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제 10차 박자세 해외학습탐사,  실크로드 제 1일  8월 17일 토요일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607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건네받았다. 몽골학습탐사 때 보다 100여 페이지 줄었지만 만만치 않은 무게가 적지 않은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초록색 표지를 열어보니 우리가 갈 지역의 지도와 함께 도표, 역사, 불교에 관한 자료 등등, 아! 이걸 언제 다보나! 아득해진다. 그러나 걱정은 잠시, 출국장에 들어서서 서안으로 떠나는 18번 게이트에 들어서자 지금부터 외어야 할 페이지를 일일이 짚어주며 필수암기사항이라고 박사님이 못을 박았다. 박사님 식으로 밀어붙이기 작전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머릿속에 집어넣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은 오기 전에 책은 열권이나 사놓고 제대로 정독을 하고 온 책이 없어 속으로 불안했었다. 그저 학교에서 배운 상식 정도 이외에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참에 중국역사뿐만 아니라 실크로드와 관련된 모든 것을 제대로 배워보려고 벼르고 왔다. 이번 학습탐사에서 박사님이 일러주는 대로만 하면 뭔가 진전이 일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기내에 오르니 허만욱 교수님이 비즈니스 석인데 자리를 바꾸자고 했다. 사양하다가 편한 자리에 앉아 서안까지 편히 오게 되었다. 다른 대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허 교수님께 감사하기도 했다. 자리가 자리인지라 승무원도 친절하고 이것저것 서비스를 잘해줘서 좀 어색하다. 이런 대우를 별로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더 그러했다. 기내에서 신는 일회용 슬리퍼가 너무 좋아 버스에서 신으려고 챙겼다.

 

아침 8시 반 비행기를 타려고 새벽부터 설쳤더니 자리에 앉자마자 잠이 퍼붓는다. 안 자려고 몇 번을 꾸벅거리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든 모양이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깨어보니 식사가 나왔다. 일반석과는 달리 식탁보를 깔고 요리를 내왔다. 과일과 커피는 따로 내오는 등, VIP 대접을 제대로 받았다. 2시간 40분 걸린다니까 얼마 안가 내릴 것 같다. 시간대로라면 11시 20분이 될 것이다. 옆에 둔 책을 보니 열심히 하지 않으면 못 따라 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쨌든지 죽기 아니면 살기로 책을 파고들어야지! 속으로 다짐하며 책을 들었다. 묵직한 무게가 다리를 누른다.

 

창밖을 보니 주름 잡힌 크고 작은 산들이 눈에 들어오고, 누런 강물이 꾸불꾸불 뱀처럼 휘어지며 산을 따라 감돌아가는 것이 황토색 긴 띠를 굽이굽이 풀어놓은 듯하다. 그런 반면 사람이 사는 곳은 연록색의 논밭이 있어 산의 짙은 초록 하고는 묘한 조화를 이뤄 또렷한 선을 만들어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한다. 밖을 내다보는 사이 기장의 안내방송이 들렸다. 10시 40분 도착이라고 말했다. 예정보다 40분 빨리 도착한다니 왠지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내린 공항은 함양이라는 시에 있어 공항이름이 서안함양공항이란다. 항상 공동으로 쓰는 단체용 짐들이 많아 시간이 걸렸었는데 이번 탐사에는 그런 짐들이 없어 간편해서 시간도 절약되었다. 그런데 이민보따리 같은 짐이 없으니 뭔가 잃어버리고 나온 것 같이 뒤가 허전했다. 안내는 중국 교포로 여자가이드가 나왔는데 버스에서 서안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했다. 박사님은 그 시간도 아까워 “부탁하기 전에는 말하지 말라!”고 가이드에게 핀잔을 주었다. 좀 무안했을 것 같았다. 버스는 좌석도 널찍하고 에어컨도 잘 들어 몽골탐사 할 때의 버스와 비교가 되었다. 환경은 좋지만 내리자마자 푹푹 찌는 더위 때문에 걷는 것조차 힘들었다.

 

제일 먼저 들린 곳은 진시황 능이다. 1996년에 왔을 때는 주위가 그저 벌판이었는데, 지금은 주위에 잔디도 깔고 꽃과 나무도 심어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 또 길도 잘 만들어 놓아 다니기 좋았다. 진시황의 능은 구릉처럼 되어 있는 것만 보일뿐이다. 주위는 아무 것도 없고 능자리만 있으니까 밋밋하다. 능 주변까지 걸어가는데 가이드가 어제는 42도였고 오늘은 37도라서 그나마 운이 좋아 시원하다는 말에 위안을 받으며 그냥 걸었다. 방학 중이고 주말이라 남녀노소가 전국각지에서 모였는지 사방에 사람의 물결이 출렁거린다.

