 지식과 세상을 알아가는 제 개인의 호기심 충족만을 위한 시간 할당으로 가족들의 보이지 않는 불만이 실망감으로 깊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시골에 갔더니 아버지가 저를 조용히 안방에 불러 앉히더니 “ 너는 부모가 병들었다고 유기하는 거냐! 고려장하듯 시골에 두고 죽을 때만을 기다리는 거냐!”라고 일갈하셨습니다. 그 순간 제 머릿속은 망치로 맞은 것처럼 멍해졌습니다. 제가 그토록 사랑한다고 여기던 부모님에게 그러 말을 들으리라고는 전혀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단순히 몸이 불편해서가 아니었다는 걸 직감했고 저의 생활패턴의 일부를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지난 6년 전 박자세에서 자연과학 공부의 세계를 접하고 난 후에 저는 스스로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인생을 마치는 날까지 중단 없이 자연과학 지식의 세계를 탐구하며 즐기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약속과 결심이어서가 아니라 자연과학 지식이 가져다주는 경이로움에 자연스럽게 중독되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입니다.

 

지난 시간동안 제가 자연과학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었던 게 저의 의지나 결심이 아닌 가족들이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는 그동안 저를 배려해 주었던 가족들에게 이제 제가 보답해야 할 차례입니다. 주말이면 우선적으로 부모님 건강을 보살피고, 간혹 군대 간 아들 면회 가서 위로도 하고 독서지도도 해줍니다. 아내의 건강을 위해서 함께 등산도 합니다. 그렇다고 자연과학 공부를 손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자연과학 책을 사서 모으고 있고, 평일날 틈나는 대로 동영상을 통해서 박사님 강의를 듣습니다.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중단 없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와는 달리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되시는 분들은 그 여건과 시간이 결코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걸 새삼 생각해보고 공부에 더욱 정진하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