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박자세의 제10차 해외학습 탐사에 엄마와 같이 참여한 민시우가 작성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열 일곱살의 시선으로 바라 본 실크로드의 모습은 어떠할 지

 

박자세의 해외 학습 탐사 현장을 전하는 생생한 리포트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박자세 해외 학습 탐사 - 실크로드 1일차 8/17 토요일

 

 

* 주요 일정: 인천 공항 - 시안 공항 - 진시황릉 - 화청지

* 주요 학습 내용: 중국 역사 연대표 암기

 

 


내게 있어 두 번째 해외 학습탐사인 실트로드 탐사가 오늘부터 시작되었다. 서호주와는 또 다른 감동을 기대한다. 그러려면 뭘 좀 알아가야 하는데, 걱정하며 중국사 책을 읽다 잠이 들었다. 오전 3시 30분 기상. 4시 50분 공항 행 버스를 타러 갔지만 자리가 없어 다음 버스를 탔다. 오전 6시 10분 인천 공항 도착. B카운터로 가니 박순천 선생님이 일등으로 와계신다. 선생님을 도와 명찰과 가방 태그를 분리해서 탐사대원 선생님들께 나눠드렸다. 이번 탐사에서는 내가 도울 일이 꽤 있을 것 같다. 시켜만 주십시오! 그런데 서호주 탐사에 같이 했던 김태호 선생님과 내가 아는 몇몇 선생님의 명찰이 안보인다. 아쉽다.

 

 

오전 7시 00분 수속을 위해 C카운터로 이동. 거의 모든 선생님들이 도착하셨다. 다시 박순천 선생님을 도와 여권과 비자를 순서대로 맞췄다.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 하나 둘 도착하며 늘어가는 여권에 승무원이 찡그린 얼굴로 응대한다. 만약 외국인들이 잘 모르고 헤맬 때도 저러면 곤란하겠다. 여권과 비자를 다 분리하고 다시 나눠드리는데 고생 좀 했다. 여권 사진과 실물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박진수 선생님 여권 사진은 핸썸 그 자체! 박종환 선생님 여권 사진은 중국 현지인 가이드인줄 알았다. 하긴 이원구 선생님도 내 여권을 찾아주시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여권 사진은 너무 솔직하다. 구본산 선생님과 이갑주 선생님 완전 지각! 박사님이 언제 성 내실지 몰라 두렵다. 박순천 선생님이 눈치를 채셨는지 큰 소리로 "No time, No shopping, Go straight!!"를 외치신다. 선생님은 사람을 밝게 맞아주고 챙겨주셔서 이번 탐사는 더 즐거울 것 같다.

 

 

오전 7시 12분 음... 출국장 여권 심사하는 곳을 통과한다. 다행히 짐 검사는 빠르게 통과하고 7시 30분 출국심사장. 심사하는 곳에 법무부라고 쓰여 있어서 이런 일 하려면 사법고시 같은 걸 봐야하나 하는 생각에 서호주에 같이 가셨던 문건민 선생님 생각이 났다. 그런데 왜 도장을 새로운 페이지에 안 찍어주고 다른 나라 도장과 겹치게 찍을까, 새 페이지에 깔끔하게 찍어주면 좋겠다.

 

 

오전 7시 45분 탑승 게이트 앞에 모였다. 600쪽이나 되는 자료집 서 암기할 부분 체크. 이번에도 어김없이 공항에서 공부를 한다. 꼭 암기해야할 부분과 주의 깊게 읽어야 할 부분을 박사님이 짚어주신다. 아, 이런! 게이트에 모이는 데 12분이나 되는 선생님들이 지각을 하셨다. ‘어디로 언제까지 모이세요.’ 말이 없어도 재깍재깍 모여야 한다는 것을 아직 모르신 것이 분명하다. 결국 아침부터 박사님께 꾸중을 들었다. 아까는 나도 배고파서 뭘 좀 먹고 갈까 하다가 가방과 지갑을 박순천 선생님께 맡겨 두어서 할 수 없이 그냥 왔는데 다행이다. 나는 박문호 박사님을 보면서, 어른이 된 후에도 꾸중하고 바로 잡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랍고 고마운 일이라고 엄마랑 얘기한 적이 있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선생님들 혼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좀 쏠쏠하다. 혼나지 않고 탐사가 재미있으려면 박사님 반경 2m를 유지하면서 졸졸 따라 다녀야한다. 1m 내로 가면 갑자기 어려운 걸 질문하시니까 위험하다. 적절한 거리감이 있어야 한다.

