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몽골 해외학습탐사 일지 (3/5)


글 : 신경남, 편집 :  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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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 신경남 미술가]


5일 차 2018. 08. 06

 

아침은 뜨끈한 누룽지다. 속이 편하다. 그래서인가 청나라 황제인 누루하치의 권력과 같은 힘이 난다.

 

우리는 손잡이 달린 야전용 그릇 하나로 누룽지도 먹고, 국도 먹고, 커피도 타먹고, 양치도 하고, 초원 위의 야영과 방뇨에도 익숙해지고...텐트도 후다닥 치고 후다닥 걷고, 마냥 흔들리는 미니버스의 율동에 맞춰 그날 그날 공부한 책도 보고...그러다 지치면 자고 깨고, 또 공부하고를...반복 재생한다.

 

초원서 지낸 요 며칠이 우리들도 모르는 사이에 유목민의 진취적이며 뜨거운 끓는 피가 스며들었나보다, 이러함에도 불편함 보다는 무한한 호기심이 작동하고 있음이 그 증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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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얼마나 좋은 곳에서 야영을 했는지, 아침에 풀 뜯으러 나가는 말들이 또다른 풍경을 만들어 준다.]


텐트 정리가 끝나고, 아침 강의 전에 스트레칭 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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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수 대원의 구령에 맞춰 스트레칭] 


아침 강의는 그날의 여정과 관련되는 이정표 같다.

아키메네스-셀레우코스-파르티아-사산조페르시아-이슬람-일한국-티무르-셀주크-사파비-카자르-팔레비-호메이니-이란 순으로 역사의 흐름과 내용이 주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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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후 화이트 보드를 찍는 건 서울에서나 여기서나 마찬가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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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박사님 마음이 급하셨네. 글씨가 휙휙 몽골 바람에 날리고 있네.]


사슴돌이 있는 유적지로 출발...사슴돌 비석은 청동기시기에 나타난 공통부분으로 몽골에 500, 전 세계에 200개가 분포되어 있다한다. 드디어 커다란 돌 비석들이 서있는 Uushingiin Uver 사슴돌 유적지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청동기 시대 투르크족들의 족장들이 싸워서 이긴 것을 기념하는 승전보를 남기기 위한 전승비가 여러 개 있다. 전승비들의 암석은 넓은 의미에서 섬록암에 속하며 여기에 사슴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에게 사슴은 신성시 하는 동물이자 귀한 재산이며 약탈물의 대표적 상징이기에 승리의 상징성으로 차용하고 있고 또한 한걸음 더 나아가 권력의 상징성으로 왕들의 왕관에도 사슴뿔을 차변하여 형상화 되어 있다한다. 신라시대 왕관의 문양이 이해간다.

돌 비석에 새겨진 사슴의 형상은 단순한 묘사지만, 그 특징을 잘 포착한 부분에서 현대 미술에도 뒤지지 않는 솜씨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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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흔적으로 사슴을은 많이 희미해 졌지만, 일월신을 섬겼다는 해, 달, 구름 모양은 아직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청동기시대로 추정되는 유적지였으며, 투르크와 관련이 있는 유적지라고 말씀해 주셨다. 


유로 아저씨의 간단 명료하고 멋진 설명!  "나가서 싸웠다. 이겼다. 세웠다". 모두 단번에 이해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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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토르에서 국립역사박물관에서도 본 사슴돌 모양. 광대뼈가 넓은 북방 민족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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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한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는 밝은 색의 지의류]


점심으로는 카페에서 먹는 듯 한 고급 진 샌드위치 먹은 후 점심 강의 끝나고 바로 홉스골로 출발~~~긴 여정이다. 무적의 쏘련제 미니버스에 의지해 없는 길도 만들어 가며 산을 넘고 또 넘어 가는 위험한 여정이다.

박문호 박사님의 주의사항...들뜨지 말 것, 버스가 요동 칠 대마다 소리 지르지 말고 입 다물고 있을 것!!!.....이빨을 앙 다문다. 그만큼 긴장과 아찔함(?)이 있나보다...

홉스골 가는 여정은 만만치 않았다. 산과 각도가 심하게 기울어진 언덕도 넘고, 비로 푹푹 파인 흙길을 요리조리 피하며 비포장은 기본에 길이 없으면 초원도 가로지르며...

산세가 조금 바뀌었다. 나무도 많아지고, 관광객도 보이는 장소에서 쉬었다가 가기로 했다. 

잠시 쉬는 시간도 몸운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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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봐왔던 푸근하고 완만한 능선을 지닌 노년의 산새에서 여전히 완만하나 돌이 군데군데 섞여있어 푸근함 보다는 그 어떤 힘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오늘 저녁 강의는 암석학 일 것 같다. 이런 예감은 적중률 100%인 것을 아는지...

긴 시간을 달려 홉스골에 도착했다. 마치 유럽의 어느 호수 공원 같은 분위기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대원들 전부 커다란 담수 호수 풍광에 취해 감탄에...또 감탄...이런 날은 저녁 강의가 없을 것 같은 부질없는 기대감도 가져본다.


