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차 해외학습탐사 몽골을 다녀오고 나서>   일지-  이순임


낙타    -신경림-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차 창 밖으로 본 장면이 떠오른다. 여정의 마지막 날, 지평선 끝자락에서 낙타떼가 줄을 이어 내달리고 있었다. 우리 일행이 탄 버스와 경주를 벌이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것 같았다. 그 수많은 낙타가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일제히 나타났는지 알 수 없다. 낙타만큼 슬픈 짐승이 또 있을까, 싶다. 등에 솟은 육봉은 왜 그리 높은지……. 사막의 낙타와 함께 우리는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 따로 또 같이 있었다. 별과 달과 해, 그리고 구름을 이고 바람과 비를 맞기도 했다. 돌아와 돌이켜 보니 몽골은 그리움, 그 자체로서 고유대명사이다.

그러나 시인이 노래한 대로 별 보며 살아온 낙타와는 다르게 우리 인간은 별의 생성과 소멸, 나이를 가늠한다.

별의 초기 질량이 어떻게 다르냐에 따라 별의 운명이 변한다는 사실이 말해 주고 있잖은가.

해질 무렵 서쪽 하늘 지평선에는 별 하나가 새초롬하게 박혀 있었다. 목성이었다. 지구보다 10배가 크고 최근에는 주노라는 이름의 탐사선이 목성 궤도에 진입했다는 기사를 접한 터라 그 별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해거름에 태양은 보이지 않았지만 태양 있는 그 자리가 사자자리이며 태양 빛이 너무 밝은 까닭에 다른 뭇별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탐사가 아니었다면 알았을까 싶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탐사여행야말로 살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박문호 박사가 후렴구 혹은 추임새처럼 말한 ‘내근처’와 ‘저멀리’라는 추상어가 매우 구체적으로 와 닿는 순간이 있다. 그때 느껴지는 감동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탐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아마도 그 잔잔한 감동의 여운에서 벗어나려면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서두가 길었다. 기억에는 한계가 있고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만 선택적으로 저장했을 수도 있다. 9박 10일 간의 일정 중에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과 경험이 삽입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