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자유롭게 불고

햇빛을 가로막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드넓은 평원에서 나는 태어났다

들소 가죽으로 만든 인디언 천막이 나의 집이었다

첫 숨을 들이쉬는 순간부터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까지

우리 인디언은 자연과 하나된 삶을 살았다

우리는 대지의 일부분이며, 대지는 우리의 일부분이었다

천막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언제나 신비가 우리를 맞이했다

세상은 경이로움으로 넘쳐나고 대지 전체가 곧 학교이며 교회였다

우리의 삶 속에는 단 하나의 의무만이 있었다 그것은 기도의 의무였다

기도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원한 존재를 날마다 새롭게 느끼기 위한 방법이다

아침마다 우리는 물가로 나가 몸을 정결하게 씻고 떠오르는 태양 앞에 마주섰다

새롭고 부드러운 대지 그 위대한 침묵 앞에 서 있었다

삶의 근본이 모든 생명을 에워싼 위대한 신비를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과 대지를 사랑하는 데 있음을 우리는 배웠다

 

-시애틀 추장의 연설문 중 -

 

 

 

- 이런 여행을 한번 상상해 보자

서기 1000년경 비행기를 타고 아메리카 대륙을 내려다 보면 창문 아래로 어떤 풍경이 보일까?

50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단순하게 답을 했을 것이다

 빙하기 이후 생활 방식이 거의 바뀌지 않은 원시 유목인들이 여기 저기 무리지어 사는,

그저 야생 지대로 이루어진 남미와 북미 두 대륙일 뿐이라고

하지만 이해하고 있는 이것들은 거의 모든 관점에서 틀린 것이다.

 

인디언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 만오천년전에 배링해협을 통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왔으며

 대개 소규모의 외딴 무리를 이루어 살았고, 자신들이 사는 환경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아

수천년 동안 거주한 뒤에도 거주지 대부분이 야생지대로 남아 있었다 ) 보다 훨씬 오래전 부터

이 대륙에 살았고, 그 숫자도 훨씬 많았다고 현대 고고학자들은 밝히고 있다

1492년 콜럼버스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인간에 의해 완벽하게 구획되고 관리되어 온 땅들이

 대륙 전체에 수없이 널려 있었다

 

도로, 둑, 수로, 저수지, 흙둔덕, 그리고 운동 경기장까지 지었을 뿐만 아니라 철마다 범람하는 목초지에서

수천명의 사람이 둑길 사이에 흙으로 만든 갈지자형의 물고기를 잡는 장치(어살)를 설치하여

물고기도 잡았다. 또한 그들은 대단히 건장했다.

매우 영양가 높은 음식을 섭취했고, 열심히 일했으며,고된 노동으로 쇠약해지지도 않았다.

굶주림이나 전염병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대서양 지역에 흔한 천연두나 소아마비에 걸린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중략

.

인디언들은 대지를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바꾸었으며, 동시에 자연의 조화를 깨뜨리지 않은 드문 사람들이다

            

 - 찰스 만 저 인디언’ 중 -

 

 

1. 용기의 기술화

 

차코 캐년을 맡아서 준비하던 유승우씨가 대학원 논문준비로 중간에 못하게 되었다

어부지리(?)로 실력이 안되는 내가 맡게 되었다

모든 변명에도 불구하고 임무가 떨어졌다

겁없이 무조건 해보기로 한다

 

2. 불편함을 견디자

 

책을 내는것은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개인적인 일을 떠나 막중한 책임감이 따른다

처음에는 승우씨가 하던것에 조금만 덧 붙이기로 마음먹는다 

하다보니 어림이 없다

 

회피 작전을 써 보기로 한다

이화종샘이  같은 아나사지 문명인 메사버디를 준비 하고 계신다

화종샘은 자료를 찾기 위해 보름이나 미국도서관에서 더 머물다가 오셨다

" 화종샘 ~ 어차피 같은 분야이니 하시는 김에 같이  차코 캐년도 하시면 안될까요?

