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공부를 하면서 자연과학쪽에 보다 많은 지식과 관심이 생겼다. 특히 이제는 그 영역과 소통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듯하다. 즐거웠다. 하지만 그 지식과의 소통이 일방적으로 시간과 비례하여 증가하는 것은 아닌듯하다. 무엇보다도 어느 때 배웠던 혹은 알았던 지식이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서 혼동되어가고 점차 어중간한 지식이 된다는 점이 문제일 것이다. 그러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따라서 지난 평을 하면, 그냥 지식이 늘었다. 하지만 어디에고 정확히 쓸 수 없는 지식덩어리일 뿐이다. 어딘지 마음이 조급해진다.

 

처음 강의를 듣던 때를 생각해보니, 애초에는 듣는 것만으로도 매우 충분하였다. 이전에는 이쪽 영역을 전혀 접하지도 관심을 두지도 않은 부분이었기 때문에, 강의는 마냥 새로운 내용의 연속이었으며 일단 샤프하게 뇌리에 남았다. 그런데 문제는 일단 들은 뒤에 잠시 머리에 잔상이 남았으나 곧 잊어버린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에 대한 기본개념이 잡혀있지 않았기 때문이며, 혹은 나이 탓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나중에는 이것저것이 섞이어 처음보다 카오스가 늘어나는 상황도 생긴다. 올 한해가 걱정이다.

 

요즘 뇌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자연과학 공부는 이전 고등학교에서 공부한 희미한 가락이 있어서인지, 일단 천문학 물리학 파트는 감을 찾아가면서 그렇지 하는 마음으로 접근하였다. 하지만 뇌는 한 번도 공부한 적이 없다. 그리고 뇌는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상한 느낌이 든다. 스스로 생각하는 작용을 잘하기만 하면 되지, 즉 이전 사람들이 하던 방식으로 논리에 맞추고 사유를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듬으면 되지, 무어 뇌 그 자체에 대해 말할 필요가 있는가 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강의를 듣기만 하였다. 그 세계가 움직이며 그때까지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생각을 생각하는 것에 생각을 들이대는 것이 영 기묘했다.

 

뇌는 괜히 복잡해보이고, 또 무언가 부담스러웠다. 특히 용어가 그렇다. 하지만 뇌강의 8강을 듣고, 또 천문뇌과학에서 발표를 함에 점차 뇌영역에 대한 부담이 감소하여짐을 느낀다. 일단 신경심해부학을 한 번 발표한 것만으로도 대단히 도움이 되었다. 10장 중 1장만 공부하여 발표하였는데도 그날 발표하는 나머지 9장의 강의 내용들이 쉬이 들렸다. 특히 나중에 집에서 신경해부학을 보니 더욱 쉽게 다가온다. 아마도 발표하고 공부한 덕일 것이다.

 

이런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의 종류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이런 공부를 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계속 온전히 향유하는 것은 별다른 조건이 필요할 듯싶다. 간단히 생각나는 대로 나열하더라도, 1 건강해야한다. 2 공부를 꾸준히 해야 한다. 3 기초지식이 다져있어야 한다. 4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5 열의가 있어야 한다. 6 자기의 삶과 연동되어 앎이 중층적으로 구성되어져야 한다. 7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8 말할 수 없다면 글로라도 표현해야 한다. 9 다른 이들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10 오래 지속되어야 한다. 11 소통하기에 적절한 그룹이 있어야 한다. ... 등등.

 

이상과 같은 여러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아마 공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또한 더구나 자신의 직장일하고 상관없이 자연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 지식 자체를 즐길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것은 어렵다. 우리네 삶이 이런 조건과 삶의 자세를 모두 만족시킬 정도로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지금 상황에서 이런 조건을 갖추고 공부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어느 조건에서 타협하고 그 선까지 최선을 다하여 공부하는 방식만이 가능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당분간 이런 조건이 충분히 갖춰져있지는 않은 것 같다. 원래 작년 9월에 산사에 가서 보다 공부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하지 못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쉽다. 하지만 공부에 좀 더 매진하고픈 생각은 여전히 굴뚝같다. 올 한해는 나의 한계조건들을 모두 극복하고 나름 배움의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 즉 전문가가 되어 잡을 얻으려는 마음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관심과 그 즐거움을 가지고픈 것이다.

