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천뇌과학연구소에 갔다 왔다. 뇌과학연구소에서 박사님을 초빙하는 형식이다. 아마도 전문직이 혹 빠지기 쉬운 함정, 전문화되어 전체를 못 보는 어리석음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제너럴리스트 즉 통섭형 지식을 지향하는 박사님을 초빙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강의는 약 3시간 전후이며, 주제는 운동과 그 순차성의 중요함에 관한 것이다. 특히 “운동성”이라는 용어를 강조하여 사용한다. 듣고 있노라니 이전에 언급한 운동이라는 말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운동은 어떤 특정 상태를 기술하는 용어에 그치는 것이라면, “운동성”은 보다 넓은 의미를 가진 듯이 느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전체의 모든 개념들을 통섭하는 하나의 핵심적인 개념으로 운동성이 사용된 듯했다.

 

아마 그것이 엄청나게 넓은 반경을 가지고 맹렬히 회오리치는 듯한 강력한 태풍에 버금가는 개념이라면 수긍이 혹 갈려는지 모르겠다. 조금 표현이 셌나^^. 여하튼 예를 들어 보자. 어느 시대든 당대의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최고의 핵심개념들이 있어 왔다. 우주가 출현하고, 그 성간물질에 의해 태양계가 탄생되고, 생명이 출현하고, 뇌가 발달되고 심지어 인류문화까지 그 모두를 바로 운동성이라는 말을 중심으로 정리하는 강의의 방향이라면 설명이 될까. 즉 그 말을 들었을 때 떠올렸던 개념은 뭇별들이 북극성을 돌듯이 앞으로는 모든 개념들이 운동성이라는 말을 중심으로 한 번쯤 얼차례를 받아야 하겠구나 라는 생각이었다.

 

만약 그렇다면 다른 용어들이나 개념들은 이제 자신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운동성이라는 개념을 차용해야겠다. 다르게 말하면 운동성이 최고의 핵심개념이 된다면, 그것이 가지는 의미를 어떻게 해명하는가에 따라 인간이 이제껏 축적해온 문화와 문명을 시대에 맞게 재해석할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이제 감이 올런지도 모르겠다. 운동성 즉 운동의 본질을 이제는 예민하게 이해해야 할 듯하다. 그래야 뇌의 본질도 그리고 뇌의 현상에서 파생된 제반현상, 즉 언어 진리 지식 도 깨달음 사랑 등등의 현상도 보다 잘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의 내용은 언뜻 생각하기에 이전에 한 번 들었던 것이어서 그런지 일단 쉬이 이해되는 부분이 있어 어렵지 않았으나, 강의방식이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그 구성된 강의내용의 조합과 그 의미를 해석하는 방식이 특히 눈에 띈다.

 

운동성이 어떻게 출현하였는가. 라는 주제에 대해 시간, 순차성, 기관이라는 세 개념으로 전개한다. 간단히 말하면 운동을 보다 정교히 하기 위해서 억제시스템이 고안되었고, 되먹임 구조속에 운동의 출력이 보다 정교해져 왔다는 이야기이다. 그 기관들의 하나하나로써 소뇌 기저핵 해마 등의 작동방식도 설명하며, 특히 이 과정에 어떤 방해가 생기면 그에 상응하는 특정한 결과가 온다는 것도 말한다. 운동에는 특히 순차성이 중요하다는 이유를 생명이 진화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또 구조적으로 알파모터 뉴론과 감마 뉴론의 운동과 억제의 균형을 사례로 이야기하면서 설명한다.

 

이런 강의는 아마도 가천뇌과학연구소에서 연구하는 그들에게 매우 중요할 수 있을 것이다. 스페셜리스트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도 뇌과학연구소 탐방은 어떤 면에서 중요하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박자세를 통하여 통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지만,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없었던 한계를 나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박자세에서 매우 방대하게 진행되는 자연과학적인 지식에 바탕하여 개별지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아마도 이날 참석한 박자세 회원들 모두 이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냥 갔다왔다는 사실만으로는 그야말로 일반인들의 아마튜어적인 접근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냥 좋아서 하였고, 배워서 좋았고, 그래서 공부하는 삶이 즐거웠다. 그렇지만 거기서 땡.

그 다음은 생각해 볼 수 없을까.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구하면 안되는 걸까. 만약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 옳다면, 박자세도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부단히 추구하면서 스스로를 증명해보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괜히 어줍잖은 기백으로 어깨가 들썩 들썩여 온다.

 

연구소 연구원들은 비교적 젊은 분위기였으며, 조장희박사님은 그 연배에도 불구하고 3시간 동안 강의를 충실히 듣는 모습이 이채로왔다. 학술적인 연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연구소가 느껴진다. 특히 강의후에 티타임을 가지면서 정확히 연구소의 방향에 대해 대담하는 모습을 보고 연구소의 밝은 미래가 느껴졌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이 되는 걸까.

티타임 후에 연구실로 가서 PET(양전자 방출 단층촬영장치)  , 입자가속기 등등을 자세히 설명하는 모습에 진짜 제대로 된 곳을 제대로 설명을 들으며 제대로 견학한다는 속마음도 숨길 수가 없겠다.

 

하여간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1시간 반을 넘게 자리에 앉아 실장인 김영보 박사님과 함께한 이야기도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긴 글로 화답하는 것이 좋겠으나 여건상 간이하게 어제 인천의 가천 뇌과학연구소에서 있던 박문호님의 강의에 갔다온 소감을 정리해본다. 그리고 10 여명 정도 참석한 박자세 회원들의 이름은 생략하오니 양해를...

마지막 한마디. 혹 시간이 되는 분 내일 오후 2시 인천시청 인근으로 오시라.

강의가 여전히 기다린다고 말하면서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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