그동안 준비도 엄청 많이 하신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맛있는 식사를 따블로 사드리겠습니다 "

화종샘 : 예 그럼 그러지요 하지만 일단 한 번 준비를 해 보시고 한번만 발표를 해보시고

정 안될때 박사님께 말씀 드리시고 제가 맡아서 하겠습니다 

정말로 대신 해 주시는 줄 알았다

그 이후 화종샘은 안개 같이 사라지셔서 내가 화종샘을 찾다가 지쳐서

스스로 어느 정도 준비를  한 다음  한참 후에 나타 나신다

 

먼저 집 근처 구립도서관에 가서 차코 캐년 관련 책을 몇권 빌렸다

제럴드 다이아몬드, < 문명의 붕괴 >, 김영사, 2005

권삼윤, < 유네스코지정 세계문화유산 577 >, 청아, 2002

브라이언.페이건, < 고대 세계의 70가지 미스터리 > ,오늘의책, 2003

프란시스 휘트니외, < 미국의 역사 >,미국국무부, 2004

웬키.로버트 < 선사문화의 패턴2 >, 서경, 2004

브라이언.페이건, < 세계 선사문화의 이해 > 사회평론, 2001

손승현, < 제4세계와의 조우 >, 지오북, 2012

 

구립도서관에 없는 책은 박자세 사무실 근처 국립 도서관에 가서 복사를 했다

국립도서관은 대출이 안된다

 

그날 국립도서관에 갔다가 사무실에 들르니 박사님께서 일 때문에

마침 사무실에 와 계셨다 

 '내일 모레가 발표인데 그러고 있을 시간 없으십니다'

사무실에서 현미샘과 놀고(?) 있는 나를 보시고 한 마디 하신다

마음이 조급해 진다 제대로 준비한 것도 없는데 내일 모레 1차 발표이다

 발표 전날 새벽5시 까지 겨우 대충 준비해서 1차 발표를 한다

차코 캐년의 역사, 위치, 농업,건축, 천문학등...

 

박사님 ;   ''준비는 많이 하셨는데 조금 만 더 보충해 보시지요"

인디언 전체 부족들의 연결망과  map , 민속사, 설화, 전설 등

인디언들의 내적 의식의 흐름을 재구성하세요

한달간 올 인 하셔야 됩니다

잠꼬대 할 정도로 하셔야 되고, 정서적 농도를 더 강하게 하시고... 

한 chapter의 전문가가 되기

워드 50장을 통해 자기 스토리화 할것을 다시 요구하신다

 

"인디언은  이진규샘이 준비하시는걸로 알고 있는데요"  

아, 그건 분야가 다릅니다 주로 유전자 쪽이거든요

해서 다시 인디언 관련 자료를 준비하면서 책을 4권을 샀다

 

나카자와 신이치 < 곰에서 왕으로 >, 동아시아,2002

류시화, <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김영사,2011

여치헌 < 인디언 마을 공화국 >, 휴머니스트, 2012

찰스 만 < 인디언 >, 오래된미래, 2005

 

 

3. 의식 상태를 매순간 평가한다

 

책들과 구글 google 과 한달 가까이 씨름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진하다

지리산 둘레길 가서도 솔다렐라님과 걸으면서

'" 난 지금 플,레,올,마,플,플 이거 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

나는 ' 차코'  해야 되는데... 

솔다렐라님도 아,  저도  이러구 있을때가 아닌데 '신생대'  해야 되는데..

하면서  같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발표를 코 앞에 둔 지금에사 조금 틀이 갖추어지는 느낌이다

피상적으로 인디언 유적지만 서술하던 것이

인디언들의 의식세계를 알게 되면서

그동안 별로 관심도 없었던 인디언들이 

점점 깊이 내 가슴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거의 마무리 단계이지만  

한계는 어쩔수 없다

미국에서 구입한 원서들은 그림 밖에 보지 못했다

Kendric Frazier < People of Chaco >, w.w.Norton & Company.Inc ,2005

Anna Sofaer < Chaco Astronomy >, Ocean Tree books, 2008

David Grant Noble < In Search of Chaco >, School of America Reserch , 2004

 

 

마지막으로

 만약 내가 미국 탐사가기 전에 이 정도로 공부를 하고 갔었다면

차코 캐년 유적지에 갔을때 감회가 어땠을까

아마 너무 감동한 나머지 졸도를 했을것 같다 ^^

많은 뒤늦은 후회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