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4월부터 개강한 '137억년 우주의 진화' 10강 마지막 강의를 들었습니다.
4개월을 이어져온 지식공부가 벌써 종강을 했습니다.
거의 매주 일요일 오후 시간을 오롯이 공부에 정진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휴일 하루의 우선순위를 정하라면 제일 먼저 꼽을만 합니다.

물론 이번 학기에도 3번의 땡땡이가 포함되어 있긴 합니다.


뜨거운 여름을 쉬고 찬바람 부는 9월에 다시 '특별한 뇌과학'으로 마주할 예정입니다.

10주동안  최소작용의 원리, 특수상대성 이론, 측지선 방정식, 뇌퇴르 정리, 입자물리학, 만류인력 법칙과 관련된 방정식을 유도해보고 태양계 생성과정, 주 계열 항성의 운명까지 들여다봤습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마지막 강의에서는 결정적 지식으로 '시간'이 어떻게 인류에게 작동하고 있는지,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카를로 로벨리의 관점에 대한 통찰도 넘겨짚어 봤습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당연한 것인양 그저 자연의 순환과 진행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명제같은 것으로 생각해 왔는데 이 명제조차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관점은 세상을 보는 눈을 다시 열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로벨리의 그 책을 한달 전에 이미 읽었습니다.
그럼에도 왜 나에게는 그런 통찰의 눈으로 책이 안보였던 것일까요?
수준의 높이가 세상을 보는 눈이라는 것을 새삼 통감한 시간이었습니다.


개인별 관심사가 다르기에 천차만별의 관점과 시선이 존재합니다.
어떤 것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잣대를 들이댈 수 없습니다.
다양성의 근본위에 자아가 누구이고 무엇인가를 근본까지 들어가 본다는 것은 공부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지식에는 깊이의 차이가 분명히 있습니다.
지식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알아야 보이고 보여야 느낄 수 있고 느껴야 깨닫게 됩니다.
"보지 못하는 사람은 보여줘도 보지 못합니다"
무서운 말입니다.
'무지의 자각'.
지식에는 '결정적 지식'이 있습니다.

그 '결정적 지식'을 찾는 지난한 작업이 꽃피던 봄에 시작하여 한여름의 초입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봄 가을로 찾아나선 '결정적 지식' 탐구의 길을 나선지 어언 8년이나 되었습니다.


강의실을 나서면 머리속 하얗게 새롭게 셋팅되는 희안한 광경을 매번 목격하지만 그래도 매년 강의실을

찾아옵니다.
결정적 지식을 외우려 하지 않고 겉핥기 식으로 왔다 갔다 했기 때문임도 잘 알고 있습니다.
궁금하긴 한데 결정적으로 발을 들여놓지 못한 게으름이 우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위를 받는 것도 아닌데 매년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 담배와 술에 중독된다더니
'결정적 지식 찾기'에 중독된 것은 아닌지 살짝 걱정해 봅니다.

단순히 겉만 핥아 접하고 내 지식인양 포장을 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잘난체 하는 의기양양의 못남을

넘어서기 위해, 심연의 뿌리까지 들어가 봐야  합니다.
얕은 지식은 서너번의 대화속에 드러나게 됩니다.
깊이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심연의 깊이를 알 수 없는 것이 인문학이라면 자연과학은 끝이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증거와 증명을 통한 확실한 결말이 있어야 인정을 받을 수 있기때문입니다.


우주를 들여다보고 지구와 암석을 파헤쳐 봅니다.
그리고 인간의 브레인까지 들어와 어떻게 생각하는지까지 헤아려 봅니다.
인간이라는 생명체로 태어나 어떤 존재인지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삶을 사는 방법에 있어

천지차이일 겁니다.
계속 공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식이 떠가는 구름처럼 사라지지 않도록 꾹꾹 다지고 다져 확고한 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토대가 닦이면 확장성은 점증할 겁니다.
언어의 틀을 벗어난 관점까지도 꿰뚫어 볼 수 있을 겁니다.
종교에서 말하는 해탈과 깨달음이 아닐지라도 궁극의 도는 같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정적 지식'을 찾아 나선 올해 10주동안 고생했지만 잘 이겨내고 따라와준 것에 대해 스스로 대견해 해봅니다.
더운 한여름 잘 이겨내고 선선한 바람부는 가을에는 '특별한 뇌과학'으로 다시 도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작은 새 울음소리와 귓전을 스치는 바람 한점, 그리고 타이핑되어지는 문자 하나.

시간은 그 속에 하이쿠처럼 방점이 되어 사라진다" 


PS : 종강날 가지고 간 기타 덕분에 노래까지 부를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오전에 제가 하는 밴드 모임이 있어서 가지고 갔던 기타였는데 박자세 무대에까지 오르게 되었네요.

        코드보고 치는 수준이라 소음이 되지 않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