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뇌의 신비 풀면 진보·보수 갈등도 풀 수 있어
『… 뇌과학의 모든 것』 낸 박문호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
박문호 지음, 휴머니스트
784쪽, 5만8000원

뇌과학은 최근 출판계의 주요 화두다. 1년에 50여 종이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뇌과학을 본격적으로 다룬 국내 저작은 드물다. 그런 점에서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휴머니스트)은 단연 눈길을 끈다.

 2008년 『뇌, 생각의 출현』을 냈던 뇌과학 전문가 박문호 박사(54·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가 600여 장의 그림과 도표를 통해 뇌의 구석구석을 파헤쳤다. 800쪽 가까운 두려운 분량이다. 박 박사의 전공은 전자공학. 하지만 그가 운영하는 자연과학 커뮤니티 ‘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mhpark.or.kr)’ 뇌과학 강의에는 뇌과학·심리학 교수들이 수강생으로 등록할 만큼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박문호
 -뇌과학 백과사전 같다.

 “인간의 두뇌는 5억년 진화의 산물이다. 그만큼 뇌 자체가 복합적이다. 뇌의 발생부터 진화, 의식, 꿈, 언어, 신경과학까지 포괄적으로 접근하는게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5년 간 뇌과학을 강의하다 보니 강의수첩이 40여 권 쌓였다. 해외서적과 최신 논문을 참조한 따끈따끈한 자료가 너무 아까워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미국 텍사스 에이앤엠(Texas A&M) 전자공학 박사 출신인데.

 “유학시절 천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고, 15년 전 귀국해서는 천문학 강의에 매달리기도 했다. 별을 관찰하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자연스레 부딪히게 됐다. 처음엔 종교나 철학이 인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공부하면 할수록 분자생물학·세포학·생리학·뇌과학이 정답에 이르는 길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뇌과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데 어떤 답을 줄 수 있나.

 “인간이 느끼고, 기억하고, 학습하고, 계획하고, 언어라는 추상적 기호를 사용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두뇌다. 그런 뇌의 작용을 모르고 인간이라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을까. 뇌에 대한 공부야말로 생물학적 존재인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 그림을 많이 쓴 이유는.

 “명료한 그림은 과학 공부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생물의 형상과 구조는 기능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구조를 정확히 아는 게 매우 중요하다.”

 -오바마 정부의 뇌프로젝트 발표를 보며 감회가 남달랐겠다.

 “물론이다. 뇌과학은 단순한 과학 분야가 아니다. 삶을 총체적으로 디자인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학문이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의료뿐만 아니라 진보·보수 갈등, 도시 환경 등 모든 분야를 변혁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는 이번 책은 “뇌과학을 직접 공부할 사람들을 겨냥했다. 공부라는 것은 전공에 구애받을 이유가 없다. 운동만 취미활동으로 할 게 아니라 공부 역시 취미로 하는 사람이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