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과학리딩 모임이 시작되는 1218. 걱정 반, 셀레임 반으로 박자세 사무실로 향했다. 잠깐 머뭇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문턱을 넘었다.

처음 공부하시는 분도 얼마든지 가능하니, 편한 마음으로 참여하세요라고 적힌 홈페이지를 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박자세 공부 방식을 들어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첫 공부모임에 참가한 50여명 중 신입생(신규 참여자)는 대략 10여명. 부천에서 왔다는 김인경씨는 자칭 박자세 키드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내 인생은 박자세를 만나기 전과 만난 후로 구분된다고 단언했다. 그만큼 박자세를 좋아한다는 얘기다. 비록 생업으로 자주 참여하지 못하지만 대신 강의를 모두 녹음해 시간날 때마다 듣고 있다고 했다. 녹음해서 들으면 불법아닌가! ! 또 직업병이다.(나는 현재 지적재산권을 다루는 부서에서 일한다.)

 

이날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전성태 문미영 부부. 치과의사로 30년간 진료해왔다는 -문 커플은 다른 사람들의 부러움을 독차지했다. 아이가 아파서 좀 일찍 자리를 떴지만 공부하는 아름다운 부부를 목격했다.

 

-문 커플을 보고 난 힌트를 하나 얻었다. 앞으로 일요일날 또 공부하러 간다고 아내가 뭐라고 하면 같이 가자고 하는 것이다. 부부가 같이 공부하면 복습할 때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면 가르쳐줄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이날 신입생 중 단연 주목받은 사람은 윤여화 선생님. 그는 7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공부가 진행되는 10시간 내내 꽂꽂함을 유지했다. 내가 힘들어서 옆을 보니 그는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화이트보드를 보고 뇌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비결은 야간산행이라고 한다. 박문호 박사가 공부하려면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윤 선생님이 산증인이다.

 

어머니와 딸의 행보도 눈에 띄었다. ‘뇌과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왔다는 박현비 학생은 최연소 신입생이라서 그런지 박문호 박사를 비롯한 회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박 박사님은 생물학 책을 소개했다. 우리나라가 교육 때문에 항상 시끄러운데 이 모녀를 본받으면 좋을 것 같다.

 

충북 옥천에서 올라온 김만수 선생님은 치매예방 뇌교육 강사를 양성하는 일을 하는데 정작 뇌과학을 몰라 박자세의 문을 두드렸다고 소개했다. 그러자 박문호 박사는 뇌과학과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뇌과학을 모르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며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문호 박사님은 틈만 나면 공부를 강조하는 사람이다. 첫날인 오늘도 이런 얘기를 몇 번 들었는지 모르겠다.

 

건국대 체육교육과 졸업예정인 김수민 이두언 학생은 나는 알아듣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Subcortical’을 들먹이며 자신들을 소개했다. 나중에 옆자리의 고수에게 물어보니 Subcortical은 피질하기관이라고 귀뜸해줬다. 박문호 박사가 얘기하는 뇌과학 공부의 절반 이상이 용어라는 대목이 실감났다. 공감백배!!!

 

국내 굴지의 회사 삼성전자의 채주락 전무는 업무의 연관성으로 이것저것 공부하고 독학하다 박자세를 방문했다고 했으며, 장보금 출판사 에디터는 앞으로 뇌과학 관련 서적을 출판하게 될 예정이라서 스터디 차원에서 왔다고 했다. 전문 강사인 이성희 선생님은 본인 강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박사세를 찾았다며 공부열의를 다지기도 했다.

 

이유야 조금씩 달랐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만난 우리는 2016학번 동기생이 됐다. 박문호 박사님은 점심때 피자를 먹으면서 무조건 버텨라고 강조했는데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일단 이번 과학 리딩을 마무리했으면 한다. 그리고 공부의 즐거움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다음 커리큘럼에도 같이 참여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