 

 

오전 8시 21분 비행기 탑승. 대한항공은 처음 타보는데 의자가 좌우로 3개씩 배열되어 있다. 생각보다 작다. 결정적으로 승무원이 안 예쁘다. 이륙하기 전 박자세의 탑승을 환영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우와~ 연대별 나라 이름이 적힌 표나 외워야겠다. 책을 폈다. 그런데 응? 엄마가 나를 흔들어 깨우더니 소고기와 계란 중 고르라고 한다. 계란을 먹었는데 기내식도 특별한 게 없었다. 대한항공 실망이야. 책 펴자마자 곯아떨어진 나도 실망이다. 아까 탑승 전 다같이 책을 펴고 둘러앉았을 때도 앞에 앉은 외국인이 신기하기 바라봤는데 비행기에서도 승무원들이 학습탐사 자료집 두께를 보고 놀란다.

 

 

오전 11시 10분 중국 도착 후 입국 심사. 매우 오래 걸린다. 조별로 통과했는데 나는 구본산 선생님을 따라가는 조다. 공항 입국장에서 교포 3세 가이드 분을 만나 버스에 탔다. 가이드님이 중국 온도와 도시들을 설명하는데 박사님이 마이크를 드셨다. “박자세는 가이드가 필요 없어요. 가이드하는 여행이 싫어서 이렇게 오는 건데...... 앞으로 가이드는 질문한 것만 대답하세요. ” 그러시면 아니 되어요 박사님! 가이드님은 박사님 성격을 몰라 기분이 상하실 거예요."  왠지 이번 탐사 동안 가이드님 고생 좀 하실 것 같다.

 

 

오후 12시 33분 점심식사. 만두와 고구마 맛탕, 하얀 국, 김치, 고기 양파 볶음 등을 돌아가는 테이블에서 먹었다. 중국 음식은 텁텁하거나 기름져서 참 아쉽다. 오후 1시 20분 진시 황릉으로 출발. 버스 안에서 가이드님이 짧게 진시황릉 설명하시고 마이크를 넘기셨다. 다행히 재치 있게 잘 받아주셨다. 역시 심하게 어른인 분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도착하기 전까지 박사님이 강의를 하셨다. 이번에도 외울 것이 많다. 엄마를 따라 진나라 한나라 위,촉,오 삼국까지 건국과 멸망 년도를 외워본다.

 

 

진시황릉 도착. 단체 사진을 찍고 진시 황릉까지 걸어갔다. 옆에는 석류나무들이 참 많다. 황릉은 그리 화려하지는 않지만 매우 큰 터다. 황제 무덤 만들다 무덤 간 사람 참 많았겠다. 너무하네. 날씨가 매우 더워 옆에 늘어선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쳐다보지만 배를 내보이고 큰 소리로 천원 두 개를 외치다 다른 관광객과 싸우는 상인을 보고나선 내키지 않았다. 고개를 돌린다. 맞아 여긴 중국이었지.

 

 

셔틀 버스를 타고 병마용을 보러 왔다. 책에서도 많이 봤고 워낙 유명하니 기대가 컸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니 병마용보다 훨씬 많은 중국인과 그 사람들의 땀 냄새에 놀랐지만 정면에서 보는 병마용들의 모습은 더 놀라웠다. 마치 진시황제의 진짜 군대를 생매장 시킨 것 같고 자긍심에 찬 표정과 군기 잡힌 포즈들은 각이 잡혀 무서웠다. 그저 사치라고 생각했던 진시 황릉과 병마용이 다르게 보였다. 전통? 문화? 무슨 키워드를 뽑아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한텐 컬쳐쇼크다.

