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cell에서 multicell에로의 여정에 있어서

 

단세포에서 다세포로의 여정은 결코 쉽지가 않았으리라. 결국 조직화의 문제가 된다. 독립된 그들을 하나로 통일한다는 일은 어떤 고도의 엮어짐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멀티셀로의 여정은 아마 생명력의 고양과 관련이 깊을 것이다. 셀들이 보다 유기적으로 조직화될 때 생명력은 고양되고, 운동의 극대화를 가져오면서 동시에 그 극대화는 척추의 완성을 향하여 진화하였을 것이다.

 

또한 생명은 운동의 정교화를 위해 전체 세포의 전일적인 운동과 탄력적인 반사운동을 위해 신경절의 분할을 거듭 하였을 것이다. 생명의 정화는 운동의 정교화를 위해 멀티셀의 일괄적인 조절과 제어의 시스템을 발달시킨 것에 있는 것이다. 뇌의 출현도 그 발달과정의 일환일 것이다. 그리고 그 뇌도 또 다시 분화되어 정교화의 기나긴 여정을 거친다. 뇌가 분화될수록 멀티셀의 생명력도 더욱 고양되는 방향으로 걸어간 것이다. 그 여정은 멀티셀이 피할 수 없는 진화의 방향일 것이다. 어찌 보면 먼 시원을 가진 생명의 역사와 운동성을 위한 신경의 거듭된 진화과정이 놀랍기만 하다.

 

 

얼마 전 공부방겸 사무실을 서래마을에서 계약할 때 마침 그 자리에 있었다. 계약하는 순간에 어떤 자초지종이 있었는지 몰라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해피한 모습이었다. 건물주인 아주머니는 우리의 모임에 매우 호의를 보였으며, 건물에 대한 이런저런 요구를 충족시켜주려 애쓰는 모습이었으며, 마침 그곳에 있는 중개한 이들도 상냥하고 명쾌하게 일처리를 한다. 특별히 세세한 신경을 쓰지 않고 계약한 다음에 바로  그 근처에 있던 건물로 가서 사무실을 일람하게 되었다.

 

건물은 서래마을 주진입로 길에 있으며, 대로변에서는 약간 들어가 있다. 어쩐지 매우 정감가는 길목에 서 있는 것 같다. 아마도 한 번 오면 좀 더 머물고픈 곳 같아 느낌이 좋게 다가온다. 서래마을은 예전에 불미스런 사건으로 한참 이름을 알린 곳이라 어떤 곳이지 하고 궁금했었다. 마침 직접 와서 보니 동네는 대형건물이 없으며, 비슷한 크기지만 색깔있는 듯한 건물들이 가지런히 서 있고, 드물게도 하모니가 살아 있는 곳이다. 이런 타입은 어디선가 볼 수도 있을 것이겠지만, 서울에서는 매우 드물기에 그만큼 더 정감있게 다가왔다면 제대로 느낀 것일까. 그곳은 어쩐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특히 저녁에 피곤하여 돌아올 때 마을에 들어서면 편안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감싸줄 듯만 하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그날 만났던 서래마을 사람들도 그 점을 거듭 강조한다. 비록 건물들이 새로 지은 것들이 많고 또 깔끔해 보이지만, 길거리 전체는 80년대 대학로 좀 더 좁혀 보면 성대초입길의 정감어린 길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왜 그런거 있지 않는가. 하루 종일 슬리퍼를 끌고서 동네를 배회해도 스스로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 곳 말이다. 더구나 편도 1차선 길을 무단횡단해도 전혀 후진 감정을 느낄 수가 없다면 말이다.

 

건물은 들어가는 초입부터 미적 감각이 살아있는 품격으로 다가온다. 계단을 올라갈 때도 어느 낯선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편안한 곳으로 인도해줄 듯하다. 3층 공간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정도로 보인다. 바로 이전에 디자인사무실로 쓰인 곳이라고 하니 공부방으로서도 어느 정도 비슷한 용도인지라 그다지 부담스럽지도 않다. 무엇보다 차분하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이제 앞으로 얼마나 많은 영혼들의 안식처가 될 것인지 상상만해도 유쾌하다.

