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
사람들에게 잘 기억되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의미는 감정을 불러오며 감정에 물든 기억은 오래간다.
박문호 박사님이 기억의 정서적 측면을 강조하시며 늘 하는 말씀이 있다.
'기억을 잘 하기 위해서는 감정이 풍부해야 한다.'
질지 장군, 박사님은 '흉노'를 의미있게 하기 위해 그를 선택했다.
역사학적으로는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하는 것만이 중요하다.
몽골 박물관에서 다 같이 낭독한 우리들의 가슴 속에
'의미'로서 다가와 앞으로도 오래 남아 있을 그런 이야기가 된 ...
박사님이 보내주신 '옮긴이 후기'를 읽어보자.
몽골에 다녀오지 않은 독자에게 '흉노'는 어떤 의미로 다가가게 될까.
잠마바자르 작품을 보려 들어간 박물관의 한 켠에
그림 하나 걸려있었습니다.
휘날리는 눈발을 뚫고 말을 모는 몽골 사람이 그려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거기서 질지 장군을 생각했습니다.
공간 공간을 한 점 허락하지 않고 눈이 가득차고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습니다.
말의 갈기가 세차게 날립니다. 그 사이로 말을 몰며 등을 보이며 뛰어가는
전사의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질지 장군이 중국과 결탁한 또 다른 흉노족을 향해 후끈 달아오른 등을
보이며 달려갑니다.
흉노의 역사가 저 깊이 가라앉은 심장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묵특선우의 강력한 리더쉽 아래 강력한 나라를 만든 흉노족의 마지막 장수
질지의 모습을 그리며 차례 차례
흉노의 선우 세계표를 바라봅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섭니다. 많은 시간이 지난 사건을 지금에 불러 오는 작업은
어쩌면 내게 있는 감정을 떠올려 바로 지금으로 만드는 작업일것입니다.
'감정이 풍부한 사람은 기억을 잘한다' 이게 맞으면 정말 좋겠네요.
예전엔 이해를 하면서 외우거나, 무조건 외우고 거꾸로 맞추거나 했는데,
이제는 감정을 풍부하게? ㅎㅎ 많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맨날 바라보고
골똘이 생각하면 기억으로 남게 되겠지요? 질지장군, 흉노, 상상속에서 말을 타고
초원을 가로지르며 진군하는 모습을 그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