 

 

 사진관에서는 병마용의 얼굴에 관광객의 사진을 합성해 판매하고 있었는데 예시로 달린 액자들을 자세히 보니 캐네디 전 미국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이었다. 느낌이 이상했다. 중국 시황을 향해 충성심이 가득 찬 포즈에 남의 나라 대통령 얼굴을 집어넣다니. 찝찝하군.

 

 

다음 목적지는 양귀비와 현종황제의 겨울 별장 화청지. 에버랜드에 온 것처럼 넓고도 화려했다. 카메라를 차에 두고 놔와 아쉽다. 화청지 내에 큰 무대가 있었는데 양귀비와 현종황제의 사랑을 노래한 ‘장한가’를 가지고 공연하는 곳이다. 중국은 참 전통적인 문화유산을 잘 지켜나가는 것 같다.

 

 

건물 안쪽으로 더 들어가니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황제와 양귀비의 목욕탕이라고 한다. 내가 왜 남의 목욕탕을 보며 공부하고 있는지 잠깐 의아했지만 양귀비가 머리 말리던 아담한 정자를 보고 그 풍경에 반해서 그런 질문은 금방 잊어버렸다. 하루만 혼자서 여유롭게 화청지를 거닌다면 분명 양귀비로 빙의해 장한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릴 것이다. 왜 중국 영화는 시대를 거슬러 무협영화가 많이 나오는 지 알 것 같다. 비록 아들을 배신한 현종황제와 양귀비지만 후손이 기억하는 역사속의 로맨스가 참 애절하고 달달하다. 역시 난 유치한 여고생인 것이다.

 

 

드디어 저녁 식사. 점심처럼 돌아가는 테이블에 조별로 앉았다. 점심보다 메뉴가 좋다. 직원이 잉어찜을 가지고 왔는데 나와 엄마와 김연정 선생님은 그걸 보고 김밥인 줄 알았다. 벌써 한국 음식이 그리운가. 다들 무슨 반찬을 싸왔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시작했다. 한 참을 먹다보니 일요일마다 지겹게 듣던 그 이름 조선면옥이 문득 그리웠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때 즈음 박사님이 잠깐 이야기를 하셨다. 리처드 도킨슨과 유태인 이야기로 기록의 중요성에 관한 것이다. 엄마는 바로 수첩을 꺼내들어 기록했고 나는 눈치를 보며 잉어의 남은 머릿살을 뜯어먹었다. 박사님의 강의를 들을 때는 칠판에 적힌 내용뿐 아니라 말로 풀어놓는 여러 이야기를 잘 정리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난 언제나 칠판의 판서를 따라하는 것도 어려워서 정작 중요한 내용들은 듣고 흘려버린다. 식사 중 박사님이 해 주신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도 분명 내 나름대로 정리해 두었다면 더 잘 이해하고 기억했을 텐데 기록과 암기의 중요성을 다시 느낀 하루다.

 

 

식사 후 호텔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박사님의 강의가 이어졌고 김현미 선생님이 역할분담에 대해 알려주셨다. 내가 맡은 건 단체사진 찍을 때 플랭카드를 챙기는 것과 현장 일지쓰기다. 호텔은 밤 10시가 되어 도착했다. 각자 정해진 방으로 흩어졌다. 나는 씻고 짐 정리하고 일지를 썼다. 수첩에 적어놓은 것을 다시 정리해서 쓰는데 독수리 타법으로 1시간 반이 걸렸지만  밀리지 않고 써봐야겠다. 내일은 6시 반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한다. 호텔 뷔페라 하니 점심에 먹은 만두와 샐러리 볶음보다 맛난 음식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