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토요일

 


 

오전 6시 30분에 기상해서 7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8시 20분 호텔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1팀과 2팀이 헤어졌다.  24일 먼저 떠나는 2팀은 총 11명으로 구본산 선생님, 김연정 선생님, 문순표 선생님, 이용직 선생님, 박진수 선생님, 임동수 선생님, 임석종 선생님, 문인숙 선생님, 손진경 선생님, 엄마(박수미), 나(민시우)가 자칭 아마추어 임시 가이드님과 함께 우루무치로 떠났다. 우루무치는 몽골어로 아름다운 목장이란 뜻인데 세계 도시 중에서 바다와 제일 먼 곳이라 한다. 투루무치에서 우루무치까지 3시간 걸리는데 차가 막혀 1~2시간 쯤 더 걸린 것 같다. 박사님이 안 계셔서 자유롭게 공부하며 갔는데 나는 반야심경을 외우다 곯아 떨어졌다. 자느라 제대로 못 봤지만 오는 길에는 풍력 발전기와 염호가 이어졌다고 한다.

 


  오후 1시 30분, 우루무치 박물관 도착했다. 우루무치에 사는 중국의 소수민족 관을 먼저 돌아봤다. 위그루족부터 시작해 한족, 러시아 족 등 다양한 소수 민족들의 집과 옷, 생활 도구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박물과 전시품 중 이렇게 가지고 싶은 물건이 많았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러시아 족의 수놓은 옷들은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일본인 관광객이나 수집자들은 소수민족들이 수공예로 짠 카펫이나 수놓은 옷가지 등을 수천만 원에 사간다고 한다. 민족관을 돌고 미라가 있는 곳으로 갔다. 박사님의 강의 중 봤던 다큐멘터리에 나온 할머니 미라를 봤다. 처음 발견되었을 때부터 가발을 쓰고 손톱엔 메니큐어도 칠해 있었으니 귀족계층이었을거다.


 

 

  박물관 탐사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위해 30분 이동했다. 식당 가는 길에 복숭아와 포도, 사과를 샀는데 복숭아가 단감처럼 납작하게 생겼다. 가이드님이 우루무치에서만 나는 반도라고 알려주셨다. 점심 식사로 우루무치의 특별 메뉴가 나온다기에 기대했는데 한국식으로 말하면 감자가 들어간 닭볶음탕 같았다. 맛이 좋았다. 중국인들은 점심을 천천히 먹고 난 후  두 시간 정도 낮잠을 잔다고 하니 참 여유로운 사람들이다.

 


 

  우리는 낮잠을 못자고 식사 후 곧장 천산 천지로 1시간 이동했다. 입구에 도착해 다시 1시간 셔틀버스를 타고 천지쪽으로로 올라갔다. 천지 부근에서 다시 미니 셔틀버스로 오르막길을 5분 울라가니 아름다운 경치의 천지가 펼쳐져 있었다. 유람선에 올라타 열심히 사진을 찍는데 이용직 선생님이 핸드폰으로도 파노라마 촬영을 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셔서 다 같이 뱅글뱅글 돌며 호수를 둘러싼 산과 빛나는 물결을 찍었다. 15분 정도 유람선을 타고 선착장에 도착했다. 문순표 선생님, 문인숙 선생님, 구본산 선생님과 김연정 선생님은 돌아가는 배에 그대로 계셨고, 다른 사람들은 가이드님과 함께 선착장에서 내려 걸어 돌아왔다.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 호수 둘레 길에서 엄마와 나는 법성게를 외웠고 몇 분은 폭포를 보러 올라가셨다. 여유있게 걸으며 바라본 호수의 청록색도 아름다웠지만 절벽을 이루는 돌의 성분이 더 궁금했다. 앤디 선생님이랑 박진수 선생님과 함께 보웬 도표를 떠올려 봤지만 잘 알 수가 없어서 박사님만 애타게 찾으며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천산천지에서 내려와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다. 오후 10시. 식당엔 중국인 아저씨 4명이 먼저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웃옷을 걷어 올린 채 큰 소리로 말하는 모습이 10명이상이 떠드는 것 마냥 시끄러웠다. 점심에 나왔던 닭볶음탕 같은 요리가 나오고 며칠 안보이던 무요리가 나왔다. 양꼬치와 고기볶음, 난이라 부르는 빵과 여러 반찬들이 나왔다. 2팀은 중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하며 즐겁게 담소를 나누었다. 나중엔 돌아가며 법성게를 한 구절씩 외우고 강과 호수 이름, 반야심경, 탐사 일정, 중국사 연표 등을 순서대로 읊었다. 완벽한 향연의 모습이었다.

 


 

 

  나는 이번 탐사에서 불교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법성게를 암송하게 된 것이 뿌듯하다. 법성게를 외우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엄마와 탐사가 끝나기 전까지 법성게를 암송하면 나는 목걸이, 엄마는 시계를 선물 받기로 약속했는데 이틀 안에 외운 나는 팬던트 두 개 받기의 상품을 따내었다. 아직 외우지 못한 엄마는 상품은 못 받지만 외우려는 노력이 가상하여 조금 늦게 주어도 성내지 않고 옆에서 법성게를 암송하며 골려줄 계획이다. 목걸이가 아니었다면 시도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미 감사한 선물을 받은 셈이다.  법성게의 한 구절에 나오는 불수자성수연성(不守自性隨緣成)! 한자도 함께 외우려고 했던 나에게 어려움을 준 구절이다. 깨달음이란 자신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인연의 힘으로 이루어진다는 뜻인데 가장 공감되는 구절 중 하나였다. 인연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깨달음에 이룰 수 없다는 듯 들릴 수도 있으나, 살면서 만나는 모든 것이 인연이니 그 속에서 자신이 어떤 가르침을 찾고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나는 박자세와 박사님과의 인연으로 인해 생긴 발보리심 덕에 학교에서 2학기 선택수업을 ‘반야심경 읽기’로 신청했다.

 


 

 

  즐거운 향연을 나누고 11시 20분에 공항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가이드님의 이야기도 잠깐 들었는데 중국에서 살아가는 조선족에 관한 것이었다. 가이드님 세대까지는 한국어를 할 수 있지만 가이드님의 아이 세대는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번 탐사 동안 만난 가이드님들은 모두 친절하고 좋으신 분들이셨다. 공항에 도착해 짐정리를 하고 잊고 있던 포도를 씻어와 입구에서 나눠 먹었다. 이제 정말 떠나는구나. 공항을 메운 이 서양인처럼 생긴 사람들이 사실 중국의 소수민족인 위구르사람들이구나. 새로 알게 된 사실들을 가득안고 비행기에 올랐다.


 

 

  새벽 1시 20분에 출발한 비행기는 오전 7시에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아쉬웠던 마음은 어디로 가고 내리자마자 뻐근한 몸을 펴며 ‘1팀 탐사 대원들은 한국에 돌아왔을 때에 얼마나 피곤할까’를 생각하며 짐을 찾고 나왔다. 수는 적었지만 자칭 엑기스 2팀의 기념촬영을 하고 헤어졌다. 서호주 탐사 후에도 암기 사항이나 배운 것들, 느낀 점들을 잊지 않기 위해 꾸준히 다이어리에 기록해 두었는데 이번에도 탄탄한 복습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