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책자 흉노 파트의 말단에 후기를 써달라고 해서 ...


역사인식의 족쇄를 걷어내고 유라시아를 보라!

 

중, 고등학교 시절 역사를 공부하면서 항상 궁금했던 것이 있었다.

왜 왜구들은 그렇게 빈번히 물을 건너면서까지 한반도에 넘어왔던 것일까? 얼마나 침탈의 강도가 심했기에 조선의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바다 건너 대마도까지 군사를 이끌고 평정해야 했나? 고려 광종 시절 서희의 세치 혀로 거란을 물러나게 했다는 이야기부터 윤관과 김종서의 여진 정벌 등 소위 오랑캐를 물리친 역사를 자랑스럽게 배워왔다. 그러나 한번도 그들이 왜 한반도를 넘어왔는지에 대해서는 아는바가 없다.

 

돌아보면 매우 간단한 이유였다. 생존을 위해서 먹을 것이 규칙적으로 생산되는 농경사회를 침범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들보고 침략을 하지 말라는 것은 마치 맹수보고 사냥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다를바 없다. 우리 민족의 기원인 초원 민족의 야생성을 잃어버리고 스스로 소중화小中華라 칭하며 우리에 스스로 족쇄를 채운 역사의 관점에서 보니 이런 인식의 한계를 가져야만 했다.

 

그런 점은 비단 우리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에니메이션 영화 뮬란은 중국 남조 진陳나라 시절의 고금악록 古今樂錄에 300자 정도로 언급된 목란사木蘭辭의 주인공 화목란花木蘭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징집된 아비를 대신하여 여자의 몸으로 남장을 하여 오랑캐와의 싸움에서 혁혁한 전공을 이루고 금의환향 한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오랑캐로 그려진 민족이 바로 흉노이고 매우 흉측스럽고 야만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사를 보면 한漢,, 명의 시대를 제외하곤 거의 오랑캐가 지배했던 역사이다. ( 따지고 보면 진, 수, 당의 지배층은 이민족 계층이었고 북방민족과 한민족의 융합정권이었다) 중국의 역사에서 이들을 빼고 이야기를 전개하기 조차 힘들다. 유럽은 스키타이로부터 월지, 훈제국, 몽골에 이르기까지 유럽을 뒤흔들어 논 격량의 주인공은 바로 이민족 유목민이었다. 흉노를 시발점으로 하여 선비,유연,거란,돌궐,위구르,몽골,여진은 중원의 주인으로 또는 중원의 대등한 파트너로 행사했지만 여진이 세운 청에 의해 멸망된 준가르 제국을 마지막으로 유목제국의 흥망사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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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란이란 영화를 보면 중국과 유럽의 농경정착민과 유목이동민의 마인드가 얼마나 크게 다른 것인지를 실감나게 한다. 그 점은 개미와 거미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뮬란이나 유럽측이 개미와 같다면 유목민은 거미와 같았다. 개미와 거미는 같은 절지동물로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개미는 곤충강(綱)에 속하고 거미는 거미강(綱)에 속하는 전혀 다른 동물들이다.

 

역사의 승자는 승리한 자의 몫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의 몫이다. 그리고 문자가 무기이다. 대부분의 유목민족은 스스로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지 못했다. 침략당한 자의 시선과 관점으로 기록된 역사를 우리는 보고있고 기록되지 못한 역사의 행간을 유목민의 시선으로 추적하고 해석해야하는 수고를 안고있다. 그래서 유목제국의 시초를 만든 흉노의 역사를 제대로 복원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한-몽골 합작으로 몽골 초원에 묻혀진 흉노의 유적을 발굴하고 있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려온다. 인류문화학 또는 유전학과 같은 과학의 검증으로 잃어버린 역사의 고리를 찾아야한다. 그것은 우리 역사인식의 족쇄를 걷어내는 매우 중요한 일이고 유라시아대륙은 우리의 고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