 

진시황 능까지는 셔틀버스가 있어 타고 왔지만, 이곳에서 병마용 능 박물관은 걸어서 15분 거리니까 왕복 30분이다. 더위에 등은 물이 줄줄 흐르지만 다 같이 걸으니 좀 나았다. 병마용 능은 그야말로 사람사태였다. 사람이 너무 많으니 일행이 같이 다닐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박사님의 설명은 더군다나 기대할 수도 없었다. 그 넓은 병마용 능이 사람으로 가득 차 있다. 지하라 그런지 탁한 공기로 인해 숨 쉬는 것도 힘들었다. 중국인들은 목소리가 커서 시장판 네거리에 서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나마 버스 안에서 진시황제와 서안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지 않았다면 이곳에 온 의미를 잃을 뻔했다. 사진으로만 보면 병마용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장관을 보고 어찌 놀라지 않으랴! 처음 온 분들은 그 규모에 기가 눌려 입을 다물지 못할 것 같다. 나도 처음에 그랬으니까! 180센티의 장신에 무기를 든 각가지 얼굴들! 모두 전쟁 때 입는 갑옷을 입고 늠름하게 서있는 모습은 금방 전쟁터에 나갈 것 같은 기세로 서있다. 박물관은 크게 세 군데로 나뉘어져 있는데 지하에서 파낸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곳도 있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유물들을 모아놓은 곳도 있었다. 병마용 능 박물관을 한 바퀴 돌다보니 일행들과 뿔뿔이 흩어져 찾을 수가 없었다. 다 둘러보고 나서 밖으로 나오니 아무도 보이지 않아 서둘러서 버스로 오니 그곳에도 와 있지 않았다. 다행히 휴대폰으로 운전기사에게 연락이 되어 서로 찾지 않게 되었다. 이럴 땐 문명의 이기에 고마움을 느낀다.

 

점심은 만두가 주가 되는 중국요리였다. 관광객을 받는 식당이라 지저분하고 음식은 전혀 성의가 없었다. 체력을 위해 그저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식사 후 박사님이 졸기 전에 강의를 해야 한다고 버스에서 20분간 반야심경에 대해 간결하게 설명했다. 알기 쉽게 해석을 해주어서 놀랐다. 보통 반야심경만 가지고도 일주일동안 매일 두 시간씩 하는데, 그 핵심을 파악해서 강의하는 이가 드물다. 박사님의 해석은 불교에 대해 조금만 아는 이라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는 강의였다. 이어서 중국역사는 불교를 떠나서 설명할 수 없다고 하면서 특히 반야심경과 법성게는 꼭 외우라고 당부했다. 정신적 역사를 먼저 이해해야 문화를 알게 되고 문학과 미술, 음악 등도 알게 된다고 했다. 정말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론이다. 덧붙여서 16페이지에 있는 중국역사 년대를 암기하라고 했는데 헷갈려서 잘 외워지려는지 모르겠다. 하다보면 외워지겠지! 푸근하게 마음먹기로 작정했다.

 

외우려고 중국역사 년대를 정리했다.

 

 고대국가는 하, 상. 주가 있고, 상은 은이라고도 하며 갑골문자가 있었다.

주나라   B.C 1046~ B.C 256

서주   B.C 1046~B.C 770    동주 B.C 770~B.C 256 (춘추, 전국)

 

진나라   B.C 11세기~A.D 206 (천수에서 시작)

진나라 천하통일   B.C 221 (장안)

 

한나라   B.C 202~A.D 220

전한   B.C 202 ~A.D 8       신나라A.D 8~23       후한A.D 25~220

 

삼국시대    250~280  (위, 오, 촉)

서진   265~316          동진   317~420

오호십육국   303~439

 

북위 386~535

북조 386~581       남조 420~589 (송, 재, 양, 진, 오, 동진)

 

남조문화(육조문화)는 귀족문화로 예술의 꽃을 피운 시대이다.

남조문화의 대가로는

그림은  고개지- 유마거사상(백련사), 여사잠도

글은  왕희지- 난정서

시는  도연명- 귀거래사

 

수나라   581~618

당나라   618~907 (절도사의 난-안록산, 고선지)

오대     907~960        십국   907~979

 

송나라   960 ~1279

북송   960~1126         남송   1127~1279

 

요나라   960~1125       금나라   1122~1234

원나라   1260~1370

 

명나라   1368~1644

청나라   1616~1911

 

첫날인데다 너무 늦어서 저녁강의는 휴강이었다. 주말과 방학이 겹쳐 사람들이 너무 많아 유적을 제대로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 관광지가 된 역사유적지는 주말을 피해서 계획을 잡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