 

그리고 이리로 오는 길도 좋다. 고속터미널 전철역에서 빠른 걸음으로 10분 정도이며, 특히 국립중앙도서관은 그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점도 매력이라 하겠다. 박문호박사도 이 점을 매우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 공부하는 모임인 박자세에게 가장 필요하고 매력있는 점은 무엇보다도 바로 자료를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 박자세회원들중 중앙도서관에 들어가 보지 않는 이들도 꽤 될 것이다. 이번에 한 번 가볼 일이 생긴 것이다.

 

박자세가 무어 어려운 공부를 하며 전문적인 영역을 탐구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현재 탐구되고 열려진 분야에서 평균수준까지 가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우는 즐거움을 향유하자는 것이다. 아마도 회원들이 그곳 도서관에 있는 자료를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그곳은 매우 성공적인 장소선택이 되어 줄 것이다. 아마 이달 말에 입주하면 2월부터 회원들은 시간되면 가서 커피 한잔과 책 몇 절 정도는 읽다가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기묘하다. 박자세의 공부모임은 꽤 오래되었는데 공부방 하나 없다가 이제야 마련하였다는 점이. 이는 아마도 이제야 연차가 차오르기 시작한 때문일까.

 

 

뇌신경을 공부하면서 후각망울의 독특성에 대해 지나치면서 배운 적이 있다. 후각신경은 신경이 형성하고 분화되기 시작할 초기에 형성된 것이며, 그 감각의 정보는 시상을 거치지 않고 바로 대뇌로 연결된다고 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그 땐 왜 그럴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냄새에 관한 정보는 시상이라는 매개를 거치지 않고 바로 대뇌에 직접 연결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있겠구나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끝을 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후각망울이 중요한 이유를 나름 추측할 수가 있다. 다른 감각은 대체로 어느 한 대상에 관한 어떤 정보가 되겠다. 따라서 대뇌는 그 대상을 단일하게 처리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냄새는 어느 일부분의 대상에 대한 감각일 수도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주위 전체의 상황을 한 순간에 파악할 수 있는 감각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를 가진다. 즉 분자 등 입자를 내용으로 하는 막연한 대상에의 감각인 것이다. 생명체는 대기나 물 등 둘러싸인채 살아가는 환경이 전제된다. 만약 그 환경이 생명체에게 불리하다고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예를 들어 어느 지역에 유독한 가스가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는 무조건 대피하라는 정보가 직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지고 자시고 할 여유가 없는 정보이다. 이것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주위환경의 상황을 바로 인지할 수 있는 감각이 냄새를 캐치할 수 있는 후각망울이다. 생사를 가르는 상황에서 현재도 후각시스템이 가지는 역할이 과소평가될 이유는 없다. 이와 같이 후각과 다른 감각들은 그 감각하는 대상에 대한 일대일 대응관계이므로 대뇌는 그 개별상황만을 해결하면 되기에 종합하는 기제를 거치면 된다. 하지만 후각신경은 그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전체상황과 관련한 것을 즉각 감각하는 정보였기에 후각망울이 직접 대뇌로 연결되었으리라.

 

사회조직도 그런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본다. 조직의 전체적인 상황을 하나로 관통하는 그런 것 말이다. 예를 들어 좋은 조직이든 나쁜 조직이든 조직이 영위되려면, 즉 사람들이 만나서 무슨 일인가한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금전이다. 도덕군자들의 모임이나 악당들의 모임이나 회합하는 순간에는 반드시 돈이 필요한 것이다. 이 점은 매우 재미있는 현상인 듯하다. 조직은 기업체든 군대조직이든 종교조직이든 상관없이 모세혈관처럼 돈이 돌아야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말이다. 따라서 조직의 진단은 돈의 흐름여부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학자들이 원자를 카운트하는 것이 숙명이듯, 모임이나 조직은 돈을 카운트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운명일 것이다. 이 사실은 좋아하든 싫어하든지에 상관없이 매우 번거로운 문제가 된다. 이번 사무실을 얻을 때도 이 부분이 매우 마음에 결렸으리라. 아마도 이는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걸기와 같기 때문이다. 목에 방울을 달긴 달아야 하는데 누가 달아야 할 것인가. 우리 모임이 돈을 목적으로 하는, 즉 영리모임이라면 별다른 문제없이 바로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아니하기에 돈을 대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했으리라.