그래서인가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우리를 따라온 노점상들에게도 기웃거려본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그동안 물휴지에 의지했던 아쉬움을 홉스골 물이 해결해 줄 것 같다. 맑고 투명한 홉스골에서는 비누도 샴퓨도 그 어떤 샤워 행위가 금지되어 있다하여 물에서 노는 척(?)하며 머리만 퐁당 담구는 스릴을 즐긴다. 차가움에서 청량감이 느껴진다. 내 버킷리스트 중 몇 개가 이뤄지는 순간이다.

이러한 우리들을 반기는지 홉스골은 약간의 빗방울을 뿌리더니 금방 하늘에 무지개를 띄워준다. 천국이 따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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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보는 물로 깔끔해진 황춘석 선생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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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탐사 최연소 대원 오재민(초등 5)]


저녁 식사 후 어김없이 저녁 강의가 시작된다. 그러나 강의 분위기는 방방 떠 있다. 이를 못 견디시는 박문호 박사님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학창 시절 공부하기 싫어 땡땡이치다 걸려서 호되게 벌 받았던 기억이 난다. 푸닥거리 한판 끝난 후의 정적감...대원들은 긴장감에 눈이 초롱초롱...집중...또 집중...예감에서 벗어나지 않은 암석학 강의...여기다 암석 종류에 따르는 화학 분자식...이것도 몽창 외우란다. 난 암석의 명칭만 색깔 구분하여 외우고 있구만...화학식까지 하라니...


스크린 뒤로 보이는 호수 풍경은 아직도 가슴 뭉클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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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성암과 분출암의 광물 도표]

이 도표, 외우고 왔어야 하는데...


저녁 잠자리에서 암석학 강의 노트 보며 화학 분자식을 외우려는데 힘들다.

똘똘한 조장 현주샘한테 과외 부탁한다. .......하는 긍정적 화답에 맘 놓고 잠을 청한다.


후담으로 몽골 국립공원 화장실은 푸새식이라 냄새가 너무 심했다. 그래서 박영글과 오재민이 만든 화장실을 너무도 그리워 했던 하루였다.

  

6일 차 201887

 

스프와 빵으로 간단히 아침 식사 후 아침강의가 시작된다.

세계지도 그리는 요령을 가르켜 주신다. 이젠 지도그림까지 눈 감고 그릴 정도로 연습하란다. 지도 그린 후 그 위에서 북방 민족사를 그려가며 공부한다. 공부하는 습관과 결정적 지식을 놓치지 않는 방법을 덧붙이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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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지역으로 이동 중 앞자리에서 현주 샘이 부른다. 어젯밤에 부탁한 화학식 과외다. 하나하나 공부 내용을 따라 가는데 박문호 박사님께서 가르쳐주지 말란다. 급하면 하게 되어 있다며...

호랑이가 자기 새끼를 절벽에서 밀어버린 후 기어 올라오는 놈만 키우는 살벌한 양육방식이다....난 호랑이 새끼가 아닌데...그냥 그림 그리는 사람인데...

 

막막해져 뒷자리의 내 짝꿍한테 가니 짝꿍이 내가 불쌍해 보였던지 그 예날 생물 선생 했던 실력을 발휘하여 화학 주기율표부터 각인 시킨 후 화학식과 계산을 알려준다. ...조금씩 생각난다....무의식 속에 산산이 흩어져 있던 화학식이... 그리고 계산이 퍼즐 맞추듯 조금씩 의식위로 올라와 꿰어지고 있다.

 

순간 설움이 희열로 바뀐다!!! 이거였구나!!! 요런 것을 느껴 보라고 떠밀었구나....기분이 좋아진다...


야영지로 가는 길에 이틀전에 내린 비로 길이 험하다는 말을 들은 유로 아저씨가 길을 확인하러 가고, 우리는 숲에서 공부를 했다. 이번에는 배재근 대원이 광물도표를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1호차에서는 한바탕 학습을 한 지라, 복습도 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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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근 대원의 광물도표 읽는 법과 화학기호 계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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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엽수림이 멋지게 우거진 풍경에서도 학습은 쭈욱~~ 계속된다]


도착 후 저녁 해질 무렵 박문호 박사님께서 전 대원들을 부르신다.서의 항도를 따라 화성목성금성을 보게 해 주신다. 요 시간대에 확실하게 보인다.


저녁식사는 김치찌개다. 개인적으로 김치찌개를 선호해서인지 국물 한 방울 까지 남기지 않고 탈탈 털어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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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지가 높은 산이여서 그런지 순간 구름이 몰려왔다 사라진다.]


저녁 강의는 화강암은 지구에만 있고, 존재하려면 물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금과 우라늄은 화강암에서만 난다는 확장된 암석학 강의 아래 박문호표 도표를 그리게 하며 외우란다. 외우자...몽창 외워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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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터가 고장인지, 발전기 전원이 안좋은지, 자꾸만 꺼져버렸다. 궁여지책으로 박사님의 화면이 큰 노트북으로 옹기종기 모여 학습을 진행했다.]


강의 끝난 늦은 밤 깜깜한 하늘에서 보석같이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에 섞여 있는 북두칠성, 직녀성, 견우성, 북극성, 카시오페아, 전갈자리, 목동자리, 궁자리, 왕관자리를 찾는 방법을 알려 주신다. 우주를 탐색하는 것 같다.

특히, 은하수...보석을 으스러뜨려 흩뿌려 놓은 저 은하수에 내 쪽배 띄워 노저어서 내 님한테 가고 싶다...요게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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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명 대원이 찍은 몽골 하늘의 은하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