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억년 우주진화 강의 중에 박사님이 갑자기 "1032K를 읽어봐라!"라는 질문을 하였습니다.

아마도 수강생 대다수가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왜 간단한 숫자인데 읽을 수 없지? 왜 그간 한번도 우리말로 읽어 본 일이 없지?

"10의 32승도 케이!"라고 읽어야 하는가? 우리말의 단위가 없는가?

왜 그 온도의 크기가 구체적으로 쉽게 체감되지 않는걸까?

 

집에 돌아와 숫자읽기 공부를 했습니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숫자를 잘 읽지 못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숫자읽기 체계는 0이 네개씩 더해질때마다 단위명칭이 바뀝니다.

즉, 0이 네개붙으면 만단위고, 0이 8개 붙으면 억단위고, 0이 12개 붙으면 조단위로 바뀝니다.

16개면 경, 20개면 해,  그다음 4개씩 증가함에 따라서 자(24개), 양(28개), 구(32개), 간(36개),   정(40개), 재(44개), 극(48개), 항아사(52개), 아승기(56개), 나유타(60개), 불가사의(64개), 무량대수(68개) 까지 숫자의 단위가 전개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모든 숫자 표기체계는 0을 세자리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1구 이면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으로 표기하는 것이죠.

그리고 읽기는 1구라고 읽습니다.

이는 서양의 숫자 표기체계를 아무 생각없이 무분별하게 도입한 결과로 보입니다.

 

뭔가 복잡하고 이상하지 않나요?

만일 1,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로 표기하고 1구라고 읽으면 간단하고 

쉽게 읽어집니다.

 

이렇게 대비하니 차이점이 드러나지 않아 실감이 안나실 것 같아서 모든 숫자를 기재하여

비교하도록 하겠습니다.

 

314,159,265,358,979,323,846,264,338,327,950 (현재 우리나라 표기법)

3,1415,9265,3589,7932,3846,2643,3832,7950 (우리나라 단위에 맞는 표기법)

 

둘은 같은 수 입니다. 복잡하고 어렵더라도 한번 차례대로 입으로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삼구, 천사백십오양, 구천이백육십오자, 삼천오백팔십구해, 칠천구백삼십이경, 

삼천팔백사십육조, 이천육백사십삼억, 삼천팔백삼십이만, 칠천구백오십  이렇게 읽습니다.

 

숫자표기방법 둘을 비교하면서 소리내어 읽으면, 어느 표기법이 우리단위와 맞는지 

잘 느끼실 겁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의 수식만으로도 골치 아픈데, 왜 이런 글을 올려서 더 머리 아프게 하냐고

볼멘소리를 하시는 심정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큰 숫자 읽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큰 숫자에 익숙해 지는 것이 

우주와 자연을 이해하고 느끼는데 엄청나게 도움이 될거라는 예감이 들어서 입니다. 

우리 인간의 감각체계에 익숙한 숫자는 겨우 1경을 넘지 않습니다.

전 인류가 발행한 총 화폐량이 500경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태양의 부피는 14구m3입니다. 

또한 수소1g안에 들어있는 수소원자가 6000해개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감각과는 거리가 먼 자연의 미시세계나 거시세계는 인간사회에서 사용하고 느끼는 숫자의 단위가 다릅니다.

 

물리학과 천문학, 우주론은 인간의 감각너머의 세계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숫자로 표시하고 보면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일 큰 수에 익숙해지고 현실적인 숫자로 변환하여 짐작해 보기를 반복하다보면 

우주가 인간의 감각속으로 들어 올 수 있다는 예감이 듭니다.

우주의 모든 스케일과 수량을 구체적인 숫자로 느끼는 걸 습관화 해야겠습니다. 

 

박사님 질문의 정답은 "1구케이도" 입니다.

플랑크타임은 우리 단위로 1000정분의 1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