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지질학과 천문학 관련 다큐멘터리를 많이 좋아해서

 

몇달 전에 유투브를 검색하다가 아주 우연히 박문호 박사님의 강의 동영상을 클릭하게 되었습니다.

전자통신연구소에서 하신 빅 히스토리 학습 강연이었습니다.

 

저같은 관련 학문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일반인이 티비에서 교양수준에서 볼수 있는

강의정도라 생각하고 우연히 클릭했다가

 

각종 화학식의 향연에 조금 당황을 했습니다. 다행이 십수년 전에 썼던 고등학교 화학교과서를 아직 버리지 않고 있어서 옛 기억을 더듬어가며 강의를 조금씩 들었습니다.

 

고등학생때는 화학을 참 싫어했습니다만(물론 수학도) ,

네, 전국의 수만은 수포자 중에 저도 하나였습니다 ㅡㅜ

 

처음 들었을때는 잘 이해 안가는 부분도 있는데 두번 세번 반복해서 들어보니 점점 이해가 쉬워졌습니다.

이젠 어떤 부분은 심심할때 다시 들어도 될정도로 익숙한 내용도 있구요.

 

대전에서 30년 넘게 살았는데도 지질 박물관에 한번도 안가봤는데 말씀하셨던 감람암을 보러

얼마전에도 평일에 일부러 휴가를 내고 가봤습니다. 누가 인공적으로 색을 낸것처럼 정말 또렸하더군요.

 

가급적 원어로 언급하셨던 처음 들었을때 생소했던 암석이름들이 박물관에서 보니 괜히 익숙해진걸 보니

괜히 혼자 뿌듯해졌습니다.

 

강의 7강 중생대지구표층사 이후 부터는 아직 제가 마음의 준비가 안되어서 안보고 있습니다.

 

솔직히 여기까지 더듬더듬 따라온것만 살짝 버겁긴 합니다.

 

제가 적당한 교양수준에서 좋아했던 것에서 조금더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을 열게 해줘서 감사드립니다.

 

얼마전 야구장을 갔다가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서 경기가 중단 된적이 있습니다.

경기가 재개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경기장 조명에 비친 무수히 많은 빗줄기를 보면서

박사님 강의가 생각 났습니다.

 

지구에 비가 내린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라운 사건인지...

 

그 말씀을 되새길때마다 지금 현재 존재하는 내가 얼마나 소중하고 경이로운 존재인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평소같았으면 한참 재미있게 진행되던 야구경기가 중단되어 짜증이 나고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했겠지만

 

조명속에 빛나는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며 전혀 심심하지가 않았습니다.

저 비가 지표를 풍화시키는 과정을 생각해보니 참 재미있었습니다.

 

박사님이 차창밖을 보면 심심할 틈이 없다고 하셨던 그말이 처음엔 잘 이해가 되지 않고 너무 과장되게 말하는게 아닌가 했는데 그 느낌이 무엇인지 아주 조금은 알것 같았습니다.

 

장구한 세월이라는 단어로도 표현이 안될정도의 거대한 역사의 스케일 앞에

채 100년도 안되서 잠시 살다가 갈 나라는 존재가 겸허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반면에

이 짧은 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 생각할때마다 가슴이 참 벅차오릅니다.

 

좋은 강의를 이렇게 자유롭게 볼수 있게 만들어주신 분께, 그리고 열강하신 박문호 박사님 감사드립니다.

이 말씀 드리고 싶어서 일부러 가입하고 글을 남깁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사족-

세계테마기행 남미지질이야기편을 보다가 (산 이름이 잘 기억이 안납니다만)

4천미터 이상급 고봉에 등산을 하는 장면에서 산소희박으로 힘들어하면서 점점 말수가 없어지는

박사님 모습에, 죄송합니다만.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버튼만 누르면 줄줄줄 설명이 나오는 저 말씀 많으신 양반이...산소가 이렇게 중요한거구나..."

굳이 말로 안해도 쉽게 이해가 되는 순간이 아니였나 싶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