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간의 구조 그림.jpg

크리스마스, 잘 지냈어요?”

26, 사무실에 출근하자 후배가 인사를 건넨다. 나는 무심결에 그냥 그렇게 보냈지, !”하고 대답을 흘렸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내 인생 최고였어. 선물을 무려 5천만원 어치나 받았거든. 앞으로 잊을 수 없는 X-mas가 될 거야.’

 

맞는 일임에 틀림없다. 박자세 회원들은 크리스마스인 25일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제15차 과학리딩 모임을 가졌다. 크리스마스인데 설마? 했다면 그건 오산이다. 박자세에는 통하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인데도 무려 40여명이 모였다. 아기 예수 탄신일을 무색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어김없이 진행되는 박문호 박사님의 열정적인 강의. 이날 박사님은 크리스마스를 의식해서인지 오늘, 선물을 듬뿍 주겠다고 선언했다. 선물약속이다. 박사님은 최소한으로 잡아도 하나당 천만원에 이르는 선물을 다섯 개 주겠다고 공언했다.(정말 천만원이냐 아니냐는 것은 따지지 말자. 이 값은 전적으로 박사님이 정한 것이다.)

 

박사님은 먼저 뇌간(Brain Stem)의 구조를 칠판에 그리며 설명했다. 뇌간의 구조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목청을 높였다. 박사님은 이 그림이 천만원짜리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박사님은 이날 1,500장 정도의 사진자료 중에서 과학리딩 모임에서 꼭 알아야 할 사진을 엄선해 보여줬다. 특히 나머지 4개의 크리스마스 선물도 소개했다. 회원들은 선물을 놓칠세라 귀를 쫑긋세웠다.

 

크리스마스날, 과학리딩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중년들은 그렇다치더도 10대나 20대들은 크리스마스 유혹을 뿌리치고 공부모임에 참석한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안됐다.


처음 모임에 참석한 유승미씨는 크리스마스인데 왔다고 하자 낮에는 뇌과학과 데이트하고, 밤에는 남자친구와 데이트할 것이라고 당당하게 대답했다. 참 멋진 답이다. 낮과 밤의 이중데이트! 얼마나 멋있는가!


철학을 전공하는 추진수씨와 최윤석씨는 크리스마스에는 박문호 박사와 뇌과학 공부하는 날이라고 대답한다. 점입가경이다. 좀 당황스럽기도 하다. 이들은 선후배 사이인데 멋진 청년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들에 버금가는 중년도 있다. 크리스마스가 결혼기념일인 사람이다. 그는 지금 목숨걸고 뇌과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하면 과장일까?(눈치 챈 사람도 있겠지만 그 사람은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닉네임 이기적인 책이다. 결혼기념일에도 공부를 허락해준 중전마마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린다.)

 

박자세의 크리스마스 선물잔치는 일단 끝났다. 잔치가 끝났다고 마냥 아쉬워 할 일은 아니다. 새해 선물은 2017년 첫모임에 참석하면 받을 수 있다. 16회 과학리딩 모임이 열리는 18일 모임에 나오면 크리스마스때 받지 못한 선물을 다시 받을 수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