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지식카페게재 일자 : 2016년 12월 14일(水)
인간의 構文능력, 진화된 운동조절능력이 있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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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 송재우 기자 jaewoo@


박문호의 뇌과학 이야기 - ④ 뇌와 언어, 발화의 상징적 사용

언어는 개인, 문화, 생물의 세 계층에서 작동하는 역동적 적응과정이다. 교통문제는 자동차와 도로와 운전자의 상호작용에서 생겨나는 현상이므로 각각의 요소를 분리하면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언어도 상호작용에서 생겨나는 현상이므로 개인과 문화를 분리하면 언어의 본질은 사라진다. 또한 언어의 발음과정은 발성 기관의 진화와 관련되므로 개별 생물 종에 따라 다르다. 언어는 발성의 상징적 사용이다. 대부분 동물은 의사소통을 위해 상징을 사용하지 못하며 인간만이 언어를 통한 대규모의 상징 사용이 가능하다. 동물은 발성을 본능적 정서를 표출하는 데 사용한다. 인간 정신작용의 핵심적인 기능은 상징의 사용이며 상징의 기원은 사물과 사건을 지시하는 신체작용에서 시작한다.

퍼스의 기호이론에 의하면 지시작용은 세 단계로 구분된다. 첫째, 도상적 지시 단계로 풍경과 풍경화의 관계가 도상을 사용한 지시관계이다. 둘째, 지표적 지시 단계로 교통신호처럼 운전자에게 도로 상황을 지시해준다. 동물의 울음소리는 청각을 통한 지시작용이다. 셋째, 의사소통을 위한 상징의 사용 단계이다. 동물이 내면의 욕구를 표시하는 외마디 울음소리에서 발전하여, 인간은 발화의 상징적 사용을 통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리고 인간에게서 활발해진 상징의 사용은 상황에 따라 구분된다. 비맥락적 상황에서 몸이 피곤하거나 감정이 분출할 때 내는 소리가 있다. ‘어휴, 휴, 에잇, 아하’처럼 주로 짧은 외마다 소리는 몸의 상태나 정서의 표출로 어떤 대상을 향한 소리가 아닌 자신의 내면 상태의 표현이다. 전대상피질의 일부 영역에는 고통이나 격한 정서를 소리로 발음하게 하는 영역이 있다.  

대상과 맥락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단순한 구문에 의한 의사소통이 출현한다. “여기야, 그래, 아니야”처럼 주로 주의를 유도하거나 몸짓을 동반한 간단한 의사표시 단계이다. 동물의 경우는 꼬리 흔들기로 ‘yes’는 표현할 수 있지만 ‘no’에 해당하는 몸짓은 없다. 의사소통에 상징을 사용하는 단계는 단어를 연결하여 구문을 만드는 능력이 필요하다. 구문 속의 단어는 일련의 상징 계열의 교차점에 해당한다. 즉 사물을 범주화하는 다양한 분류가 존재하고, 개별 단어는 여러 범주 분류를 함축하므로 대부분 단어는 문맥에 따라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의사소통을 위해 발음을 상징수단으로 사용하려면, 단어 발음에서 선별적 명료화와 어형변화 그리고 어순조작 능력이 필요하다.  

발음의 선별적 명료화는 말의 강세에 따라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표현에 잘 나타나 있다. 하나의 표준말에 여러가지 방언이 존재하는 이유는 지역별로 발음의 엑센트가 다르기 때문이며 말의 의미 강조를 엑센트 변화에 실을 수 있다. 

어형변화는 구문을 형성하는 단어의 다양한 변화양식이며 문장구성에 다양성을 만들어 준다. 어형변화는 명사의 단수·복수와 남성·여성의 변화, 동사의 시제변화, 능동형·수동형의 변화 그리고 형용사형과 부사형 사이의 어형 변화가 있다.  

어순 조작은 영어에서 주어와 동사의 위치 변화로 서술문에서 의문문이 생겨난다. 문장의 어순 변화는 먼저 명사, 동사, 형용사에 해당하는 단어의 문법적 범주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유인원에게 단어를 훈련시키는 실험은 일정 수준까지는 성공했지만 문장 형성에는 성과가 거의 없었다. 

인간과 유인원의 발성의 차이는 기본 음소의 발음 능력의 차이가 아니고 발음의 상징적 상용을 위한 어형변화 능력이다. 어형변화는 성대와 입술의 정확한 제어가 가능해야 하며 결국 단일 단어의 발음을 넘어서 단어의 연결을 통한 ‘문장을 발음하는 것’으로 인간이기에 가능한 새로운 능력이다. 

동물이 발성을 단순 지표적 지시작용을 넘어서 상징적 의사전달수단으로 사용하려면 먼저 상징적 지시작용이 가능해야 한다. 동물이 상징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는 상징이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징은 인간 사회에서 관습적으로 생겨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상징과 상징으로 지시되는 대상 간에는 그 어떤 물리적, 심리적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상징은 대상과 단어 사이의 관습적으로 형성된 지시 관계가 존재할 뿐이다. 따라서 상징은 다른 상징들의 ‘맥락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으며 특히 상징 간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상징을 표상하는 단어는 대상지각의 언어적 범주화이며, 다양한 범주화 계열들의 상호교차 하는 지점이다. 하나의 단어가 다양한 의미들을 연결하는 교차점에 위치하므로 언어의 다의성과 다층적 해석이 가능해진다. 단어 의미의 다양성은 단어 발음의 선별적 명료화와 결합하여 인간 언어의 무한대에 가까운 의미 확장을 가져왔다. 결국 유인원과 인간을 구분 짓는 능력은 개별 단어의 발음이 아니라 구문능력이다. 문장을 구성하는 구문능력의 본질은 단어의 연결 순서와 그에 상응하는 뇌 신경회로의 진화이다. 