 

작년 9월 이후의 삶을 되새겨본다. 지금 조용히 생각해보니, 공부를 함에 있어서 주로 강의를 듣고, 서호주 탐사기 편집을 거들고, 국내자연답사를 하고, 천문뇌과학 발표를 하는 일 등으로 4개월이 지난 것이다. 아마도 이런 과정이 앞으로 공부할 수 있는 최대의 한계일 것이다. 따라서 나홀로 조용히 산사에 머물러 공부하는 행운을 찾기보다, 앞으로 이런 여러 과정을 보다 유기적으로 엮으며 공부해야할 듯싶다.

 

그렇다면 올해 한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볼수록 시간의 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산사에 가서 조용히 올인하는 여유까지는 힘들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공부할 스케쥴과 방법을 조정하고, 그에 픽스하면 얼추 틀이 잡힐 것 같다.

 

산사에서 홀로 하는 공부는 자기의 기존인식의 지평에서 자연과학에 대한 지식을 늘려가는 과정일 것이다. 아마도 그리로 갔다면 그랬을 것 같다. 하지만 4개월의 여정을 살펴보니, 여기서는 부딪치면서 공부하였던 것 같다. 강의를 들으면서 새로운 지식영역에 들어가게 되고, 편집일을 도우면서 교정하다보면 그에 관련된 자연과학지식을 공부해야만 하였고, 발표하면서 그 부분만 집중하다보니 마치 잘 알고 있던 앎이라는 친숙한 생각이 들고 하는 것 말이다.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다만 아쉬웟던 것은 산사에 가서 하고자 했던 것이 주로 베스트 북에 오른 책들을 읽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부족했던 듯하다. 앞으로도 이 부분도 계속 독파해야겠다. 이렇게 공부하는 것은 산사에서 홀로 공부하는 것보다는 보다 다양한 방면으로 접근하는 것이리라. 지나고 보니 괜찮은 듯하다. 따라서 이제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이들을 일관하게 꿰는 것이 필요하겠다. 이것들을 만족시키는 방법은 그날 살아가며 배웠던 내용을 말로 표현하거나 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닐까.

 

이전에 글을 쓰는 방법을 배웠던 적이 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이 너무 귀찮고 힘들어서 포기한 기억이 난다. 본래 그날 공부한 것을 일정한 형식에 담아놓지 않으면, 그것은 바로 옆으로 새어버린다. 즉 글이나 요약형식으로 담아놓지 않으면 그야말로 그것은 모래성인 것 같다. 나이들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시간이 흘러 다시 다른 공부하려함에 이제 글을 쓰기로 작심해본다.

 

이 길은 너무 힘들고 많은 노력을 해야 하며, 또 공부를 해야만 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은 큰 문제가 없지만 나중에 다른 일이 생기면 글을 쓸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여하간 지금 공부를 하는 디딤돌은 이 방법이 좋다는 것이다. 그날의 흔적을 반드시 기록하고 그 핵심을 적시하여 정리하고 매듭을 칼같이 하는 과정에서 어떤 결실이 오기 때문이리라.

 

시간이 아쉽다. 지나보니 이렇게 휙휙 지나가누나. 이제 정신을 차려야겠다. 자연과 과학지식을, 앎의 과정을, 삶의 여백을, 배움의 즐거움을, 소통의 즐거움을 이제 오로지 정련하여 다듬어야 할 것 같다. 특히 회원네님들과 더불어 소통의 장에서 함께 공부하는 즐거움을 맛보고 싶다.

한해의 시작을 함에 간단하나마 계획을 세워본다.

 

 

이제 새해인사를 하겠습니다.

저는 올 한해 공부에 올인하겠습니다.

우리 회원네님들도 같이 하면 감사하겠습니다.

같이 더불어 공부의 길로 나아가면 그게 정답일 것입니다.

아니라도 제가 올린 글에 답글로 화답하여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아 봅시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