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9.05.28. 오전 3:07           

 /AP 연합뉴스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인 '쿼크(Quark)'의 존재를 증명한 미국의 물리학자 머리 겔만(89·사진)이 지난 24일(현지 시각) 별세했다. 뉴욕타임스는 겔만이 이날 뉴멕시코주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고 보도했다.

1929년 뉴욕 맨해튼의 동유럽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겔만은 고등학교를 14세에 졸업한 뒤 예일대에 입학해 물리학을 전공했다. 19세에 예일대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대학원에 입학해 21세 나이에 박사 학위를 땄다. 25세에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 교수로 임용됐다.

겔만의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는 쿼크의 존재를 예측·증명한 것을 들 수있다. 쿼크는 물질을 구성하는 단위 중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작은 입자다. 물질을 쪼개면 분자, 분자를 쪼개면 원자, 원자를 쪼개면 원자핵과 전자, 원자핵을 쪼개면 중성자와 양성자로 나뉜다. 이 중성자와 양성자를 구성하는 것이 쿼크다.

겔만은 1964년 발표한 논문에서 양성자와 중성자가 더 작은 단위로 쪼개질 수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했고, 이 단위를 '쿼크'라고 명명했다. 쿼크의 존재는 4년 뒤 다른 과학자들의 실험을 통해 사실로 드러났다. 이 공로로 겔만은 1969년 40세의 나이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쿼크라는 이름은 아일랜드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피네간의 경야'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겔만이 물리학 외에도 고고학, 언어학, 자연사, 조류학에도 조예가 깊었다고 전했다. 겔만은 예일대에서 고고학이나 자연사를 전공하려 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물리학을 택했다고 한다. 여러 언어에도 능통했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노벨상을 받을 때는 연설을 스웨덴어로 마무리해 청중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겔만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동료 교수이자 또 다른 천재 물리학자였던 리처드 파인먼과의 앙숙 관계로도 유명하다. 철저하게 수학적 접근을 고수한 겔만과 직관을 중시한 파인먼의 연구 방법론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겔만은 과거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파인먼의 문제 해결 방식이 분명한 원칙이나 절차 없이 찍어서 맞히는 것에 가깝다는 취지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기우 기자 rainplz@chosun.com]

출처: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023&aid=00034493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