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이상임 옮김, 을유문화사, 2010

사람은 죽는다. 사람뿐만 아니라 수명에 차이가 있을 뿐 동물도 식물도 언젠가는 죽는다. 암세포는 죽지 않는다. 죽어야할 운명을 거부하고 다른 세포들로 부터 독립하여 불사의 능력을 얻었다. 보다 좋은 환경을 만들려고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었지만, 그 속에서 독립된 삶을 꿈꾸는 개인들처럼.

“사람은 왜 죽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 딛고 있는 불안한 사다리를 이 책은 여지없이 걷어 차버린다.

모든 생명의 원동력이자 가장 근본적인 단위는 자기 복제자다. 우주에서 자신의 사본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든 자기 복제자다. 자기 복제자가 일단 존재하면 그것은 자신의 복사본을 한없이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복제 과정도 완벽하지 않으며 자기 복제자들의 집단 내에는 몇 개의 다른 변이체가 생긴다. 이  변이체 중 어떤 것은 자기 복제 능력을 잃어서 자신이 소멸할 때 그 변종도 아울러 소멸하고 만다. 다른 변이체는 아직 복제를 할 수는 있으나 효율이 나쁘다. 또 다른 변이체는 새로운 묘법을 획득하여 자기의 조상이나 다른 변이체들보다 자기 복제의 효율이 훨씬 좋다. 그리하여 개체군 내에서 많아지는 것은 그들의 자손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상은 가장 강력하고 재주 있는 자기 복제자로 채워진다. …

생물학자가 처음 인식한 것은 생물 개체였던 반면, 자기 복제자, 즉 유전자는 생물 개체가 사용하는 장치의 일부로 받아들여졌다. 생물학을 다시 올바른 길로 돌려, 역사상에서 뿐만 아니라 그 중요성의 측면에서도 자기 복제자가 우선이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 명심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노력을 들여야할 것이다. …

이 지구에서 우리에게 이다지도 낯익은 개체라는 존재가 반드시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우주의 어떤 장소든 생명이 나타기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유일한 실체는 불멸의 자기 복제자뿐이다.

진화의 주인공인 유전자(개체는 진화하지 않는다. 진화하는 것은 유전자풀이다.)의 관점으로 보면 사람 개체는 운반자일 뿐이다. 운반자가 다음 개체로 이어진 후에는 이 개체가 얼마나 살든 유전자는 관심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