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무술년의 시작과 함께한 과학 리딩 모임도 어느덧 3회 차가 지나갔고 30개 프레임 중 아홉 번째 프레임까지 암기를 마쳤다. 쉴 새 없이 달려왔다고 하기에는 아직 남은 것들이 많지만 1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새삼 내가 무언가에 빠져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생물학을 공부할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가방끈이 짧은 문과생으로서의 시답잖은 텃세였던 것 같기도 하나 ‘문과’라는 이름하에 어린 시절부터 과학이라는 분야와 갈라져온 교육체계의 탓이라 책임을 회피해 본다. 그러기에 과학과 나 사이의 벽은 나로 하여금 과학이 범접할 수 없는 ‘성역’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래서인지 매일 틈틈이 프레임들을 노트에 적어가며 외우고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프레임을 하나하나 외울 때마다 마치 생명의 신비가 내 머리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박자세 강의를 처음 듣게 된 것은 작년 특별한 뇌 과학 수업에서였다. 뇌과학 공부에 관심이 있던 찰나에 지인의 추천으로 강의를 들어보려 왔는데 그 강의에서 뇌과학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보다도 인상 깊었던 점은 강의를 듣는 회원 분들의 태도였다. ‘과학’이 어렵다는 나의 선입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수도 없이 들어본 “공부에도 때가 있다.”라는 말 때문일까. 젊은 층의 대학생들이 많이 있을 것 같던 강의실에는 오히려 연세가 지긋하신 선생님들이 더 많이 계셨다. 그럼에도 강의실의 분위기는 어느 대학 강의실에서 볼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뜨거웠다. 심지어 망원경을 이용해서까지 박사님의 말씀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도 간간히 보였다. 집에 가는 길, 내 속에서  한 가지 물음이 계속 피어올랐다.


“나는 과연 20년 30년 뒤에 새로운 공부에 뛰어들 수 있을까..”


그 날 마음 한편을 찌르는 이 물음에 한없이 작아지는 나의 모습을 돌아보며 이 물음을 마음에 새겼다.


매주 일요일, 과학리딩 수업은 이 작은 물음의 뿌리에 물을 뿌려준다. 대기와 대양이 만나 생명이 생겨났듯이,, 이 물음은  훗날 어떤 생명의 열매를 맺게 될 지,, 다음 수업이 더욱 기다려지는 밤이다.