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 최근 의료 영상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뇌 속의 미세한 변화까지 볼 수 있게 됐다. 알츠하이머병이나 미세 혈관들을 조영제나 약물의 사용 없이도 해부 도감보다 더 자세하게 볼 수 있다. 이는 다름 아닌 초고자장 7.0테슬라(T) 뇌 MRI 덕분이다. 현재 흔히 병원에서 쓰이는 1.5T나 3.0T 뇌 MRI보다 매우 강한 자장을 이용한 고성능으로서, 뇌의 복잡하고 섬세한 구조와 기능을 파악하는 데 커다란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고해상도 7.0T 뇌 MRI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초기 변화 및 이에 따른 기능 변화를 정량적으로 관찰하고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치매 발병의 핵심인 뇌의 해마 부위가 초기부터 어떻게 손상되는지를 확인해줄 수 있다.
여기 덧붙여 분자영상(PET) 분야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뇌 속의 포도당 소모량을 측정함으로써 뇌 내의 대사 활동량을 직접 촬영하는 방법이다. 뇌 PET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위축된 해마에서 포도당 대사가 현저하게 떨어진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아울러 초고해상도 영상으로 불과 0.2~0.3㎜밖에 되지 않는 이 뇌 속 미세혈관(LSA)들을 조영제 없이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초기 뇌졸중을 잡아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빨리 고령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고령 인구에게 자주 발생하는 수많은 뇌 질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급증할 뇌 질환에 적절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살아있는 사람의 뇌 부위를 고해상도 첨단 영상 기기를 이용하여 비침습적으로 구조적·기능적 변화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러기에 지이(GE), 지멘스(SIEMENS), 필립스(PHILIPS) 등 선진국 기업들이 첨단 융합과학 기술에 기반한 뇌 영상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는 막대한 의료 비용을 지불하면서 의존만 하고 있는 처지다. 우리나라도 세계 10대 경제 국가에 들어간 만큼 이에 걸맞은 융합과학 기술의 발달, 특히 의료과학 기술의 발전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때가 됐다. 국가와 기업 그리고 학계가 합심하여 첨단 뇌 의료 영상 개발을 통해 우리 사회가 당면하게 될 수많은 뇌 질환을 조기 진단, 조기 치료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