인간의 언어능력을 뇌와 발성 기관의 진화 관점에서 연구해온 리버만은 인간의 순서화된 발음은 대뇌기저핵의 운동조절능력에 의존한다고 주장한다. 구문능력에서 어형과 어순의 변화는 입술과 혀 그리고 후두의 움직이는 근육들의 잘 맞은 타이밍에 따른 운동제어 능력에 의존한다.

이러한 순서화된 근육 운동은 대뇌기저핵에서 담당하고, 기저핵의 운동조절 기능 저하로 운동 실조증인 파킨슨병이 생긴다. 파킨슨병은 운동 시작이 어렵고 일단 시작된 움직임을 멈추기도 힘들다. 운동의 시작은 여러 가지 골격근의 순서화된 작동이 필요하다. 입술을 여닫는 순간을 기준으로 발음의 차이가 생기며, ‘b’의 발음은 입술을 열고 25밀리초(1000분의 1초) 이내에서 성대 울림으로 생성된다. ‘p’ 발음은 입술을 열고 25밀리초 이후에 생성된다. 이처럼 소리가 구분되는 현상은 발음 시작 시점과 관련되며 단어의 발음은 순서화된 활성이 핵심이다.  

즉 구문능력은 순서화된 근육 운동체계의 적응과정이다. 리버만은 고산등반가들이 겪는 일시적 발음 실조와 파킨슨병과의 관계에 주목했다. 고산의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일시적인 파킨슨병처럼 발음 순서에 둔감해져 b와 P 발음을 구분해서 하기 힘들다.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안전띠를 매는 순서에 착오가 생기기도 한다. 발음이 둔해지는 현상과 복잡한 순서의 손 운동에 실수가 생기는 현상은 모두가 대뇌기저핵의 절차운동 생성과 관련된다. 결국 인간의 구문능력은 대뇌기저핵의 순서화된 운동 능력의 진화에 의존한다. 그리고 대뇌기저핵에 손가락 운동영역과 입술 운동영역이 중첩되어 있고, 도구를 만드는 순서화된 손 운동과 발음의 순차적 운동이 진화적으로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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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의 음소로 구성되는 인간의 말소리에는 각각의 의미가 결합되는데, 단어의 의미는 베르니케영역 주변의 후측언어 피질에 저장되어 있다. 그래서 일차청각 피질에서 단어의 소리를 처리하고 그 소리에 대한 의미와 결합한 후, 의미가 결합된 단어를 발음하기 위해 베르니케영역에서 브로카영역으로 신경흥분이 전달된다. 감각 언어영역인 베르니케영역과 운동 언어영역인 브로카영역은 궁상다발이라는 대규모 신경섬유 다발로 연결되어 있으며 초기 영장류에서도 궁상다발이 존재한다. 

전두엽에 위치한 브로카영역에서 단어를 구성하는 각각의 음소를 순서대로 발음하게 된다. 발음을 하는 데는 후두와 혀 그리고 정확하게 시간 조절된 입술의 근육운동이 필요하며, 이러한 다양한 발성 구조에 대한 근육운동의 순서기억은 대뇌기저핵이 담당한다. 결국 별, 가을, 바다, 하늘, 사람, 진리, 마음, 이런 아름다운 단어 하나하나의 발음 속에 혀와 구강, 연구개와 경구개, 인두와 후두, 식도와 기도, 폐와 비강, 늑간골과 복근, 횡격막과 흉곽막 진화의 기나긴 서사시가 새겨져 있다. 대뇌기저핵과 소뇌에 의해 적절히 조절된 근육운동 출력이 개별 단어의 어형을 변화시켜 ‘그랬구나’ ‘그렇군’ ‘그럴 거야’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내면 상태를 표현하게 되고, 결국 현재에 종속된 감각에서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시간 의식’이 행성 지구의 인간이란 종에서 출현하게 된다. 또한 근육운동 출력이 발음의 강도와 시간을 선택적으로 변화시켜 ‘잘했다’와 ‘잘∼했다’처럼 ‘어 다르고 아 다르다’가 가능해졌다. 즉 인간은 단어의 발음 속에 다양한 감정을 실을 수 있게 된다. 


인간의 발성은 단순한 ‘사실 전달’에서 미묘한 어감과 함축된 의미를 감정에 실어서 ‘정서교환’이 가능해졌고, 감정에 의한 기억의 공고화로 기억능력이 크게 증가하게 되었다. 경고음을 내거나 격한 정서적 감정을 표출하는 개별 단어의 발성은 유인원도 가능하다. 하지만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여 구문을 형성하는 동물은 인간뿐이다. 단어와 문장의 차이는 원자와 분자의 차이보다 더 크다. 인간의 의사소통은 대부분 문장 형태이며, 문장은 단어의 변형과 단어의 문법적 범주화가 선행되어야 가능해진다. 단어를 명사, 동사, 형용사, 접속사들로 범주화할 수 있어야, 영어 구문처럼 주어+동사+목적어 형식의 문장을 구성할 수 있다. 명사의 범주화는 감각입력자극이 ‘무엇’인지를 처리하는 지각과정에 사물의 언어적 대응과정에서 일어난다. 

결국 인간 발성이 의사소통을 위한 상징적 발성이 되어 말소리가 되었고 말소리에 대응하는 사물의 시각정보 처리와 연결되면서 단어와 단어가 지시하는 사물이 대응관계로 연결되었다. 단어의 발음은 인간의 몸 전체의 진화와 관련되며, 발화의 상징적 사용에 의한 문장생성 과정은 인간의 인지작용에 관여하여, 드디어 인간이란 현상이 지상에 출현하게 된다. (문화일보 11월 16일자 28면 3회 참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