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자 조선일보 기사입니다.
 
죠슈아 포어는 '지력 10종 대회'취재를 갔다가 취재원이었던 쿡(세계기억력스포츠위원회가 인정한 '그랜드 메모리마스터')의 한마디에 자신이 직접 1년간 기억술을 훈련했다. 급기야 이듬해 전미메모리챔피언십 대회에 나가 미국 신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그는 기억술만 배운것이 아니라 그 과정속에서 뇌와 기억의 관계,기억과 실존의 관계를 파헤쳤다. 포어는 기억이 인간의 자기정체성의 기초이자 모든 학습의 첫걸음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더 잘 알 뿐만 아니라 더 깊이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것도.
 인간이 자신의 뇌 자체를 단련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아니면 각종 보조적인 뇌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진화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인지는 이번 제3회 특별한 뇌과학 공부를 하면서 알아봐야겠다.
(컴맹인 제가 오늘 처음 이런 거 해 봤슴다.기분 묘~한데요 ㅎㅎ)
 
 
 
 
 
모든것을 잊는 남자 vs. 모든 것을 외운 남자...누가 더 행복할까?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 저자 조슈아 포어 인터뷰
 


포어는 거창한 이론 대신 실감 나는 사례를 들어 '기억과 지성의 관계'를 묻는다.

가령 포어의 책에는 모든 것을 잊는 노인 'EP'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S'가 등장한다. EP는 뇌질환으로 1950년대 이후의 일은 아무것도 새로 기억하지 못한다. 손주가 태어났다고 감격했다가 다음 순간 손주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는 식이다. 반면 S는 한평생 보고 들은 모든 것을 기억했으나 대단한 지적 성취를 이루긴커녕 기억술 묘기로 먹고살았다.

뉴욕에서 전화를 받은 포어는 "EP와 S는 사실 특수한 사례"라면서 "대부분의 인간에게 기억은 자기정체성의 기초이자 모든 학습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암기 달인이 소수점 이하 원주율을 수천 자리 외운다고, 수학 연구에 하등 보탬이 되진 않는다. 포어는 "그래도 기억술은 유용하다"고 했다.

"기억과 이해는 별개지만 기억하지 않고선 아무것도 배울 수 없어요. 제겐 나무를 잘 아는 친구가 있어요. 함께 공원에 가면 수목에 얽힌 지식을 끝없이 풀어놓지요. 그는 단지 더 알 뿐 아니라, 더 깊이 숲을 즐겨요."

책에서 포어는 마이크로소프트사 간부 고든 벨을 인터뷰했다. 벨은 평생 소형 디지털캠코더를 목에 걸고 다니며, 자신이 보고 들은 모든 것을 기록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어슴푸레 기억을 더듬는 대신, 뭔가 궁금할 때마다 외부 컴퓨터에 저장해둔 방대한 영상자료를 구글 비슷한 검색장치로 찾아낸다. 암기 달인들이 뇌 자체를 단련하는 데 열중한다면, 벨은 그와 달리 컴퓨터·디카·검색장치를 '보조적인 뇌'로 활용하는 사람이다. 어쩐지 SF 같은 얘기지만 포어는 "이미 현실"이라고 했다.

"두 달 전 잡지에서 안경에 부착하는 디지털 카메라 광고를 봤어요. 심지어 싸더군요. 흥분됐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해보세요. 동시에 무서웠어요. 이런 기술은 인간의 본성과 인간관계를 바꿔놓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