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들지 않으면
그럴듯하지 않고
즐겁지도 않다.
마음은 특히 그렇다.


-정현종
'어디선가 눈물은 발원하여'-







"

녹아지면
그럴듯해지고
그럴듯해지면
즐거워진다

"



   



-정목스님 후기입니다-

투박한 주상절리를 

매끈한 자갈로 

다듬어낸 파도의 시간 


가장 느리게 사는 

바위와 가장 빠르게 

사는 파도가 만나 만든

검은 해변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깨닫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계획이 

아닌 

자연의 허락이라는 

말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자연이 어디까지 

허락할지는 

자연 속으로

들어가 봐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서늘하게

박힌다.


앞차가 지나간 바퀴 

자국만이 유일한 길

이라는 말은 구도자가

구도의 길을 가는 여정

같다.


사람이 남길 수

있는 건 발자국뿐이라

지만 

발자국조차 형체가 

사라지는 곳.







누가,
무엇이 다녀가건

다 지워버리고

다시 시작되는 곳.









인생의 명장면 하나쯤

만나야 한다

그런 장면을 만나지

않은 인생은 허탕이다.















청어 대구

먹이를 찾아 진출했던

인류

자신들이 숭상하던

신상마저 고다포스

호수에 던진 

바이킹족들의 선택













초기 지구에서부터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지구의 건축가 "물"

우리는 모두 물에서 

와서

물로 돌아가는 길을

알았기에 변화하는

행성 지구에서 내린 

가장 아름다운

결정이고 

선택이었을 것이다.




80년대 초

20대 때 겨울 설악산에

기도 갔다 하산

하는 길에

폭설이 내려 눈이 

허리 아래까지 쌓여 

길이 사라지고

산에서 5시간 이상을 

헤매다가 죽을 순간에

희미한 불빛을 발견하고 살아났던 때가 

고스란히 떠올라

영상 속

일행이 눈에 갇혀서

어둠이 내릴 때

안전이 무척

걱정되었었다.

다행히

길에서 구세주를 만나

두려움에서 벗어났을 때

화면에다 대고 합장으로

절을 하면서 안도의

눈물이 핑 돌았다.







이번 상상이상의 

아이슬란드 편은

내게 영적으로 큰 

변화를 주었고

세포들이 살아나는

신선한 느낌이었다.


촬영감독의 영상 감각은

말할 수 없이 훌륭했다.

카메라의 워킹은 결코

오락거리를 찾거나

흥미거리를 따라가지 

않고 자연 앞에 매우

정중하고 예의를 갖춘

신사처럼 대했다.


전체 기획과 편집을

맡았을 프로듀서는

저력이 느껴졌다.

결코 시청자를 자신의

의도대로 끌고 다니거나 보여주려는

과욕을 부리지 않고 


보는 사람의

시선에 맡긴 채

모두가 현장을

꼭 같은 질감으로

느끼고 체험하도록

이끄는 편집 기술이

고맙기까지 했다.


박사님의 내레이션은

절제되고 최대한

자연 앞에 겸허한

자세로 말하면서

춥다고 호들갑을

떨지도 않고

좋다고 흥분하지도

않으면서 차분한

발걸음과 소박해서

좋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지구인의 한 일원으로서

벅차오르는 감동의

영상을 볼 수 있었다.


박사님 말씀처럼

아이슬란드는

인간의 언어가 도달하지

못할 곳이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해봤다.

아이슬란드 사람으로

한 생 살아 보아도

좋겠다.

자연이 펼치는 

경이로움에 묵언과

침묵 밖에 할 것이 

없는 나라

대구를 건조하던

현무암 돌무더기를

토굴 삼는다면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귀가 먹고 내면의 

소리만 들려오는

삼매 적정에 잠겨보는

것도 멋진 삶이리라.







아이슬란드 편은

1편에서 4편까지

어느 한 장면도

놓칠 수 없고

장엄하지 않은 곳

없었다.

실로 인간의 말이

길을 잃고 

대자연 속으로

하나 되어 녹아드는

무시무시한 에너지에

전율한다.


보통 영상을

여러 편으로 

편집할 땐 뒤로

갈수록 시청률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전면에

압도적인 명장면을

배치 시키는데


이번 영상에서

내게 가장 강한 인상을

심어준 장면은


자연의 위대한

풍경보다

마지막 편 바이킹의

삶과 정신이다.










아무리 자연이

위대해도 대서사를

지어 주고 감탄할

생명체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모험의 DNA를

타고난 바이킹들은

거친 바다로 나아가

대구만 포획한 것이 

아니라 신들의

세계를 찾아 세계상을

바꿔 놓았다는

대목에서 온몸에 

전율이 왔다.


그 옛날

현무암 돌무더기로

쌓은 건조대에서

해탈한 대구 떼들


바닷가

건조대에 빨래처럼

도열한 채,

사정 없이

불어오는 해풍에

뻣뻣해진 대구들,


마치 광목옷을 빨아

널면 겨울 추위에

금방 고드름처럼

비틀린 채 얼어버렸던

풍광과 닮아서

삶의 애환이 느껴질

정도였다.


에이릭손의 탄생지에

세워진 동상에서

박사님이 똑같은

모양으로 포즈를

취할 때 

아득하고 망망한

바다의 높은 파도를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 강인한

바이킹족이 되었다.


비쩍 마른 대구 떼는

붓다의 고행상과도 같고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형상과도 같이

그 척박하고 거친

자연에서 살아가는

바이킹들에게 기꺼이

자신의 살을 내어주고

먹이가 되어 준 것은

1200년 전

샨티데바의 보리심

발원이 귓전에

들려오는 듯 했다.


붓다의 본생담에는

다른 생명을 이롭게 

하기 위해 기꺼이

사냥꾼의 총이나 

어부의 그물에

걸려서 자신의 몸을

내어주기도 하는데

잠시 나도

드넓은 바다의 대구가

되어 어부의 그물에

걸리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먹이를 찾아

끝없이 나아갔던

바이킹들에 의해

빙하의 신화까지

만들어낸 인류의

정신 세계에

경의를 표한다.




정덕선 회원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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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2023.6.11

17시40분 

1~2부 연속방송

이어서
3~4부 연속방송 됩니다.

놓치신 분들 시간되면
시청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