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상상했던 반응중의 하나였습니다.

박자세 회원이 썻든 누가 썻든 옳은 얘기이니 상관없겠지요. ^^



머리와 가슴을 모두 채워주는 곳. 서호주.

내용  편집/디자인  | n2morrow | 2012-02-15 | 추천1 | 댓글0

원문주소 : http://blog.yes24.com/document/6072498

 

 


나도 호주는 다녀왔다. 


학생 시절 호주에서 잠시 머무른 적이 있다. 그 곳의 기후와 사람들 모두 마음에 들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호주에 다녀 왔노라고 말하고 다닌다.

브리즈번의 온화한 기후와 골드코스트의 밀가루 같던 금빛 모래, 시드니의 아름다운 달링 하버와 오페라하우스 이야기는 물론 빠지지 않는다.

나는 아마 호주를 다녀왔었던 것 같다...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마치 질문을 던지듯 달랑 <서호주> 라고 제목 지어 놓은 이 책을 만나고 나서 말이다.


여행기? 과학책?


책을 들추어 평소 습관대로 차례부터 보니 왜 서호주를 갔는지 어디를 어떻게 갔는지에 대한 내용들이 보인다. 

‘아, 기행문인가보다’ 한다. 좀 더 자세히보니 스트로마톨라이트? 산소? 판구조론? 호상철광층? 진화? 별의 일생? 기행문 주제에 과학교과서에 나오는 소리를 한다. 아직 정체를 모르겠다. 일단 책을 훑어본다. 무려 573페이지나 되지만 올컬러(!)다. 종이 질이 좋다. 도표와 그림이 아주 많아 재미있어 보인다. 읽기로 한다. 내가 잘 아는 호주니까.


이 책은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아마추어(!)들이 많은 준비를 거쳐 서호주로 학습탐사를 다녀온 결과물이다.


내용은 굉장하다. 전문가도 아닌 아마추어들이 이런 준비를 하고 경험을 하고 그 결과를 책으로 엮어냈다니 놀라웠다. 


서호주의 기후, 지형, 동식물, 문화 그리고 그곳의 하늘까지... 무엇이 빠졌나 찾기가 힘들다.

매 장 마다 새로운 지식들이 쏟아져 즐거워 하는 중에 호주 뿐 아니라 지구와 우주마저 더 잘 알게되었다. 예상에 없던 보람이다. 나는 호주를, 호주 대륙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모든 내용은 철저한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설명하고 있다. 

책 서문의  ‘행성 지구에서 인간이라는 현상을 공부한다’라는 말을 어렴풋이 이해했다.

이 책은 공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제6장 ‘지구산소의 성지를 가다’를 읽다보면 서호주로 당장 찾아가서 이 돌덩어리 같은 스트로마톨라이트에 절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35억년을 이어온 지구산소의 발원지다. 우리가 있게해 준 조상님들이다. 


제9장 ‘지상 최고의 별밤’은 내가 있는 이곳이 도시라 별 몇 개 보이지도 않을 줄 알면서도 옥상에 올라가서 밤하늘 한 번 올려다보게 만들었다. 


이 책은 여행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하드 하다.

여행기에서 시아노박테리아와 Ia형 초신성의 축퇴를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학습기라고 하기에는 너무 서정적이다.

학습기에서 시와 에세이를 만나고 모차르트를 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그리 흔한 경험은 아니다. 


이것은 아마도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책인 듯 하다. 분류하기가 쉽지 않겠다. 

그리고 귀한 책이다. 머리와 가슴을 모두 채워주는 책은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잘 만든 시리즈 다큐멘터리를 감상한 느낌이다.


이 책은 서호주를 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가히 매뉴얼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유용할 것임에 틀림이 없겠지만 그 곳에 갈 수 없더라도 우주와 지구, 생명에 대해 개념적인 의문과 호기심 까지만 가지고 있던 이들이 어쩌면 공부를 제대로 시작할 수 있게 해 줄 지도 모르겠다.

거기까지 관심있는 분들은 책 말미의 특집 '박자세와 박자세 공부법'을 참고하시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