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시 중에 다시는 펼쳐지지 않을 책이라는 시가 있다. 능력의 소치로 처음 읽었을 때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이러니 하게도 내 삶의 대부분은 다시는 펼쳐지지 않을 책처럼 하루 하루가 쌓이고 시간은 내 인생의 책장에 쌓여져 간다. 불현듯 슬퍼졌고, 아득히 사라진 내 시간이 서러워졌다.

시간이 지난 후 알게 되었다. 모든 시간에 내가 머무를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흐르는 시간 속에 살면서 내내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따로 있다.

박자세 미국 남서부 책자에 들어 갈 일지를 쓰게 되었다. 그리고 한 동안 나 홀로 미국 남서부를 누볐다. 분명 나는 여기 서울 은평구 한 구석지에 놓여 있는데도 나는 그 곳에 가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공간을 동경하여 박자세 학습탐사에 동참하였다. 탐사지 주변 100Km 내에 인간의 인공 구조물이 없을 것, 강과 산이 없을 것, 달이 뜨지 않을 것, 등의 조건이 박자세 해외학습탐사의 최고 장소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장소를 다녀왔다. 행성지구의 인간시스템을 철저히 느낄 수밖에 없는 장소에 나를 노출 시켰다.

도저히 벗어날 수 없고, 홀로된 자아는 성립할 수 없는 시간에 머무는 가냘픈 나임을 느끼고 오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내내 지속적으로 내 인생의 책장에서 빼내어 들춰진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 박자세 학습탐사에 있다. 고려사항이다.

 

첫째, 극지탐험이다. 고비 사막, 서호주 마블바, 데쓰벨리, 몽골의 초원, 하와이 마우나키아 등이다. 좀처럼 사람 만나기 힘들고, 문명의 이기에 혜택을 누리기 힘든 곳 만 굳이 찾아 간다. 이런 까닭에 일반인이 만나기 힘든 상황을 몸소 체험하고 체득한다.

보편적인 일반관광은 모험은 없고 새로움과 안락함이 있다. 전문 탐사를 추구하는 여행에서는 모험만 있고 학습이 없다. 이 둘 사이를 메꾸는 것이 박자세 학습탐사이다.

그 장소는 행성 지구를 이해하는 장소여야 한다. 학습적으로 중요해야 한다. 137억년 우주진화에서 다뤄지는 내용은 매우 다양하다. 박문호 박사의 공부하는 삶에 관한 강의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일상적인 삶은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황당할 정도로 분산적이어서 목적성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공부하는 분야만 보더라도 '지질학, 천문학, 천체 물리학, 핵물리학, 양자역학, 생화학, 진화학, 분자생물학, 세포 생물학, 유전학, 열역학, 고체물리학, 결정학.......등의 수 십 가지 학문을 다하고 심지어는 현장에 가서 리얼 시스템을 확인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학습탐사는 분명 수 십 가지 학문을 다하고 현장에 가서 리얼 시스템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사실 여기에 학습탐사의 매력이 있다. 장소가 정해지면 그 때부터 학습탐사를 위한 정보가 모아진다. 학습탐사지는 분명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장소와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소등의 테마가 지정된다.

 미국 학습탐사를 가기 위해 1 5,000장의 PPT를 찾고, 각 주제에 맞는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10회에 가까운 회의를 하였다. 500장이 넘는 미국 지도를 보았고, 몇 천 장의 사진을 보고 미국을 갔다. 몽골은 또 어떠한가 미리 주어진 책만 해도 징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웨더포드, 아시아의 진주 알타이---서길수, 하루밤에 읽는 중국사---마사카츠, 순록유목제국론---주채혁, 몽골제국의 만주지배사 ---윤은숙, . 몽 문화교류사---김기선, 쿠빌라이 칸---로사비, 팍스몽골리아와 고려---바타르, 유목민이 본 세계사---마사아키, 중앙유라시아의 역사---하사오, 대주신을 찾아서---김운회 등의 11권을 독파하고 출발한다.

심지어는 약 2Kg의 책자를 몽골 학습탐사 내내 들고 다녔다. 이런 까닭으로 학습탐사 어느 부분에서 가슴 깊이까지 밀려드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

둘째, 기간이다. 10일 이내로 제한이 된다. 2주를 넘지 않는 것이 기본 사항이다. 베낭 여행은 분명히 좋은 여행이다. 그러나 학습 관점으로 보면  학습 밀도가 떨어진다. 어느 순간 느슨해진다. 새로운 문명을 보고 느끼기 위한 여행이라기 보다는 행성 지구라는 시스템을 보기 위한 학습탐사이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현상을 총체적으로 보려는 뚜렷한 목적성을 갖는다. 이러한 목적성으로 너무 오래 머물다 보면 학습에 대한 밀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것을 조심하려 한다.  

 

셋째, 가로지르기 이다. 대륙을 어떤 상황에서는 1,500Km 이상을 가로 지른다. 한국 위도의 3배 이상을 지나가는 것이다. 순식간에 온대, 열대, 사막 기후를 만난다. 총체적 프로그램이 전개된다. 식생대, 동물군락, 기후에 대한 총체적 접근을 통한 학습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이렇게 학습탐사를 20번 이상을 가게 되면 행성 지구를 거의 알 수 있게 된다. 공부하지 않고는 가지 않는다. 학습 없이 여행을 다녀오면 다녀온 장소에 느낌은 깃털처럼 날아간다. 차라리 여가를 즐기는 편이 차라리 낫다. 가장 어처구니 없는 것은 어떤 지역에 대한 사전 공부를 하지 않고 가는 것이다. 학습탐사 관점에서는 정확한 돈 낭비이며 시간 낭비이다.

 

여행지를 대도시를 꼽는 이들이 있다. 분명 좋은 선택이다. 그러나 박자세는 피한다. 이는 대도시가 거의 비슷한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서울, 뉴욕, 도쿄, 파리, 로스엔젤레스 등은 현대 인류가 만든 대량 생산과 소비 시스템의 결과물이다. 어디에나 기차역과 맥도날드, 술집과 상점, 모텔, 호텔이 순서에 맞게 구성된다.  

만약에 시간이 급하고 단 하나만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단연코 자연사 박물관을 선택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