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137억년 강의를 들으시는 임덕수 선생님(전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문화연수원장)께서 조선일보에 기고하신 글입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6/07/2012060703191.html

 

저의 이름과 가운데 글자 하나만 달라서 무척 친근하게 느껴지시는 선생님.^^

9년 전 봄에 서대전이 집이었던 한 살 연상의 여인과 동학사를 거닐던 기억이 납니다.

6월엔 검푸른 바닷빛깔을 보여준다는 계룡산, 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글로 달래봅니다.

 

 

계룡산, 사시사철 사방에서 잘 보여서 좋다. 주변 백리 내에서는 늘 볼 수 있다. 대전, 조치원, 부여, 익산, 논산 등 충청도 웬만한 곳에서 마음먹고 고개를 쳐들고 보면 볼 수 있다. 한여름이나, 겨울철엔 계룡산 꼭대기를 보고 비가 올지 눈이 올지 알 수 있다.

계룡이란 이름은 산의 생긴 모습이 용의 몸통에 머리엔 닭의 볏을 쓴 모양이라서 계룡산이라고 한다. 산 정상부의 쌀개봉, 연천봉, 삼불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모습이 꼭 닭(鷄)의 볏처럼 생겼다 하여 계룡산이라는 것이다. 상상을 확대해보자. 신화적으로 닭은 천신이며, 용은 땅의 신 지신이다. 이는 구체적으론 다른 문명, 즉, 유목문화(닭, 새)와 농경문화(용)가 융합된 이상세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계룡산에는 이런 화해와 융합, 평화와 사랑의 큰 뜻이 담겨져 있다.

산에는 주봉인 천황봉과 관음봉 등 열개가 넘는 봉우리, 기암괴석과 용문폭포, 암용추, 숫용추 등의 폭포가 어우러져 산세와 경관이 아주 빼어나다. 경치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풍수지리도 으뜸이어서 명산 중의 명산으로 손꼽힌다.

또 산자락 곳곳에는 문화 유적이 산재해 있다. 동북쪽에는 동학사, 서북쪽에는 갑사, 서남쪽에는 신원사 등의 고찰이 자리 잡고 있다. 계절별로는 봄에 동학사 진입로의 흐드러진 벚꽃이 터널을 이루고, 가을에는 갑사의 단풍 등이 장관을 이룬다. 특히 6월부터 여름철에는 서남쪽의 계룡산 자락의 신록이 절정에 이르러 산이 검푸른 바다가 된 듯 온통 푸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