 

 

혼자 공부하겠다면, 즉 시간이 날 때 도서관에 가서 홀로 공부한다면 다른 문제가 없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극과 반응의 연쇄와 탑다운으로 지식을 통섭해가는 길을 원한다면 어느 정도 모임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모임을 만들고 영위하면서 이야기가 계속 이어갈 것을 원하는 것일 게다. 나아가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모임을 조금 더 조직화하여 공부하고자 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다만 모임이 조직화될 때마다 돈의 흐름은 계속 요구되어진다. 어떻게 계속 흐르게 할 것인가? 이거 고민이 된다. 아마도 대답은 간단할지도 모르겠댜. 어느 모임이나 수혜를 받는 모임원들이 모두 십시일반으로 하는 것이 제일 무난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부하는 모든 이들에게 열려있으며 공부함에 평등을 추구하는 모임이라면 이 방식이 더욱 제격일 것이다. 그렇다면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요청된다 하겠다.

 

이전에 종종 앞에 나서서 박자세의 강의나 모임을 추스르는 이들이 있음을 안다. 아마도 그들은 이 문제를 적잖이 고민했으리라. 그리고 경제적으로 능력있는 몇몇에게 이야기해서 해결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자발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으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겨 십시일반으로 영위하자고 이야기를 정리한다. 물론 나의 견해로도 후자가 맞는다고 생각한다. 공부하는 모임이라면 그만큼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모임형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까. 아마도 박자세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우리 사회와 미래에 맞는다고 한다면, 그 방향으로 꾸준히 나갈 것이다. 성과물을 내면서 간다면 우리 공부하는 모임이 보다 충실하고 충만하게 될 것이다. 물론 개인 생각이지만 그런 성과물을 통하여 모임이 자립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갔으면 좋겠다. 아마도 1년 여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자립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간다면, 그때는 회원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회원들의 참여는 더욱 능동적으로 변하여 있을 것이다.

 

어쨋든 이와 같이 박자세의 공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앞으로 매우 중요한 관절점이 될 것만 같다. 그리고 그 대가는 이전의 상태보다는 몇 배 이상으로도 돌아올 것이다. 사무실과 공부방을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자료들이 축적될 것이고, 회원들이 공부하는 과정도 지금보다 더 자세하게 될 것이며, 동시에 행복하게 공부할 상황을 부단히 제공할 것이다. 우리가 혹 초짜일지라도 아니면 전문적인 공부를 원한다고 할지라도, 그 단계에 맞게 공부하는 과정과 자료가 점차 정립되어 갈 것이다.

 

나아가 공부하는 사람들과 본격적인 연대도 이루어질 것이다. 공부하는 모임도 하나의 조직임이 분명하다. 홀로 하는 것이 힘들 때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얼마나 좋으랴. 기실 공간을 얻는다는 것은 결정적으로 박자세의 뇌가 작동될 수 있는 포인트가 정립된 것이다. 아마도 공부에 필요한 자료와 기자재를 비치할 수도 있으며, 앞으로 박자세가 가야할 길을 회원들이 모여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공식적인 공간도 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자료로 우리 자신과 인간 사회 자연 지구 우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각기 시간과 여력이 되는 만큼 노력하여 흡수하면 될 일이다.

 

아마도 더욱 결정적인 것은 공부하는 형식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현재까지 우리 회원들은 박문호 박사의 강의를 듣고 발표를 하는 것만으로 공부를 하여 온 것이다. 즉 공식적인 장소와 만남을 통해 공부하는 흐름이 이어져온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는 공식적인 일정을 떠나 일상적으로 만나서 즉 일상적인 삶과 연계하여 공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이제는 직장에서든 일터에서든 삶의 무게를 벗고 어디론가 가서 공부할 수 있는 아지트 한 곳을 마련한 것이라고나 할까.

 

그렇다면 그것이 다른 누가 만들어서 준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아 올리듯이 만든 것이라면 더욱 좋을 듯 싶다. 그런 자세가 훨 좋을 뿐만 아니라, 그 자세만 잃지 않는다면 우리는 박자세의 同道요 동반자임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